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 51

서로박: (4) 여인들의 브레히트, 사랑의 슬픔

(앞에서 계속됩니다.) 4. 마리아 로자 아만 (1901 – 1988) 여자: 하이너 뮐러는 장시 「이를테면 아이아스」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하였습니다. “브레히트의 비석은 한그루 밋밋한 자두나무” (Müller: 297). 자두는 여성의 생식기에 대한 객관적 상징물인데, 브레히트가 연속적으로 갈구한 대상이겠지요? 남자: 그렇지만 사랑의 감정이란 순간적 스침이었습니다. “마치 철새가 날아가는 모습” (「Die Liebenden」), 혹은 마치 구름 사이로 달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적 쾌락이었지요. 여자: 시간의 흐름은 하나의 아련한 아쉬움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누구도 시간을 거스를 수 없지요. “시간은 모든 것을 갉아 먹는다.Tempus edax rerum.”고 하지 않습니까? 남자: 브레히트는 간밤..

46 Brecht 2024.03.26

박설호: D 학점과 신춘 문예

1. 방학 동안에 D 학점을 취득한 몇몇 학생들로부터 항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누구도 “경애하는 선생님을 뵙고 싶어 전화했습니다.”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왜 젊은이들은 그토록 학점에 민감하게 반응할까요? 장학금이라는 돈이 개입되기 때문일까요? 한편으로는 이해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약간 서운했습니다. 하기야 유럽의 대학생들은 교수를 찾아 대학을 옮기는 데 비해, 한국의 학생들은 대학의 위치만을 고려합니다. 한국의 대학은 모조리 서열로 정해져 있습니다. 한국의 학생들은 대체로 학문을 추구보다는 학점과 졸업장 따는 일에 몰두합니다. 입학 문화만 존재하고 졸업 정원제는 실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등록금을 내면 졸업장을 자연스럽게 수령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아주 서운할 필요 없다고 나 자신을 다독거렸습..

2 나의 글 2024.03.26

박설호: (15) 희망의 원리. 제 3차 강의

(14에서 계속됩니다.) 20. 노동과 여가: 블로흐는 제4부의 마지막 장에서 노동과 여가의 문제를 논하고 있습니다. 삶에서 노동이 지니는 의미는 매우 큽니다. 일하지 않으면, 끼니를 구할 수 없습니다. 노동의 생산성은 얼마나 휴식을 취하는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일요일의 휴식 그리고 저녁 시간의 여가는 노동을 위한 부수적인 조건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인간은 노동과 빵만으로는 살 수 없습니다. 심리적 갈망 역시 충족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Bloch, PH: 1085). 노동과 여가를 철저하게 구분하게 한 당사자는 블로흐에 의하면 자본주의라고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은 대체로 힘이 들지만, 오랜 휴식은 지루함을 안겨주니까 말입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노동은 결코 즐..

27 Bloch 저술 2024.03.24

서로박: (3) 여인들의 브레히트. 사랑의 슬픔

2. 헤다 쿤 (1898 – 1976) 남자: 브레히트는 1917년 가을에 뮌헨 대학교에서 헤다 쿤 (1898 - ?)을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두 사람은 의대생이었는데. 아르투르 쿠처 교수Prof. Artur Kutscher의 연극 세미나에 참가하였습니다. 당시에 쿤은 세미나에서 어떤 테마를 맡아 발표하였고,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졌습니다. 여자: 쿤은 브레히트가 뮌헨의 대학 생활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주었겠군요. 남자: 그렇습니다. 특히 브레히트가 훗날 뮌헨의 카머슈필레에서 연출가로 일하게 될 오토 차레크Otto Zarek를 만날 수 있었던 것도 그미 때문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연인 사이로 발전합니다. 1918년 브레히트는 쿤을 아우크스부르크로 데리고 가서 부모님에게 소개하려 했습니다. 그러..

46 Brecht 2024.03.24

서로박: (7) 문학 치료. 강의 요약문

드라마 문학치료 Ⅰ. 드라마 문학치료의 이론 행동 장애는 한 인간이 자신의 의사를 행동으로 표현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병적 현상이다. 우리는 생각과 행동이 일치되지 않는 경우를 목격하게 된다. 이를테면 음식을 먹고 싶은데, 숟가락을 놓는 것 역시 행동 장애의 일종이다. 드라마 문학 치료는 연극에 참여함으로써 치료 대상자의 행동장애를 수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1.가면과 인격 치료사는 인간관계에서의 감정과 연상을 표출시켜 분석하고 그것을 개선하면 된다. 실제로 연극을 통하여 사상 감정을 연행할 경우에는 참여자가 충족되지 못한 욕구들을 분출시키는 것을 잘 관찰하여야 한다. 참여자들은 그들이 감추고 있는 분노나 욕망을 다른 사람의 역할 모델에 투사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 자신의 무력함과 연약함을..

