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 6

서로박: (4) 무지한 자의 맹신으로서의 유토피아. 하인의 '원탁의 기사들'을 중심으로

(앞에서 계속됩니다.) 7. 파르치발의 갈등 및 모순된 상황 (1) 아르투스 왕을 제외한다면 원탁의 기사들 가운데 파르치발이 가장 모순적이자 비극적인 인물이다. 그 이유는 그가 과거에 개인적으로 어떤 커다란 상처를 체험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파르치발이 과거에 얻게 되었던 커다란 심리적 상흔을 회피하려는 데에 있다. 물론 그는 성배가 인간의 내면에 있다고 주장하지만, 무엇보다도 먼저 내면의 상처를 극복하려고 애쓰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파르치발에게 현재 중요한 난제들이 가로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파르치발이 과거에 입은 심리적 상처는 무엇인가? 구동독 작가 베르너 하이두첵 (W. Heiduczek)은 1974년에 동독에서 간행한 파르치발을 소재로 한 소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파르치발의 진..

45 동독문학 2025.02.02

서로박: 파시즘의 언론, 언론의 파시즘

1. 정치적 우경화 현상: 근자에 계엄령 선포와 내란의 진압 그리고 법원 난동 사건 등이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빙산의 일각으로서 사회 곳곳에 극우 파시즘이 깊이 뿌리내리고 있음을 반증합니다. 사실 남쪽의 정치적 지형도는 주지하다시피 우측으로 편향되어 있습니다. 이에 대한 이유로 친일파 청산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 남북 분단 그리고 625 전쟁, 수십 년간 이어진 이승만 박정희의 독재 체제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공산주의에 대한 금기 내지는 매카시즘은 좋든 싫든 간에 극우 세력에게 크고 작은 자양을 공급해 왔습니다. 2. 대부분 언론사는 눈을 아래로 깐다.: 필자는 극우 파시즘 세력이 제거되지 않은 이유를 무엇보다도 언론 이데올로기에서 찾으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신문과 방송은 항상 지배자..

2 나의 잡글 2025.02.02

서로박: (2) 괴테의 '타우리스의 이피게니에'

(앞에서 계속됩니다.) 다시 극작품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이피게니에는 섬에서 남동생, 오레스테스와 극적으로 재회합니다. 이때 오레스테스는 지금까지 경험한 모든 사실을 그미에게 털어놓습니다. 동시에 그는 비밀리에 토아스 왕을 죽인 뒤 타우리스 섬을 탈출하자고 제안합니다. 오빠의 말을 들은 이피게니에는 오랫동안 고심합니다. 결국 그미의 고결한 성품은 오빠의 음모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이피게니에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토아스에게 이실직고하면서, 자신이 남동생과 함께 그리스로 떠날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고 청합니다. “만약/ 당신이 올바른 왕으로서 사람들로부터 찬양을 받고 싶다면/ 진리는 그대의 도움으로 그리고 나에 의해서/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토아스 왕은 거사를 일으키지 않고 모든 사실을 말해준 이피게니에의 ..

40 근대독문헌 2025.02.01

서로박: (1) 괴테의 '타우리스의 이피게니에'

친애하는 J, 오늘은 괴테의 고전극 「타우리스의 이피게니에」에 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1779년에 탈고되었지만, 이후에도 1787년까지 무려 네 차례나 수정을 거듭한 것입니다. 작품은 “약강격Jambus”을 활용한 운문 고전극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제 4 원고에서는 고전주의 드라마에 합당한 “자유 무운격 Blank-vers”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작품은 여러 번의 개작을 거쳐서 1779년 4월 6일에 에터스부르크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습니다. 괴테는 극중 인물 오레스테스 역을 밭아서 직접 배우로서 열연하기도 했습니다. 유명한 의사로 활약한 크리스토프 빌헬름 후페란트 (Chr. W. Hufeland, 1762 – 1836)는 등장인물 오레스테스를 떠올리면서, 물리적인 힘과 정신적인 ..

40 근대독문헌 2025.02.01

서로박: (3) 무지한 자의 맹신으로서의 유토피아. 하인의 '원탁의 기사들'을 중심으로

(앞에서 계속됩니다.) 5. 성배에 관한 등장인물들의 견해 성배란 무엇을 지칭하는 것일까? 원탁의 기사들의 견해에 의하면 성배란 이 세상의 진리, 모든 아름다움 그리고 선 (善)을 지칭한다. 그것은 카이에에게는 행복의 순간을 체험하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 주는 사물이다. (역주, 카이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성배는 인간의 행복이며, 지상의 천국이네. 짤막한 행복의 순간은 성배가 있다는 것, 지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해. 성배를 찾는 일을 포기하면 우리는 한없이 불행해질 거야.” (53).) 사람들은 카이에의 견해에 의하면 보편적 법칙을 얻기 위해서는 폭력도 불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카이에는 성배가 발견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그대로 수용한다. 오릴루스는 성배를 “평화”로 간주한다. (42). ..

45 동독문학 2025.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