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 37

시집, '반도여 안녕 유로파'가 간행되었습니다.

필자 소개 박설호는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했다. 현대시학 신풍 시집 (1974)에 시를 처음으로 발표했다. 군 복무 후 부산 동고에서 교사로 일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발발한 이듬해에 유럽으로 출국했다. 유럽에서 10년간 체류하다가 베를린 장벽이 붕괴하기 전에 귀국했다. 그후에 한신대학교 인문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디기 퇴직했다. 에른스트 블로흐의 『희망의 원리』 (5권) 번역 외에도, 저서로서 『라스 카사스의 혀를 빌려 고백하다』,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 (5권) 등 이십 여권을 간행했으나, 시집의 간행은 처음이다. 『반도여 안녕 유로파』에는 1980년대 유럽에서의 삶의 체험이 담겨 있는데, 떠남의 외로움 그리고 귀환의 괴로움이 주제로 다루어지고 있다. 부디 작품집..

1 알림 (명저) 2024.04.26

박설호: (25) 희망의 원리. 제 5차 강의

(24에서 계속됩니다.) 20. 『희망의 원리』에 도사린 문제점 (1): 첫 번째로 “사회주의”의 이상은 하나의 도덕적 당위성입니다: 만인의 자유와 평등. 기존 사회주의는 구체적 실천의 과정에서 실패를 거듭하였습니다. 소련, 중국, 북한 등을 생각해 보세요. 블로흐의 『희망의 원리』는 과거의 문헌이므로, 국가적 차원의 사회주의 몰락에 대해 확실하게 답변하지는 못합니다. 즉 기독교의 이상은 오늘날 존속되고 있지만, 사회주의의 이상은 그렇지 못합니다. 천년에 걸친 교회의 수많은 타락에도 불구하고, 기독교가 생명력을 유지하는 까닭은 종교가 항상 갈망의 차원에 머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반해 사람들은 기존 사회주의의 몰락 이후 사회주의의 이상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으려 합니다. 왜냐면 사회주의는 갈..

27 Bloch 저술 2024.04.26

박설호 시집: '반도여 안녕 유로파' (울력 2024)

(발문) 한반도와 유로파, 이별 그리고 만남  거의 반세기 동안 시를 써왔지만, 작품을 거의 발표하지 못했다. 젊은 시절에는 수없이 신춘문예에 낙방했고, 나이가 든 다음에는 학문에 몰입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일까? 그동안 연구 논문이 필자의 든든한 아들이었다면, 시작품은 그야말로 예쁘고 귀한 딸이었다. 체질적으로 근엄한 가부장과는 거리가 먼 에코 페미니스트라고 자부하지만, 어리석게도 언제나 아들만 세상에 내보내고, 딸을 서랍 속에 가두어 놓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외국어 번역 시집을 해외에서 간행할까? 하고 생각했지만, 이 역시 부질없는 짓거리라고 판단되어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나의 딸들은 갑갑한 공간에서 얼마나 자주 서러움의 눈물을 흘렸을까? 뒤늦게 과년한 딸들에게 예쁜 드레스를 입혀서 처..

20 나의 시 2024.04.23

박설호: (24) 희망의 원리, 제 5차 강의

(23에서 계속됩니다.) 14. 문제는 재기억이 아니라, “새로운 무엇Novum”이다.: 블로흐에 의하면 훌륭한 최고 상태는 최종점Ultimum에 이르러 완성된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블로흐는 재기억 대신에 전선 근처에 서성거리는 새로운 무엇을 강조합니다. 희망이라는 기대 정서는 플라톤의 “재기억Anamnesis)” 이론을 부정하는 데에서 출발합니다. 지금까지의 철학은 블로흐에 의하면 “근원”, 즉 과거에 있었던 진리를 마치 조상님처럼 숭배해 왔습니다. 블로흐는 플라톤으로부터 아우구스티누스, 헤겔을 거쳐서 니체에 이르기까지 근원 중심주의를 비판하였습니다. 대부분 사상가는 플라톤의 재기억 이론을 제반 철학적 인식의 토대로 받아들였다는 것입니다. (Bloch, PH: 234f.) 이로써 미래는 중시되지 않았습..

