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내 단상 193

(단상. 570) 어떤 유형의 인간인가?

어처구니없는 정황 속에서 말 못할 상실감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러면 우리는 불현듯 우울 속으로 빠져든다. 애타게 갈구하던 무엇이 나에게서 벗어날 때 “나”는 무감각의 상태에 침잠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주의력이 결핍되고, 일이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면, 자신감이 결여되고, 심지어는 심한 자책과 함께 마음속에서 열등의식이 떠나지 않는다. 문제는 우울증이 자살 위험을 담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울증의 경우 조현병과는 달리 도파민 분비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울증을 약물로 치료하려는 것은 상당한 주의를 필요로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조현병의 경우와는 달리 여러 가지 다른 요인에 의해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밖에 사이코패스..

3 내 단상 2023.05.23

(단상. 569) 당신에게 나는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

친애하는 M, 보내드린 나의 책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4"를 잘 받았는지요? 퇴직 후에도 집필에 몰두하는 이유는 오로지 젊은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흙문학 아카이브를 개설한 것도 그 때문이지요. 내가 지는 태양이라면, 당신은 뜨는 태양이지요. 이제와서 나에게 명성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상과 공적이 무슨 커다란 기쁨을 줄까요? 그렇지만 나는 -황지우 시인의 표현을 빌자면- 최소한 당신에게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가 되고 싶습니다. 오늘은 스승과 제자에 관해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자고로 스승과 제자는 시대착오적 개념으로서 이조시대에 사용된 바 있습니다. 비의적인 학문을 습득하려고 천리 길을 마다하지 않고 선생을 찾아와 3년 동안 허드렛일을 하며 머슴처럼 지내다가, 고매한 학문을 전수하고..

3 내 단상 2023.05.18

(단상. 568) 전세 제도를 철폐할 수는 없을까?

1. 마키아벨리는 사악한 유형과 관련하여 여우와 사자를 예로 들었다. 여우는 거짓과 사기를 일삼고, 사자는 끔찍한 폭력을 저지른다고 했다. 권력자는 이 두 가지 속성을 교묘하게 역이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거짓과 사기를 일삼는 인간형 (보이스피싱 범죄자, 전세사기꾼) 그리고 전쟁을 일으키는 인간형 (푸틴과 같이 전쟁을 부추기는 권력자) 등을 세상에서 사라지게 할 수 있을까? 2. 전세 제도는 다른 나라에는 거의 없다. 전세 사기는 더더욱 없다. 거금을 맡기고 세들어 사는 나라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 월세를 주고 부동산을 임대한다. 3. 전세든 월세든 간에 문제는 무기한 살 수 없다는 데 있다. 독일에서 세들어 사는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기간만큼, 무기한 세들어 설 수 있다. ..

3 내 단상 2023.04.28

(단상. 567)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1. 20세기 최고의 시집이 한용운의 "님의 침묵"이라면, 필자는 20세기 최고의 소설집으로 조세희의 소설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꼽고 싶다. 2.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작품은 시로 쓴 산문이고 (작가는 글을 잘못 썼을 때 원고지 한 칸 씩 가위로 오려서 정성스럽게 붙였다), 피로 쓴 산문이다. 3. 작품은 필자에게 기쁜 슬픔 그리고 슬픈 기쁨을 동시적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그 하나가 예술적 탁마의 차원에서 감지되는 무한한 희열이었다면, 다른 하나는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체험해야 하는 가난 그리고 자본(가)의 횡포에 대한 비애와 분노의 감정이었다. 4. 작가는 의도적으로 "난쟁이"가 아니라, 난장이로 표현했다. 장애인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겠다는 세심한 배려 때문이었다. 누가 그들을 세상..

3 내 단상 2023.04.20

(단상. 564) 부활, 부활이라

부활절 일요일이다. 부활Resurrektion이란 말 그대로 아나스타시스ἀνάστασις, 즉 그리스도의 다시 태어남을 의미한다. 이는 자연과학적으로 해명 불가하다. 왜냐하면 죽은 인간은 다시 생명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정신은 내 몸속으로 빙의하여 체화될 수는 있다. 부활이란 지금까지의 삶과는 달리 살리라는 결단이며 갱생(更生)의 마음가짐이다. 그것은 깨달음을 통한 변혁이며, 더 나은 삶을 위한 실천과 관련된다. 말콤 엑스는 감옥에서 일라이자 무하마드를 만나 진정한 이슬람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그 후에 그는 콩크 머리의 부랑자 인생을 청산하고, 흑인 운동가로 거듭나게 된다. 당신은 (아니, 나는) 지금까지 어떠한 삶을 살았는가? 지금까지의 삶이 탐욕적이고 이기적이며 근시안적이지 ..

