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 52

쿠르트 마르티의 조사(弔辭)

조사쿠르트 마르티  그미가 스물 살 적한 아기를 가졌을때그미에게 결혼해야 한다는명령이 내렸습니다 그미가 결혼했을 때그미에게 모든 공부를포기하라는명령이 내렸습니다 그미가 서른이 되어일하려는 욕망을 보였을 때가사만을 돌보라는명령이 내렸습니다 그미가 사십이 되어다시 한 번 살려고했을 때체통과 미덕을 지키라는명령이 내렸습니다 그미가 나이 오십에쇠약해지고 삶에싫증났을 때 그미의 남편은젊은 여자에게 갔습니다 친애하는 이웃들이여우리는 너무 많이 명령합니다너무 많이 복종합니다너무 적게 삽니다 Leichenreden als sie mit zwanzigein kind erwartetewurde ihr heiratbefohlen als sie geheiratet hattewurde ihr verzichtauf alle st..

21 독일시 2024.10.23

서로박: 괴테의 '서동 시집'

괴테는 "서동 시집"에서 페르시아 시인 하피스 (1317/ 25 - 1389/ 90)의 시를 읽고 오리엔트의 세계를 작품화했다. 당시 1814년 요젭 폰 함머-푸르크슈탈의 하피스의 독일어 번역 작품이 괴테에게 감동을 주었다. "서동 시집"은 東西의 문화 그리고 두 시인의 交感을 형상화시키고 있다. (당시 이미 신대륙의 삶이 전해졌으나, 유럽인들은 페르시아 지역을 여전히 동방이라고 믿고 있었다.) 괴테는 스스로를 하피스의 쌍둥이 동생이라고 간주하고, 자신의 고유한 모방시를 하피스보다 더 탁월하게 창조하려고 했다. 괴테는 하피스의 시를 읽고,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젊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하여 그는 1814년 라인 강 마인 강 그리고 네카 강변으로 여행을 떠났다. 이때 “동방의 세계는 인류의 근..

21 독일시 2024.10.21

박설호: 땅 위에 그려진 일 (一)

손바닥에 쓰여 있는 王이라는 글자 - 이 역시 하나의 퍼포먼스인지 모른다. 나라를 다스리고 싶은 야심으로 가득 차 있다. 그래, 대장부라면 누구나 한번쯤 품을 수 있는 욕망일 것이다. 그렇지만 누구를 위한 욕망인가? 일순간 하나의 일화가 필자의 뇌리에 스쳤다. 그것은 한자로 점을 치는 기인에 관한 이야기다. 때는 바야흐로 기원 후 910년 무렵이었다. 여름이 끝날 무렵 개성으로 향하는 양주 근처의 길목 장터에서는 한자로 점을 치는 사내가 있었다. 그는 64개의 골판지에다 제각기 다른 한자를 써넣은 다음에, 이것들을 땅 위에 가로 여덟 개, 세로 여덟 개로 배열해 놓았다. 이곳의 토박이와 장돌뱅이들은 그 앞에 모여서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다. 사내는 동전 몇 닢을 받은 다음에 글자를 가리키는 사람의 운세를 ..

2a 나의 산문 2024.10.20

서로박: (3) 장 파울의 '거인'

(앞에서 계속됩니다.) 13. 로크바이롤, 죽음을 연습하다.: 로크바이롤은 어둠 속에서 린다를 만납니다. 그렇지만 그는 린다에게 가까이 다가가지는 않습니다. 대신에 알바노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자신이 먼저 권총으로 자살할 테니, 뒤이어 자살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순간 로크바이롤은 실제 현실에서 자신의 극작품을 연기한 셈입니다. 린다는 야맹증 환자였지만, 귀마지 어두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미는 어둠 속의 남자가 알바노가 아니라는 사실을 예리하게 간파합니다.  로크바이롤은 권총으로 자살하는 흉내를 내려고 방아쇠를 당깁니다. 이때 그는 즉사하고 맙니다. 안타깝게도 육혈포에 총알이 하나 박혀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린다는 이 순간 경악에 사로잡힙니다. 친애하는 P..

40 근대독문헌 2024.10.20

서로박: (2) 장 파울의 '거인'

7. 알바노와 로크바이롤: 알바노와 린다는 제각기 다른 곳에서 양육됩니다. 물론 두 사람은 3년 동안 이졸라 벨라에서 유년 시절을 함께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알바노는 17세까지 블루멘뷜에 있는 농장주 베어프리츠의 집에서 성장하게 됩니다. 그는 그곳에서 교양을 쌓으며, 훌륭한 젊은이의 면모를 드러냅니다. 알바노의 여러 명의 은사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나갑니다. 농장 기술자이자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디안, 도서관 사서이자, 때로는 복수의 광기에 사로잡히는 희극적인 인물 쇼페 그리고 출판인 아우구스티 등이 알바노의 은사들이었습니다.  주인공 알바노는 시간이 흐를수록 늘름한 풍모를 자랑하게 됩니다. 게다가 깊고 현명한 사고를 견지하며, 따뜻한 품성을 스스로 갈고 닦습니다. 어느 날 알바노는 체자라 백작의 명에 ..

