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 49

박설호: (1) 블로흐와 루카치, 사상과 예술론의 차이점

“철학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물질과 유토피아의 시스템을 설정하는 일이다. 마르크스주의는 여기에 포함되는 사항이다.” (블로흐)“자연 주체에 관한 논의는 마르크스주의에서 일탈한 사고로서 인간의 관점에서 벗어난다.” (루카치) 1. 인간과 자연: 에른스트 블로흐의 사상적 진수를 압축해놓은 문헌, 『흔적들 Spuren』에는 물질과 관계되는 에피소드가 실려 있습니다. “우주는 참으로 광활한데, 우리 앞에 위치한 성 피터 성당의 높이는 얼마나 볼품없이 가련한가요? 만약 지구가 할 말이 있다면서 리스본에서 모스크바까지 입을 쫙 벌리고, 비밀스럽게 몇 마디 근원의 말씀을 외친다면, 어떨까요? 이때 지방 문화를 애호하는 현명한 친구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그 따위 헛소리는 논의라고 말할 수 없지요, 아니, 아마 쓸데..

27 Bloch 저술 2024.09.30

(명시 소개) 윤경재의 시, 쑥부쟁이

쑥부쟁이윤경재 제 이름 모르는 채 들국화라 홀대하다연보라 뽐내거나 노란 꿈 비교 않네바람에 흔들거려도속정 깊은 누이여 불쟁이 아버지와 동생들 헌신 봉양무심한 나무꾼과 노루도 감동하고죽음도 차마 못하여들꽃으로 피웠네 벼랑을 넘어서는 여여한 징검다리못다 부른 사랑의 숨결을 되살렸어괜찮아 누군가의 꽃깊은 가을 사르네

19 한국 문학 2024.09.29

카린 키부스의 두 편의 시

카린 키부스는 1942년 베를린에서 태어나다. 베를린 자유 대학에서 신문방송학, 독문학 그리고 정치학을 공부한 그미는 프랑크푸르트, 함부르크 등지에서 편집자로 일하다. 1976년 시집 『현재의 양면에 관하여 (Von beiden Seiten der Gegenwart)』를 간행하다. 그미의 시는 주로 일상을 주관적으로 표현하는데, 냉정하고 명징한 표현을 선호한다.    작가들에게 카린 키부스 세상은 잠들어 있다너희의 탄생 시간에 오로지 낮꿈에 의해너희는 세상을 깨운다 거친, 달콤한, 투박한모험을 행하라고 현실의 부분 오랫동안유희 속에서 정복될 수 없다  An die Dichter von Karin Kiwus: Die Welt ist eingeschlafen/ in der Stunde eurer Geburt..

21 독일시 2024.09.28

송용구의 시 '바람 소리'

바람 소리- 어느 의사의 고백 -송용구 앞 못 보는 자의 눈이 되고앉은뱅이의 다리가 되는그런 삶을 살아가지 못한다면너의 눈과 너의 다리는죽은 것이나 다름없다고나의 혀끝에전사(戰士)처럼 칼을 들이대던스무 살적 바람소리여백일몽을 가위누르던서슬 퍼런 바람 소리여나를 잊으라 나를 용서하라 온 하루 빈 들녁에 퍼붓던겨울 소나기 잠잠해지면나는 쓸쓸히 저무는 강가에 꿇어 앉아잊혀진 연서 (戀書)의 언약 같은마른 억새 잎으로 입술을 내리치며눈시울 붉은 달빛 속에저주 받은 승냥이의 울음을꺼이꺼이 게워내고 있는가   송용구 시인이 어떠한 계기로 이 시를 집필했는지 나는 모른다. 아마도 젊은 날 "공부해서 남 주어야 한다."고 다짐하지 않았을까?  그래, 한 인간으로 태어나, 이웃과 사회 그리고 나라에 도움을 주는 삶을 살..

19 한국 문학 2024.09.28

힐데 도민의 시 '청원'

힐데 도민 (1912 - 2006)은 (본명: 힐데 팔름) 1912년 유대인 법률가의 딸로서 쾰른에서 태어나다. (그미의 출생 연도는 실제로는 1909년이라고 한다.) 1929년 아비투어를 마친 뒤 쾰른 대학에서 국민 경제학, 사회학을 공부했으며, 카를 야스퍼스와 칼 만하임에게서 철학을 배우다. 1932년 로마로 망명하여, 피렌체 대학에서 “마키아벨리의 선구자로서의 폰타누스”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다. 도민은 1939년까지 로마에서 어학 교사로 일하다가, 나치의 위협 때문에 영국을 경유하여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망명하다. 처음에는 번역가, 건축 사진사 등으로 일하다가, 1947년부터 1952년까지 산토도밍고 대학에서 독일어를 가르치다. 1951년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접한 뒤에 도민은 시를 쓰기 ..

21 독일시 2024.09.26

김지하의 시, '말씀'

말씀                              김지하 하는 일 없이 안하는 일 없으시고달통하여 늘 한가하시며 엎드려 머리 숙여밑으로 밑으로만 기시어 드디어는한 포기 산속 난초가 되신 선생님출옥한 뒤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비록 사람 자취 끊어진 헐벗은 산등성이사철 그늘진 골짝에 엎드려 기며 살더라도바위틈 사란 한 포기 품은 은은한 향기는장바닥 뒷골목 시궁창 그려 하냥 설레노니바람이 와 살랑거리거든 인색치 말고먼 곳에라도 바람 따라 마저 그 향기 흩으라.  출전: 김지하 시집 애린, 실천문학사 1986.

19 한국 문학 2024.09.26

풍요 속 인간 관계 복원을 고민하다. 전홍준의 시, '아요'

나: 전홍준 시인은 2020년 말에 시선집 『흔적』을 간행했습니다.너: 그는 “간결하고 투박한 문체로 작품을 창조하는 고향 시인”입니다. 시편들은 홍준 시인의 활달한 성격과 정교한 투시력이 결합된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홍준 시인은 언어로 조작하는 수많은 시인들의 경우와는 달리 압축을 선호하고 단어 하나하나가 정확하게 핵심을 찌르고 있습니다.나: 그렇지만 시적 주제가 독자에게 수월하게 전달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요?너: 홍준 시인은 단어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게 사용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시적 유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심하게 정독해야 합니다.나: 몇몇 사람들은 이러한 유형의 시 대신에 수사와 수식으로 수놓은 작위적인 시를 선호합니다. 바로 이러한 까닭에 전홍준의 시적 가치가 지금까지 제대로 수용되지 않..

19 한국 문학 2024.09.24

자연 법과 유토피아

10년 전에 간행된 책입니다. 지금 다시 읽으니 많아 부족합니다.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내용을 보완하도록 하겠습니다.  목차 서문 _ 51부사상의 보석은 아직 숨어 있다. _ 13에른스트 블로흐의 『유토피아의 정신』 _ 23에른스트 블로흐의『 유토피아의 정신』(제2판) _ 29에른스트 블로흐의『 혁명의 신학자로서의 토마스 뮌처』 _ 35문학과 환상에 관한 12개의 고정 관념 _ 41자연법과 계층 사회 _ 55자연법과 만인의 평등* _ 772부천년왕국의 사고와 유토피아 _ 87유토피아의 시간화, 혹은 시간 유토피아 _ 103유토피아, 디스토피아 그리고 주체 유토피아 _ 113블로흐의 유토피아에 관한 반론과 변론 (2)* _ 1253부이반 일리치의『 젠더』이론 비판 _ 157원시사회는 암반 위에 있고, 문명..

1 알림 (명저) 2024.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