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근대독문헌

서로박: (1) 장 파울의 '거인'

필자 (匹子) 2024. 10. 19. 10:30

1. 위대한 반고전주의 작가, 장 파울: 친애하는 P, 장 파울 (Jean Paul, 1763 – 1825)은 독일의 천재적인 반고전주의 작가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그밖에 프리드리히 횔덜린 그리고 클라이스트가 나머지 반고전주의 작가입니다. 장 작 루소에게서 영향을 받은 그는 독일 산문을 세계적 수준으로 올려놓았습니다. 그의 언어유희, 풍자와 예리한 암시적 표현 등은 후세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러나 그의 탁월한 문체 그리고 언어구사는 번역작업을 어렵게 하여, 영미권은 물론이며, 남한에서도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2. 감정의 온탕, 풍자의 냉탕: 오늘은 장 파울의 소설 『거인』을 언급하려고 합니다. 이 작품은 장 파울의 대표작으로서 동시대인들로부터 “감정의 온탕 그리고 풍자의 냉탕”이라는 격찬을 받았습니다. 작품은 오늘날까지 계몽적 사타이어와 종교적 희망 등이 뒤엉킨 훌륭한 명작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1800년에서 1803년 사이에 네 권으로 간행된 바 있습니다. 여기에 첨가되는 것은 두 권으로 이루어진 『거인에 대한 우스운 부록』입니다. 장 파울은 1797년에 집필을 착수하여, 시민적 영웅이 지닌 “선하고 이상적인 재능”을 다루려고 계획하였습니다. 물론 주인공의 사랑의 삶이 중요하나, 작가가 이를 전적으로 다루려고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원래 이 작품은 교육 소설로서 집필될 예정이었으나, 나중에 연애 소설로 뒤바뀌게 되었습니다. 문체와 언어의 측면에서도 이 작품은 장 파울의 다른 문헌과 비교됩니다. 작품 내용은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으며, 소설의 소재 및 주제로부터 벗어나는 에피소드는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습니다.

 

 

독일 문학에서 가장 위대한 소설가 장 파울 (1763 - 1825). 그러나 남한에서는 잘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번역의 어려움 때문이다.

 

3. 고전주의의 특성을 담고 있지만, 고전주의 작품은 아니다: 사실 『거인』은 장 파울의 다른 소설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이질적 요소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작품은 줄거리 그리고 구성에 있어서 철저한 구도로 직조되어 있습니다. 풍자와 알레고리 그리고 우스꽝스러운 비유 그리고 놀라운 언어유희 등은 이 작품에서 그렇게 많이 눈에 띄지 않고 있습니다. 줄거리에서 벗어나는 에피소드 역시 드물게 나타나며, 작가를 떠올리게 하는 저자의 논평 역시 현저하게 생략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독문학 연구자들은 이 소설이 바이마르 고전주의의 소설 작품과 매우 가깝다고 평가할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장 파울은 생전에 독일 고전주의 산문 작품에 대해서 부분적으로 거리감을 취했습니다. 문체는 무척 현란하며, 당시의 현실을 고려할 때 유머러스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 『거인』은 오늘날의 독자들도 즐겨 읽는 문헌 가운데 하나입니다.

 

4. 비밀스러운 왕자: 소설의 맨 처음에 부각되는 것은 어린아이의 입양 사건입니다. 시민적 영웅은 나중에 “비밀스러운 왕자”라는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납니다. 이에 관한 언급은 "거인에 대한 우스운 부록"에서 언급되고 있습니다. 부록 1권에는 작가의 풍자가 잡지 순서의 형식으로 개진되고 있으며, 제 2권에 등장하는 인물은 지아노초 제부흐입니다. 말하자면 장 파울은 인간을 혐오하는 풍선 여행가의 혀를 빌어 19세기 초의 독일 사회를 비판하려고 하였습니다. 부언하건대 부록은 원작과 전적으로 일치되지는 않습니다. 시민주의의 이상을 지닌 젊은이가 미래의 군주로 변신하는 소설적 모티브는 그 자체 비판적입니다. 장 파울은 시민에 대한 비판보다는 귀족에 대한 비판을 더욱 강조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작가는 봉건 교육의 개혁을 무엇보다도 강조하려고 했습니다. 거인은 작품 내에서 제후들을 지칭하며, 거인주의는 제후들의 절대적 권한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거인”은 작품 내에서 부정적 의미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옥센코프에 있는 장파울 산책길. 오늘날에도 잘 보존되어 있다.

 

5. 아기를 바꾸어 키워야 하는 운명: 소설의 배경은 고대 이탈리아입니다. 이야기는 소공국 호엔플리스의 군주 부인 엘레오노레가 그미의 아들, 알바노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알바노입니다. 소공국의 황태자는 첫째 아들 “루이기”입니다. 이웃 국가 하르하르는 호엔플리스 공국을 위협하며, 사내아이들을 모조리 암살하려고 합니다. 사내아이가 태어나지 말아야, 소공국 호엔플리스의 세력이 약화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날 엘레오노레는 둘째 아이를 임신합니다. 그미는 둘째 아들이 태어나면 위험에 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때 그미의 여자 친구인 백작 부인 “체자라” 역시 공교롭게도 임신 중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한 가지 비밀스러운 약속을 체결합니다. 만일 사내아이가 태어나면, 서로 아기를 바꾸어서 키운다는 게 바로 그 약속이었습니다.

 

6. 알바노, 다른 사람에 의해서 자라다. 어느 날 엘레오노레는 이란성 쌍둥이를 낳게 됩니다. 아들에게는 알바노, 딸에게는 율리안네라는 이름을 지어줍니다. 여자 친구, 체자라는 딸을 출산하게 되는데, 그미는 린다라고 불리게 됩니다. 알바노는 이제부터 약속대로 체자라의 아들로 자라야 합니다. 엘레오노레는 갓 태어난 아들을 여자친구에게 넘겨주어야 하는 데 대해 고통을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약속은 약속입니다. 게다가 아들이 그냥 호엔플리스 공국에서 자라면, 나중에 어떻게 처형될지 모를 일이었습니다. 안전을 위해서 엘레오노레는 아들 알바노를 여자 친구인 체자라에게 안겨줍니다. 이때 그미는 체자라에게 한 가지 사항을 당부합니다 군주가 아들을 가까이 지켜볼 수 있도록, 아기가 가급적이면 궁성 가까이 양육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때 가스파르 체자라 백작과 백작 부인은 알바노를 양육하는 대가로 한 가지 조건을 제시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알바노와 린다를 먼 훗날 결혼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상기한 사실은 소설의 맨 마지막 대목에서 밝혀집니다. 그렇기에 독자는 주인공 알바노가 어째서 아버지인 체자라 백작의 사악함에 이리저리 이끌리는지 분명하게 간파하지 못합니다.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