3 내 단상

(단상. 586) 오르플리트 혜윰

필자 (匹子) 2023. 11. 5. 05:57

한국인은 내단(內丹)의 자세로 끝없이 자기 자신을 수련하고,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며 공동체를 위하는 희생정신을 중시해 왔다. 이것이 바로 한국인의 고유한 아비투스이며, 고조선 시대 이후로 이어온 유산이다. 한국인의 인내와 지구력, (도남 조윤제 선생의 표현을 빌면) “은근과 끈기”는 바로 여기서 발원하며, 한반도는 온갖 어려움에도 막힘 없이 (無窮) 크고 작은 나라로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나라는 남북으로 분단되고, 많은 사람들은 물질에 대한 탐욕으로 눈이 뒤집혀 있다. 사소한 일에 분개하며, 아집에 사로잡혀서 올바른 뜻을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학교 폭력은 그 자체 형용모순이다. 지금 여기의 학교를 바라보라. 학교는 사회의 북제판이다. 학교에는 온갖 폭력 (언어폭력, 주먹질, 성폭력)이 난무한다. 학생과 학부형은 선생을 연속적으로 괴롭히고, 선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인간은 천박한 소시민으로 살고 (人乃賤) , 마치 지렁이인 것처럼 꿈틀거리며 행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人乃蚕).

 

한반도의 역사에서 무엇보다도 통일신라가 바르지 못한 길을 걸었다. 고구려가 무너졌다. 경상도의 작은 국가가 삼국을 통일하여, 광활한 발해의 문화를 포용하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한민족의 기운에 해당하는 "송아리얼" (함석헌)은 대륙으로 뻗지 못했고, 골품 제도와 당동벌이는 우리를 따로따로 끼리끼리만 어울리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를 서로 갈라놓고, 가족과 친구끼리 서로 투쟁하게 하는가? 누가 배후에서 우리를 이간질하고, 당한 사람들끼리 철천지원수로 싸우도록 부추기는가? 무엇이 우리를 청맹과니로 만들어 보다 큰 사회적 미래를 바라보지 못하게 하면서, 우리를 작은 이득에 집착하게 하는가? 오로지 독점 자본주의의 시스템 때문인가? 어떻게 하면 우리는 지렁이들의 분단, 질시, 미움, 투쟁을 물리치고, 참된 사람으로서의 협동, 배려, 사랑 그리고 봉사를 실천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