5a 문학 치료 2024.03.24

박설호: (14) 희망의 원리. 제 3차 강의

(13에서 계속됩니다.) 16. 예측된 상: 예측된 상Vorschein은 탁월한 예술 작품 속에서 엿보이는 더 나은 미래에 관한 예술적 형상입니다. 그것은 더 나은 미래가 미리 드러난 선현(先顯)의 상 내지는 예견antizipation의 상을 가리킵니다. 예술가는 예술적 대상이 품고 있는 경향성 그리고 잠재성을 극한으로 탐색하면서, 어떤 미래의 가능한 상을 형상화합니다. 예술을 매개로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때 최종적으로 발견되는 것이 바로 예측된 상입니다. 만약 예술이 사물과 예술가 자신의 본래의 모습을 깨닫는 거울이라면, 작품은 자신에 관해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것은 너에 관한 이야기다.De te fabula narratur.” (Bloch, LA: 34). 거기에는 더 나은 미래가 예술적..

27 Bloch 저술 2024.03.22

서로박: (2) 여인들의 브레히트, 사랑의 슬픔

2. 파울라 반홀처 (1901 – 1989) 여자: 브레히트의 첫 연인이었지요? 남자: 네, 반홀처는 바이에른의 운터알고이에서 의사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1917년 아우크스부르크 김나지움에서 브레히트를 처음으로 만나 깊은 관계에 빠졌습니다. 그미는 1918년 초겨울에 브레히트와 처음으로 뜨거운 밤을 보냈는데, 이는 즉시 임신으로 이어졌습니다. 여자: 그런 경우도 있군요. 남자: 1919년 7월에 아들을 출산했습니다. 21세의 브레히트는 아들의 탄생을 기뻐하였고, 이틀간 병실을 지켰습니다. 다음 날 영아는 세례를 받았는데, “프랑크”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브레히트가 평소에 흠모하던 작가, 프랑크 베데킨트의 이름을 따온 것이지요. 여자: 처녀가 아이를 낳았으니, 주위 사람들은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반홀..

46 Brecht 2024.03.21

서로박: (1) 여인들의 브레히트, 사랑의 슬픔

“고인의 사랑의 삶을 훔쳐보는 것은 그 자체 일방적이다.” (필자) “죽은 자에 관해서 좋은 점만 언급하라. De mortuis nil nisi bene” (그리스 속담) “문학이 오로지 삶으로써, 삶이 오로지 문학으로써 평가될 수는 없다.” (필자) (1) 파울라 반홀처 Paula Banholzer (2) 헤다 쿤 Hedda Kuhn (3) 마리 로제 아만 Marie Rose Aman (4) 마리안네 초프 Marianne Zoff (5) 엘리자베트 하우프트만 Elisabeth Hauptmann (6) 마리 루이제 플라이서 Marie Luise Fleisser (7) 카롤라 네어 Carola Neher (8) 헬레네 바이겔 Helene Weigel (9) 루트 베를라우 Ruth Berlau (10) 마르..

46 Brecht 2024.03.21

(단상. 503) 정봉주 의원 낙마하다.

정치가 가운데 좋아하는 분이 별로 없지만, 나는 예외적으로 정봉주 의원을 좋아한다. "나꼼수"에서 발휘된 정의로움, 따뜻한 열정과 탁월한 언변, 유연한 자세 등이 항상 내 마음을 사로잡곤 하였다. 이번에 국회의원 후보가 되어 국회에서 놀라운 솜씨를 발휘할 것을 기대했는데, 과거의 말실수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는 2017년 어느 대담에서 이때 목발을 경품으로 주어야 한다고 농담처럼 말했다. 이는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2015년 발목 지뢰로 안타깝게 부상당한 장병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발언이었다. 정봉주는 DMZ 지역의 스키장 활용이 문제가 많다는 것을 지적하려고 했는데, 나중에 목발 경품이라는 표현을 공개적으로 사과한 바 있다. 내가 판단하건대 그가 지뢰를 밟은 장병을 비아냥거릴 의도가 추호도 없었음은..

3 내 단상 2024.03.20

박설호: (13) 희망의 원리. 제 3차 강의

(12에서 계속됩니다.) 9. 지리학의 유토피아: 유럽 사람들은 찬란한 인도에 관한 갈망을 품고 있었습니다. 기원후 950년에 유럽 전역에 요한 장로의 편지가 돌아다녔습니다. 편지에 의하면 인도라는 지역에는 온갖 기이한 물건들이 즐비하고, 사람들은 그야말로 지상 낙원에서 풍요롭게 살아간다는 것이었습니다. 편지 속에는 세상의 모든 동물 그리고 돌에 관한 이야기가 빼곡히 적혀 있습니다. 심지어는 북극에 사는 흰곰까지 언급될 정도입니다. 요한 장로의 편지는 인도에 관한 기이한 전설을 퍼뜨리게 하였으며, 십자군 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의 마음을 황홀하게 했습니다. 어쨌든 인도에 관한 기상천외한 전설은 동방 여행에 관한 꿈을 키우게 하였는데, 결국에는 신대륙 발견으로 이어졌습니다. 서구 사람들은 서쪽으로 항해하여 인..

27 Bloch 저술 2024.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