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 82

니콜라스 기옌의 시 '할 수 있니?'

할 수 있니? 너는 나에게 공기를 팔 수 있겠니? 손가락 사이로,너의 얼굴로 부는, 너의 머리칼을 헝클리게 하는 공기를?어쩌면 너는 내게 5페소의 바람을 팔 수 있을 거야,아니 더 많은 어떤 거대한 폭풍을?너는 내게 온화한 공기를팔 수 있겠니? 공기를(모두를 위한 게 아니라도) 너의 정원,너의 정원에서 새와 꽃을당기는 공기를, 10페소의온화한 공기를. 공기는 빙글 돌아나비와 유희하고 아무도그걸 가질 수 없어, 아무도. 너는 나에게 하늘을 팔 수 있겠니?파란 하늘 혹은 잿빛,너의 정원과 함께 어느새 네가 팔아치운하늘 한 자락, 너는 믿고 있니?누군가 집 딸린 처마를 사듯이 그렇게.너는 나에게 일 달라 어치의하늘을 팔 수 있겠니?, 2 킬로미터하늘을, 네가 내놓을 수 있는 네 하늘의어떤 부분을? 하늘은 구름..

22 외국시 2024.07.02

박설호: (5) '아직 아님'의 변증법

(앞에서 계속됩니다.) 20. “아직 아님”의 세 가지 특징 (1) 현존재는 존재를 지향한다: 블로흐는 아직 아님이라는 과정 철학적 카테고리의 특징을 세 가지 사항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첫째로 세계는 블로흐에 의하면 “가능한 구원의 실험실Laboratorium possibilis salutis”입니다. 우리의 세상은 “아직 아님”이라는 관점에 의해서 차제에는 반드시 구원받게 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구원에 관한 문제는 마치 멀리 보이는 지평처럼 분명히 설정되어 있습니다. 블로흐는 현존재가 나중에 존재로 변모하는 것을 구원의 과정으로 이해합니다.  언젠가 하이데거는 존재의 구분과 차이를 언급하면서, 그것을 정태적으로 구명하였는데, 블로흐는 이를 비판합니다. 존재는 블로흐에 의하면 한 번..

27 Bloch 저술 2024.07.02

서로박: 브라쉬의 '아버지 이전에 아들이 죽는다.'

오늘은 다재다능한 비련의 작가, 토마스 브라쉬 (Thomas Brasch, 1945 - 2001)에 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토마스 브라쉬는 시, 단편 소설, 장편 소설, 극작품, 시나리오, 평문 등을 집필하였을 뿐 아니라, 배우, 연출가, 영화감독으로도 활동했습니다. 게다가 놀라운 것은 브라쉬가 다루는 문학적 주제가 결코 한두 가지의 틀에 얽매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의 문학적 주제는 국가의 문제, 현대인의 소외된 삶, 예술에 관한 성찰, 자연 파괴의 문제 등 무척 다양합니다. 이러한 다재다능한 그의 능력은 아쉽게도 찬란하게 만개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오랫동안 이른바 정겹지만 폐쇄적인 동독에서 작품 발표의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외부의 검열 체계는 오랜 기간 동안 작가의 의..

45 동독문학 2024.07.01

(명저) 노영돈, 류신 외: 독일 신세대 문학

노영돈, 류신 외: 독일 신세대 문학, 민음사 2013 이 책은 1990년 이후 독일 문학계의 지형 변화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지은이 (노영돈,류신,박희경,배기정,이영기)들은 독일 신세대 작가들의 문학적 경향을 천착하고 있다. 동독문학에 대한 냉정한 평가 그리고 독문학 연구에서 새롭게 등장한 신진작가들의 문학적 경향을 다루고 있는데, 지금까지 제대로 연구된 바 없다.  카렌 두베,유디트 헤르만,크리스티안 크라흐트,벤야민 폰 슈투크라트바레마르셀 바이어,다니엘 켈만토마스 브루시히,예니 에르펜베크,잉고 슐체 등

1 알림 (명저) 2024.07.01

(단상. 511) 덴마크에 가보라 2

덴마크에 가 보라. 그곳에서는 국민 고등학교라는 농민 교육 기관이 있다. 남한 사람들은 미성년자만 학교 다녀야 한다고 지레짐작한다. 그만큼 우리는 어른이 되면 학교에 가서 공부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웃과 대화도 제대로 나누지 않는다. 트러블이 생기면 사람들은 당구공처럼 부딪쳐 서로 언성을 높일 뿐이다. 덴마크 성인 남녀들은 학교에 가서 배우고 토론한다. 우리에게도 성인 자유학교가 필요하다. 도박이나, 술 등을 즐기는 대신에, 성인 자유 학교에서 토론하고, 춤추면, 자연스럽게 인간적인 정을 나눌 수 있다.   덴마크의 국민 고등학교의 정경 덴마크에 가 보라. 그 나라에는 학교 무상 급식이 없다. 덴마크 아이들은 등교하기 전에 스스로 도시락을 싸야 한다. 스스로 도시락을 챙기지 않으면, 그 학생은 굶어야 한..

3 내 단상 2024.07.01

(단상. 510) 덴마크에 가보라 1

덴마크에 가보라. 거기서 사용되는 언어는 덴마크어인데, 독일어와 비슷하다. 브레히트와 벤야민이 30년대 말에 망명한 지역, 작은 조합 공동체가 형성되어 있는 곳, 그곳 사람들은 거대한 국가보다도, 작은 조합 사회를 갈구하며 지금까지 살아왔다.   덴마크의 항구 도시의 모습덴마크에 가보라. 그곳 사람들은 주위 사람들과 등지며 살아가지 않는다. 다른 인종에 대해서도 배타적이 아니다. 닐스 보어의 회고록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독일 점령 사령부가 덴마크에 살고 있는 유대인을 색출하기 위하여 덴마크 정부에게 다음과 같이 통보하였다. 즉 유대인들은 몇 날 몇시부터 노란 별표 (십자성)를 착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때 덴마크 국왕 자진해서 노란 완장을 찼다고 한다. 그러자 덴마크 모든 국민들도 노란 별표..

3 내 단상 2024.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