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내 단상 183

(단상. 583) 비판이 없는 보도가 "진짜 뉴스"인가?

독일의 ARD, ZDF 방송국은 주로 사악하고 끔찍한 내용을 보도한다. 1980년대 독일에서 나는 광주 사태의 소름끼치는 장면을 시청한 적이 있었다. 계엄군이 백주 대낮에서 임산부를 살해하는 동영상이었다. 경악을 담은 동영상은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부끄럽게 만들었고, 너무나 창피하여 길거리를 걸어다닐 수 없었다. 그래서 은사에게 물었다. 방송국은 왜 그런 끔찍한 보도만 방영하나요? 아름다운 동양의 풍경을 보여줄 수는 없나요? 여기서 나의 은사는 고 (故) 헬무트 푀르스 박사를 가리킨다. 은사는 말했다. "방송이 진리를 전하고, 시청자가 사실을 접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어요. 먼 나라의 긍정적인 이야기는 이슈가 되지 않아요." 이동관 방송통신 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가짜 뉴스는 민주주의를 ..

3 내 단상 2023.09.13

(단상. 582) SKY 캐슬 허물고 교육을 개혁하자

대학 입시는 차제에 취업 구도를 미리 확정시키고, 사회의 계층을 서열화시킨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다시 말해서 금수저, 흙수저의 숙명적 구도 때문에 젊은이들은 거의 대부분 절망적 박탈감에서 벗어나기 힘이 든다. 남한의 젊은이들의 마음속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출신 성분과 학벌으로 인해 성공할 수 없다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팽배해 있다. 중앙대 김누리 교수는 학생들 사이의 등수 그리고 상대적 경쟁을 차단시키기 위해서는 대학 입시의 수정이 아니라, 대학 입시의 폐지를 강하게 주장하였다. 백번 타당한 말씀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를 폐지할 경우에 제시되어야 하는 다른 대안인데, 문제는 모든 단점을 일거에 해결할 뚜렷한 대안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교육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필자의 견해에 의하면 예..

3 내 단상 2023.08.28

(단상. 581) 아마존 그리고 오염수

아마존 열대 우림지역은 지구의 허파와 같다. 그곳의 울창한 삼림은 인간의 삶에 많은 도움을 주고, 특히 이산화탄소의 제거에 크게 공헌하고 있다. 그렇지만 남미의 숲은 서서히 황폐해가고 있다. 그곳의 25%에 해당하는 숲은 사라졌다. 브라질인들은 그곳의 목재를 팔고, 황금을 캐거나 석유를 시추하려고 한다. 브라질 대통령은 2023년 8월 초에 벨렝에서 열린 아마존 협력조약 기구(ACTO)에서 아마존 지역의 보존에 관해 토론했다. 모두가 아마존 열대 우림지역을 보존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각론에 있어서는 어떠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가령 룰라 대통령은 석탄과 석유 개발에 대해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를 취한다. 만약 아마존 숲의 보존을 위한 완강하고도 철저한 환경 정책을 실천하게 된다면, 브라..

3 내 단상 2023.08.11

(단상. 580) 신중함과 용기의 변증법

1. 높은 곳에 오르기는 어렵지만, 추락은 순간적이다. 2. 산에 오를 때 헉헉거리지만, 하산할 때 사람들은 편하게 뛰어내려오다가 무릎 부상 당한다. 3. 명심하라. 알피니스트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것은 높은 에베레스트 산이 아니다. 하찮은 돌멩이 하나가 우리를 쓰러뜨린다. 4. 천하무적 역도산은 골목에서 조무래기 깡패에게 "찌를 테면 찔러라"하고 배를 내밀다가, 결국 칼에 찔려 사망했다. 5. 컨디션이 좋을 때, 신중하고 조심하며 자제할 줄 알아야 한다. 6. 잘해보려고 하는 일은 무엇이든 힘이 든다. 진정한 용기는 겸허한 마음으로 노력하는 자세이다. 7. 포장마차 차리기는 힘이 들지만, 포장마차 뜯는 데는 1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8. 좋은 일은 인내심을 요한다. 자식 농사는 평생의 과업이다. 나쁜 ..

3 내 단상 2023.08.03

(단상. 579) 잘못을 바로잡아 주세요

브레히트의 방송극 「루쿨루스의 심문Das Verhör des Lukillus」 (1939)을 읽습니다. 루쿨루스는 로마 원로원 회원이자 장성입니다. 그는 인접한 나라를 정복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민초를 죽이고 겁탈하며 학살하였습니다. 루쿨루스가 사망한 다음 죽음의 계곡에서 그에 관한 재판이 개최되었습니다. 재판 결과 그는 수많은 죄로 인하여 암울한 지하 명부에서 비참하게 죽음 이후의 삶을 이어가게 됩니다. 그래도 생전에 유일하게 잘한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루쿨루스가 동방에서 버찌 나무를 가지고 돌아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로써 로마 사람들은 버찌를 맛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잘하는 일은 무엇일까요? 일단 13가지의 잘못부터 논하기로 합니다. 1. 검찰총장 재직 시에 수..

