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04 4

서로박: 블로흐와 아도르노

아도르노는 호르크하이머가 부분적으로 용인했던 유토피아의 이데올로기 비판이라는 기능마저 부인한다. 아직 존재하지 않은 미래를 선취하는 태도는 아도르노에 의하면 주어진 현실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전체로 매도하는 자세와 다를 바 없다. 어떤 다른 현실은 미래의 선취하는 의식에서 파생되는 게 아니라, 과거에 이미 주어졌던 현실에서 자연스럽게 재현되는 것이라고 한다. 현실의 모순은 그 과정에 있어서 언제나 계획이나 진단에 의해서 전개될 뿐, 일반 사람들이 갈구하는 바는 결코 현실로 나타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현실의 모순은 변증법적으로 발전되거나, 사회적 진보를 추동하는 게 아니라, 영원히 모순 상태로 남아 있을 뿐이다. (Hermand: 109). 그것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주어진 현실에서 해결되거나, 극복될 ..

27 Bloch 저술 2025.01.04

(단상. 535) 사랑, 죽음 그리고 죽임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지만, 비행기 사고는 대부분의 경우 이륙 시보다는 착륙 시에 발생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치정살인극은 두 연인의 만남의 시기에 발생하는 것도 아니며, 함께 하는 시기에도 발생하지 않는다. 끔찍한 비극은 거의 89 퍼센트 이상의 경우 이별의 순간에 돌발적으로 출현하곤 한다.  어느 날 호모 아만스는 사랑하는 임의 태도가 냉담하게 변해 있다는 것을 감지한다. 그렇다고 함부로 남의 품안에 안겨 있는 임을 상상할 수는 없다. 그것은 극도의 고통을 안겨줄 테니까. 차라리 이러한 상상을 떨쳐버리는 게 오히려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 그런데 어느 날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다. 임이 “나”에게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고한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가 “나”를 더 이상 만나지 않으려 한다면, “..

3 내 단상 2025.01.04

서로박: (1)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 1. 플라톤에서 모어까지 (고대 - 르네상스 초기) 서문

“유토피아는 문학적 가상이라는 면사포를 쓰고 있다.” (Servier)“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행위가 아니라, 행위에 관한 말씀이다.” (Epiktet) 본서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서양 유토피아를 개진하려고 합니다. 따라서 본고에 서술되는 학문적 영역은 서양 사상사에 속하지만, 필자는 학제적 차원에서 모든 것을 서술하려고 합니다. 카를 마르크스는 대표적 저작물 『자본』에서 19세기 독일에서 자본가들이 어떻게 잉여가치를 창출해내는가를 치밀하고도 세밀하게 구명하였습니다. 마르크스는 냉엄한 현실 분석에 방대한 페이지를 할애한 반면에, 미래 사회의 열광적 기대감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은 짤막한 암시만을 던졌습니다. “자유의 나라는 궁핍함과 외부적 합목적성에 의해서 행해지는 노동이 중단되는 곳에..

30 논문 자료 2025.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