3 내 단상 2023.04.09

(단상. 563) 큰학교에서의 흙문학 교육 방법

1. 중요한 사실을 객관적 자세로 전달하기 인(흙)문학 교육에서 현재 내지 과거의 사실은 엄청나게 많다. 역사는 한마디로 "찾아서 얻어낸 견해ἱστορέω"이다. 그 가운데에서 중요한 것으로 판단되는 것을 무엇보다도 엄선하여 수강생들에게 제시해야 할 것이다. 중요성은 지금 여기의 이슈와 관련될 수밖에 없다. 중요한 사실을 선별하는 것은 교사의 임무이자, 아울러 강의의 방법론에 해당하는 무엇이다. 2. 학생들의 관심을 도출하여 첨예화시키기 수강생들을 일단 길들이지 않은 세퍼트라고 간주하자. 그들은 아직은 모자라지만, 언젠가는 강의하는 당신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다. 현실에게 젊은이들에게 주어지는 정보들 가운데에는 불필요한 게 너무나 많다. 이것을 뇌리에서 씻어내게 하고 그들의 두뇌를 일차적으로 텅빈 칠판, ..

3 내 단상 2023.04.07

(단상. 561) 평화 통일 그리고 탄소 중립의 정책

필자는 윤석열 정권의 특징에 관해서 여러 차례 언급하였다. 그것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1. 언론, 국민과의 의사 소통의 차단, 2. 협치 거부 및 야권 대표에 대한 정치 수사, 3. 미국과 일본에 의존하는 불균형 외교 , 4. 대기업 위주의 정책 및 노조 탄압, 5. 여성가족부 폐지를 둘러싼 젠더 갈라치기, 6. 2030 세대와 장년층 사이의 세대 갈라치기 7. 일본에 대한 굴욕 외교 등. 이보다 심각한 문제는 다음과 같다. 현 정권의 정책에는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구체적인 미래 지향적인 로드맵이 결핍되어 있다. 첫째로 현 정권은 한반도의 평화 통일을 위한 단계적 정책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는커녕 북한과 중국에 대한 비난에 골몰하면서, 문재인 정권의 이전 정책에 대한 무조건적 파기에만 혈안이 되..

3 내 단상 2023.04.01

(단상. 560) 두 줄의 시구

"남자들은 알까 여자가 허리 아래 숨겨놓은 그곳이 또다른 심장이라는 걸" 김해자: 가죽 가방 (녹색평론; 139호, 135쪽.) 대부분 남자들은 안타깝게도 그곳을 텅빈 "자식의 궁궐"로만 이해할 뿐입니다. 오 통재라. "가로수 밑 식탁에 작년 꽃의 두개골을 올려놓지 말 것" 김선우: 아직, (실린 곳: 김선우 시집,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107쪽.) 글쎄요, 언젠가 때가 되면 종려나무 아래 생전의 내 꿈을 뼈 삼아 묻고 싶습니다.

3 내 단상 2023.03.26

(단상. 559) "식민 지배 받은 나라 가운데..."

1. 윤 대통령은 삼일절 연설에서 마치 이완용처럼 조선을 비하하는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습니다. 가해자는 가만히 있는데, 피해자의 잘못을 지적하고, 가해자의 모든 악행을 덮으려고 하다니, 안중근, 유관순, 윤봉길, 이봉창 열사들이 이 말을 들으면, 아마 저승에서 통곡할 것입니다. 2. 역사적으로 왜구는 끊임없이 한반도 해안을 공격하였습니다. 세종대왕은 이종무로 하여금 대마도를 정벌하게 했습니다. 그곳의 주민들이 복속을 거부하자, 세종대왕은 그들에게 자치권을 넘겨주었습니다. 광대한 고조선 시대에도 한인들은 중국과 일본을 공격한 바 없습니다. 가령 단군 2세 부루는 기원전 2240년에 임금이 되었는데, 중국의 우왕이 부루 에게 찾아와서 물 다스리는 법을 배워 갔는데, 이로써 황허를 장악하는 데 성공을 거두었..

3 내 단상 2023.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