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설모박설호- “여자들은 늘 쫓기는 꿈을 꿉니다.” (김혜순) 수컷인데도 늘 쫓기는 꿈을 꿉니다 꿈이었어요 저녁 거미가 내리자 버스를 타고 그미에게 향했습니다 도토리를 선물하고 싶었지요 버스는 그미가 사는 곳의 반대 방향으로 달렸습니다 어리둥절했지요 푸른 눈의 다람쥐들이 검붉은 내 얼굴을 노려보았어요 황급히 에버스베르크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야 했습니다 거기서 지하철 노선을 읽었습니다. * 괴상한 외국어라서 숨이 턱 막혔습니다 다행히 “대학교” 역이 눈에 띄었지요 ** 아니 기말시험을 까마득히 잊고 돌아다니다니 일순간 나 자신이 미워졌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낙엽의 속삭임을 가을귀로 들었습니다. 어머니의 코맹맹이 음성이었지요 예야 마음 편하게 먹으렴 아 어머니 난 그렇게 할 수 없어요 낯설고 추운 땅에서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