40 근대독문헌 2024.10.19

서로박: (1) 장 파울의 '거인'

1. 위대한 반고전주의 작가, 장 파울: 친애하는 P, 장 파울 (Jean Paul, 1763 – 1825)은 독일의 천재적인 반고전주의 작가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그밖에 프리드리히 횔덜린 그리고 클라이스트가 나머지 반고전주의 작가입니다. 장 작 루소에게서 영향을 받은 그는 독일 산문을 세계적 수준으로 올려놓았습니다. 그의 언어유희, 풍자와 예리한 암시적 표현 등은 후세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러나 그의 탁월한 문체 그리고 언어구사는 번역작업을 어렵게 하여, 영미권은 물론이며, 남한에서도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2. 감정의 온탕, 풍자의 냉탕: 오늘은 장 파울의 소설 『거인』을 언급하려고 합니다. 이 작품은 장 파울의 대표작으로서 동시대인들로부터 “감정의 온탕 그리고 풍자의 냉탕”..

40 근대독문헌 2024.10.19

서로박: (2) 귄터 드 브륀의 '문학 상 수상'

(앞에서 계속됩니다.) 6.테오 오버벡은 연구소 소장 직으로 일하는 리프셔 교수를 찾아가서 문학상 찬사의 글에 관해서 상의합니다. 리프셔 교수는 사회주의 통일 당(SED)에서 막강한 힘을 지닌 자입니다. 그는 수십 년 동안 문학 평론가로 활동한 주인공의 문학적 판단을 처음부터 끝까지 무시합니다. 그는 주인공이 어떤 주관주의의 맹목성에 침잠해 있다고 말하면서, 힐난합니다. 주인공은 교수의 말에 몹시 실망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교수의 말을 수용하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만약 대들면서 따지면, 연구소에서 일하는 직책마저 상실하리라는 것을 주인공은 잘 알고 있습니다. 슈스터의 소설을 끝까지 비판하며, 찬사의 글을 쓰지 않으면, 주위로부터 고립되거나, 당국으로부터 체제 비판의 평론가라는 낙인이 찍힐지 모릅니다. ..

45 동독문학 2024.10.18

서로박: (1) 귄터 드 브륀의 '문학 상 수상'

1.우리나라 속담 가운데에는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라는 게 있습니다. 인간은 외부로부터 크고 작은 충격이나 자극에 직접적으로 대처하지 못합니다. 가족, 혹은 직장 동료들로부터 받은 크고 작은 상처는 다른 곳에서 폭발하지요. 이는 흔히 심리학에서 “투사Projektion”라는 심리적 방어기제로 설명됩니다. 우리 대부분이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인 까닭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비록 이성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다독인다고 하더라도 외부로부터 감염된 심리는 다른 곳에서 앙갚음으로 튀어나오곤 합니다.  특히 소시민들은 문제의 해결을 위한 정당한 방법을 찾지 않습니다. 그들에게는 힘도 없고 용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은 사회적인 거대한 힘에 대해 직접적으로 저항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정상적..

45 동독문학 2024.10.17

(명저 소개) 김유동의 충적세 문명

1.김유동 교수의 『충적세 문명』은 학계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가치를 지닌 문헌이다. 이 책은 만년을 거슬러 올라가,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는 문명사를 천착하고 있다. 이로써 저자는 여러 문화 구조의 특성을 도출해내어 서로 비교하려고 한다. 연구에서 저자가 채택하고 있는 방식은 “사실에 대한 역사학의 고증 작업” 뿐 아니라, “인간의 상상을 동원한 고대 문화의 흔적 내지는 징후 읽기”이다. 왜냐하면 선사 시대의 문화에 대한 검증은 문헌 연구 작업으로서는 무척 힘들고, 게다가 자료 선택의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리 말하건대 김 교수의 책은 오랜 숙고와 독서의 과정을 거쳐 집필된, 근래에 보기 드문 역작이다. 특히 어떤 세부적 사안에 대한 논평은 적확하고, 깊이 새겨둘만한 것이다...

1 알림 (명저) 2024.10.15

박설호의 시, '윤이상'

윤이상박설호 내 다시 겪을 수 있으랴통영여고 음악실에서서툴게 바이올린 껴안던보조개 그미의 하얀 블라우스검은 치마 가까이서 숨죽이던동백꽃의 향기를 내 어찌 잊을 수 있으랴비진도 숲속의 현호색평생 함께 살자 하던고백의 순간 봄의 두근거리던욕망을 그림자로 가려주던팔손이 나뭇잎을 내 온통 삭일 수 있으랴통영 갓집 돌담 아래조개구이 냄새 풍기던 저녁처녀 귀신 그림자 학도병의눈물처럼 물결 튕기던 파도해외 유학의 꿈을 실린 곳: 박설호 시집 "반도여 안녕 유로파", 울력 2024.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 ( 尹伊桑 , 1917 - 1995) 의 교향곡 모음집  다음을 클릭하면 윤이상에 관한 이야기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https://www.youtube.com/watch?v=r9EEnHGaTIs

20 나의 시 2024.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