3 내 단상 2023.07.29

(단상. 578) 자식을 강하게 키워야 하는 이유

인간의 심리는 늙지 않는다, 세월이 흐를수록 몸만이 늙어갈 뿐이다. 대부분의 인간은 두뇌의 3분의 1만 사용하고 죽는다, 심리는 그대로이고, 몸은 늙어가며, 두뇌는 무한정 개발이 가능하다, 우수하고 현명한 인재들이 늙어서 죽고, 새로 태어난 아이는 모든 지식과 삶의 방식을 처음부터 습득해야 한다, 이러한 사실이야 말로 인류의 역사가 발전을 거듭하지 않는, 혹은 너무 느리게 발전하는 결정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갓 태어난 자식은 예쁘고 귀엽다. 곁을 스쳐 지나가는 젊은 아가씨는 너무 호듯해서 고개를 돌려 쳐다보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잘 느끼지 못한다. 그들의 외모가 사랑스럽고 앙증맞을 뿐이지, 심리가 그러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 말이다, 가령 남자들은 살결이 부드러운 아가씨의 마음 역시 말..

3 내 단상 2023.07.28

(단상. 574) 수능 시험이 전부가 아니다.

1. 수능은 일회용 게임이다.: 한국에서 수능시험은 자신의 경제적인 삶을 결정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수능을 잘 치면, 만사가 OK라고 한다. 그러면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고, 미래가 보장된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어떻게 해서든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만이 능사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사교육비 지출은 아깝지 않다. 나중에 본전을 뽑으면 된다고 여긴다. 수능을 치른 다음에 젊은이들은 더 이상 책을 읽지 않는다. 이공계 학생들은 기계와 AI만 잘 활용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인문사회계 학생들도 AI가 모든 일을 처리해 준다고 믿고 있다. 쳇 지피티가 있기 때문에 자료 수집, 번역, 글쓰기 등이 해결된다고 지레짐작한다. 2. 돈을 버는 게 능사인가? 과연 내가 대학에 들어간 다음에 자신의 영역에서 어느 정도 ..

3 내 단상 2023.06.21

(단상. 571) 나누어라 그리고 지배하라

"나누어라 그리고 지배하라!Divide et impera"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은 루이 14세라고 한다. 그는 "나누어라 그리고 지배하라. Diviser pour régner"하고 말하곤 하였는데, 나중에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이 말을 인용하였다. 모든 것을 구분하는 것은 남성적 시각적 요소론적인 사고에서 유래한 것이다. (윤노빈) 무언가를 정복하려는 자는 눈으로 대상을 깔본다. 그리고는 이 대상을 구분하고 분할한다. 대상을 구분한다는 것 자체가 그 대상을 소유하고 정복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구분하고 분할하는 것은 악마의 소행이다.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을 구분하고, 이간질하며 서로 싸우게 만드는 자는 사악한 의도를 지니고 있다. 호모 아만스는 이러한 구분을 처음부터 배격한다. 성을 남..

3 내 단상 2023.05.30

(단상. 570) 어떤 유형의 인간인가?

어처구니없는 정황 속에서 말 못할 상실감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러면 우리는 불현듯 우울 속으로 빠져든다. 애타게 갈구하던 무엇이 나에게서 벗어날 때 “나”는 무감각의 상태에 침잠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주의력이 결핍되고, 일이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면, 자신감이 결여되고, 심지어는 심한 자책과 함께 마음속에서 열등의식이 떠나지 않는다. 문제는 우울증이 자살 위험을 담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울증의 경우 조현병과는 달리 도파민 분비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울증을 약물로 치료하려는 것은 상당한 주의를 필요로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조현병의 경우와는 달리 여러 가지 다른 요인에 의해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밖에 사이코패스..

3 내 단상 2023.05.23

(단상. 569) 당신에게 나는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

친애하는 M, 보내드린 나의 책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4"를 잘 받았는지요? 퇴직 후에도 집필에 몰두하는 이유는 오로지 젊은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흙문학 아카이브를 개설한 것도 그 때문이지요. 내가 지는 태양이라면, 당신은 뜨는 태양이지요. 이제와서 나에게 명성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상과 공적이 무슨 커다란 기쁨을 줄까요? 그렇지만 나는 -황지우 시인의 표현을 빌자면- 최소한 당신에게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가 되고 싶습니다. 오늘은 스승과 제자에 관해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자고로 스승과 제자는 시대착오적 개념으로서 이조시대에 사용된 바 있습니다. 비의적인 학문을 습득하려고 천리 길을 마다하지 않고 선생을 찾아와 3년 동안 허드렛일을 하며 머슴처럼 지내다가, 고매한 학문을 전수하고..

3 내 단상 2023.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