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내 단상 194

(단상. 545) 주영채 선생의 한 사상

한겨레 신문 2022년 11월 23일자에 실린 주영채 선생의 인터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1. 동예의 제천 의식, 부여의 영고 등 북을 치고 춤을 춘 목적은 하느님을 모시기 위한 것이지, 무당 풍속의 목적이 아니다. 무속은 한나라가 한사군을 설치하면서 들어온 것이다. 2. 우리 고유의 하늘 사상은 세종대왕까지 유지되었으나, 왕위를 찬탈한 세조가 명나라에 아부하기 위해서 고기 (古記)를 불태워 없앰으로써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3. 최보따리 해월 최시형은 한민족의 원조가 무당 풍속이라는 주장에 대해 호통을 치면서 개탄했다. 4. 수운 최제우에게 찾아온 유학자들은 하느님의 영혼이 당신에게 강림했다고 하는데 그게 뭐냐? 하고 물었다. 이때 그는 무왕불복지리 (無往不復之理)하고 말하면서 우리가 잃어버린 ..

3 내 단상 2022.11.23

(단상. 543) 이태원

순식간에, 너무 이르게 떠난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사랑하는 제자의 형형한 눈빛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여기에 없다. "백오십팔명의 사망을 '158명이 죽은 하나의 사건'이라고 묶어 말하는 것은 모독이다. '한 사람의 사망 사건이 무려 백오십육 건 일어났다'가 옳은 말이다." (키타노 다케시) 순식간에, 너무 이르게 떠난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3 내 단상 2022.11.06

(단상. 542) "희망의 원리"

"광기의 가장 순수한 형태는 모든 것을 옛날 식으로 내버려두면서, 무언가 변화되기를 희망하는 태도이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사람들은 몸에 해로운 당의정 알약을 구하려고 줄을 서 있다. 대부분 인간은 눈앞의 당면한 문제에 혈안이 되어 있을 뿐, 먼 곳을 바라보고 자신을 그리고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애쓰지 않는다. ................... 필자는 학생들을 생각하면서 다섯 권의 『희망의 원리』 (2004)를 번역 출판하였습니다. 그런데 필자의 제자도 이 책을 읽으려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들은 등록금 내는 것도 버겁게 여깁니다. 졸업하는 어느 제자는 나에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희망의 원리가 어떤 책인가요? 문제는 나를 포함한 연구자들에게도 있습니다. 몇몇 분들은 번역서를 언급하며, 그 속..

3 내 단상 2022.10.28

(단상. 541) 한국의 주사파는 술집에 있다.

말술을 들이키며 무속을 신봉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 유권자들의 선택이 옳았는지, 틀렸는지는 먼 훗날 역사가 말해줄 것이다. 현 정권은 반대파를 적으로 매도하면서 교도소에 수감하려고 애쓴다. 현 대통령은 "주사파들과 협치는 불가능하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누가 주사파냐?" 하고 기자가 묻자 그는 본인들이 잘 알 것이라고 했다.전형적인 얼버무림이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발언을 어떻게 생각할까? 참으로 궁금한 대목이다. 누가 주사파인가? 한국의 대부분 정치인들 (더불어 민주당 당원들, 정의당 당원 그리고 일부 국민의 힘 당원들)은 필자와 마찬가지로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북한의 김정은은 좋은 지도자가 못된다. 북한 주민들이 식량난으로 고초를 겪고 있는데, 연일 미사일을 쏘아대며, 나랏돈을 낭비하는 그..

3 내 단상 2022.10.27

(단상. 539) 루터의 "내일 세상이 몰락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

한겨례 신문에는 격언이 스피노자에게서 유래한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스피노자의 격언이 아닙니다. "내일 세상이 몰락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 “Wenn ich wusste, dass die Welt morgen untergeht, wurde ich dennoch heute einen Apfelbaum pflanzen” “Even if I should learn that the world would end tomorrow, I would still plant this apple tree today.” 많이 인용되는 말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이 말이 스피노자의 격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스피노자의 발언은 아닙니다. 서구 사람들은 마르틴 루터의 격언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3 내 단상 2022.10.01

(단상. 538) 피노키오의 코, 거짓을 말하는 정치가

한국의 대통령은 미국에서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중얼거렸다. 그곳은 수많은 정상들이 참석한 자리이기 때문에, 수많은 기자들이 귀를 기울이며 정상들의 일거수일투족, 한마디 한마디에 관심을 드러낸다. 한국의 철없는 대통령의 푸념은 영어로 번역되어 미국 전체를 뒤집어 놓았다. 미국의 공화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 말에 쾌재를 부르기도 했다. 16시간 후에 김은혜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이라고 돼 있다"고 해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지칭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은혜는 수십억 재산을 신고하지 않고 감추다가 경기도 지사 선거에서 낙선했다. 이번에는 대변인이 공개적으로 대통령의 푸념을 거짓말로 언론에 도배했다. 어..

3 내 단상 2022.09.30

(단상. 534) 문어의 죽음

나이든 부모는 자식에게 부담스러운 존재다. 그렇다고 자식만 탓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자식들은 생활비를 벌어야 하고, 자신의 아들딸을 돌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평균 수명은 78년이지만, 문어의 평균 수명은 4 - 5년에 불과하다. 무척추동물인 문어의 지능은 매우 높다. 자신을 구해준 사람에게 빨판으로 손을 들어 신호하고 멀리 떠나기도 한다. 문어는 자신이 낳은 많은 알을 정성스럽게 돌본다. 알에서 깨어난 생명체가 자발적으로 먹이 활동을 행할 때까지, 자식들의 곁을 지킨다. 행여나 다른 물고기에게 잡혀 먹힐까, 영양이 부실할까 노심초사하면서 육아에 몰두하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때부터 문어의 몸 상태가 서서히 나빠진다는 사실이다. 문어의 시각 세포 주위에서는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어 노화가..

3 내 단상 2022.05.31

(단상. 533) 시인은 당대에 무명이다

카를 슈피츠베크의 "가난한 시인"이라는 유화 작품이다. 시인은 비 새는 다락방에 머물면서 우산을 쓰며 살아간다. 1. 예술에 있어서 당락은 의미가 없다. 예술 작품은 상대적으로 평가될 수 없다. 낙선작이 당선작보다 더 나을 수 있다. 2.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은 기원전 427년에 디오니소스 연극 축제에서 수상작의 영광을 누리지 못했다. 당시 수상작은 필로클레스의 "아이스킬로스의 조카"라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수상작은 잊혀졌고, 소포클레스의 작품은 후세에 명작으로 회자되었다. 3. 두보는 평생 가난하게 살면서, 후원자의 도움으로 생계를 이어야 했다. 그의 명성은 그가 죽은 뒤에 알려졌다. 이태백과 쌍벽을 이루는 시인이라고. 4. 시인 횔덜린은 30년 넘게 튀빙겐의 어느 탑에서 칩거하면서 살았다. ..

3 내 단상 2022.05.06

(단상. 533) 검수완박은 정쟁이 아니다.

베르길리우스: "로마를 건립하는 것은 그렇게 힘든 작업이었구나 Tantare molis erat Romanam condere gentem." (아이네이스, 제 1권 33행) “자유를 위해서 비상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혁명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김수영 「푸른 하늘을」 일부) "민주주의는 하나의 모래성과 같다. 지을 때는 정밀한 자세와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조금만 방심해도 자유 민주주의는 무너지기 때문이다." (필자) .............................. 2022년 4월 16일 경향신문 사설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국회의원들은 민생 문제를 도외시하고 검수완박에 열을 올리고 있다..

3 내 단상 2022.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