27 Bloch 저술 2024.04.22

서로박: 야콥 반 호디스의 시

유대인 시인 야콥 반 호디스 (Jakob van Hoddis, 1887 - 1942)는 독문학사에서 [당대의 시인이었던 슈테판 게오르게, 게호르크 하임, 게오르크 트라클 등에 가려]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시인이다. 그의 시적 특징은 초기 표현주의에 입각한 격정, 절망과 좌절 그리고 극심한 우울 속에 담긴 자아 상실 의식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사항은 유태 여류 시인인 엘제 라스커-쉴러를 몹시 닮은 것 같다. 시 “세계의 종말”은 야콥 반 호디스의 대표작이며, 나아가 초기 표현주의의 특성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시민의 뾰족한 머리에서 모자가 날아가고, 공중에서는 온통 마치 외침 같은 게 울려퍼진다, 기와들이 무너져 내려, 두개로 쪼개지고, 해안에는 -우리는 읽는다- 밀물이 솟구친다. 폭풍..

21 독일시 2024.04.20

(명저 소개) 완강함 속의 부드러움. 홍세화의『결: 거칢에 대하여』

2020년에 간행된 홍세화의 『결: 거칢에 대하여』 (한겨레 출판 2021)는 단순히 시대 비평을 넘어서, 인간 홍세화의 내적 성찰을 진솔하게 담고 있는 책입니다. 작가는 지금까지 프랑스와 한국에서 때로는 노동자로, 때로는 지식인으로 살아왔습니다. 국가보안법 그리고 반공법은 1970년대에 많은 사람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습니다. “남민전”이라는 정치적 사건은 그를 20년 동안 프랑스에서 망명 아닌 망명 생활을 보내게 했습니다. 귀국 후에 홍세화는 자신의 글과 칼럼을 공개했는데, 이는 많은 사람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언젠가 독일의 시인, 볼프 비어만은 서독으로 연주 여행을 떠났는데, 동독은 그의 입국을 거부했습니다. 망명 아닌 망명 작가가 된 그는 다음과 같이 일갈했습니다. “추방당한 자에 대한 차단..

1 알림 (명저) 2024.04.19

홍세화 선생님의 죽음을 애도합니다.

홍세화 선생님이 어제 불귀의 객이 되었습니다. 처음에 필자는 그분의 책을 접하고 많은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나중에는 그분의 인간미 그리고 특권의식 비판에 관한 사자후의 말씀이 나를 깊이 감동시켰습니다. 그분은 공명심이라든가, 명예욕과는 거리가 먼 소탈한 인품의 소유자였고, 계파와 파벌을 형성하지 않는 큰 그릇이었습니다. 가지지 않는 자와 배우지 못한 자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지니고 계셨고, 한반도의 정치와 미래 한국의 방향성을 숙고하는, 고결한 분이었습니다. 삼가 홍세화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남아 있는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평소에 그분이 전해준 뜻을 기억하며 실천하는 일일 것입니다. OTL

1 알림 (명저) 2024.04.19

서로박: 알프레트 도렌의 유토피아론

알프레트 도렌은 1927년에 「갈망의 장소 그리고 갈망의 시간 Wunschträume und Wunschzeiten」이라는 논문을 집필하였다. 원래 그는 1920년대에 출현한 한스 기어스베르거 Hans Girsberger 그리고 헤르만 온켄 Hermann Oncken의 저작물을 접하고 유토피아의 지형도를 분명하게 설정하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었다. 도렌은 유토피아 그리고 천년왕국설을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시켜서 독립적으로 해명하는 처사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유토피아와 천년왕국설은 그 자체 갈망의 장소 내지 갈망의 시간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도렌은 유토피아의 문헌으로서 모어의 『유토피아』를 거론하지만, 천년왕국설의 문헌으로서 『오버라인 지역의 혁명가 Der oberrheinisc..

26 유토피아 2024.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