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내 단상

(단상. 583) 비판이 없는 보도가 "진짜 뉴스"인가?

필자 (匹子) 2023. 9. 13. 10:58

독일의 ARD, ZDF 방송국은 주로 사악하고 끔찍한 내용을 보도한다. 1980년대 독일에서 나는 광주 사태의 소름끼치는 장면을 시청한 적이 있었다. 계엄군이 백주 대낮에서 임산부를 살해하는 동영상이었다. 경악을 담은 동영상은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부끄럽게 만들었고, 너무나 창피하여 길거리를 걸어다닐 수 없었다.

 

그래서 은사에게 물었다. 방송국은 왜 그런 끔찍한 보도만 방영하나요? 아름다운 동양의 풍경을 보여줄 수는 없나요? 여기서 나의 은사는 고 (故) 헬무트 푀르스 박사를 가리킨다. 은사는 말했다. "방송이 진리를 전하고, 시청자가 사실을 접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어요. 먼 나라의 긍정적인 이야기는 이슈가 되지 않아요."

 

이동관 방송통신 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가짜 뉴스는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국가를 문란하게 하므로 철저히 차단해야 합니다." 뉴스가 가짜인지 아닌지는 국민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다. 이동관은 국민을 철이 들지 않은 어린아이라고 생각하고 사전에 정부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걸러내려는 심사인 것 같다. 진짜 뉴스는 비판이 제거된 뉴스인가?

 

삼단 논법으로 생각해 보자. "1. 가짜 뉴스는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국가를 문란하게 하므로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2. 나에게 유리한 뉴스는 진짜 뉴스고, 자신에게 불리한 뉴스는 가짜 뉴스다. 3. 따라서 나의 생각은 민주주의고, 나 자신이 바로 국가이다." 이게 말이 되는가?

 

안하무인도 이러한 안하무인이 없다. 궤변도 이러한 궤변이 없다. 문재인 정부도 방송에 영향을 끼치려고 했지만, 이 정도로 막무가내는 아니었다. 언론과 방송이 현 정부를 찬양하기만 하면, 국민의 귀는 과연 닫힐까?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간에 언론이 비판의 기능을 상실하면, 그 나라는 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