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 35

박설호: (6) 희망의 원리, 제 2차 강의

1. 거울 속에 비친 갈망의 상: 일반 사람들이 수동적으로 갈구하는 내용들은 부르주아의 이데올로기에 의해서 착색되어 있습니다. 가령 일확천금을 차지하는 꿈, 우유를 나르는 처녀의 공상 등은 여기에 해당합니다. 소시민의 갈망은 이를테면 베스트셀러에서 구체적으로 형상화되곤 합니다. 건강, 일확천금을 얻는 이야기, 행복한 사랑의 성취 그리고 달콤한 섹스는 많이 팔리는 소설에서 묘사되는 소재들입니다. 그렇기에 잘 팔리는 책은 블로흐에 의하면 “소시민에게 갈망의 빛을 환하게 비추어주는 등대”라고 합니다. 소시민의 갈망의 상은 여행의 자극, 이국적 장소로 떠나고 싶은 욕구는 바로크 정원의 모습 그리고 식민지의 골동품 수집 등에서 은밀하고도 휘황찬란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 밖에 블로흐는 대목장, 서커스 그리고 광..

27 Bloch 저술 2024.02.29

서로박: 누가 태극기 부대를 조종하는가?

태극기 부대 노인이여, 당신은 누구에 의해서 교묘하게 조종당하는가? 당신은 진정으로 태극기의 의미를 알고 있는가? 제발 몽니 부리지 말고, 그대의 무지를 깨닫고 각성하라 흔히 노년층의 축적된 모멸감이 태극기부대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누가 이들에게 극한의 증오심을 심어주었는가? 누가 이들에게 친구와 동지를 배반하게 하면서 참된 의로움을 망각하게 했는가? 우리의 주위에는 악마가 있다. 악마는 절단기계 (Devil)라는 어원을 지닌다. 악마는 "노인들의 불행이 이른바 사악한 민주당, 교활한 이재명 때문"이라고 뒤에서 속삭인다. 노인의 등에 박힌 태엽을 몰래 감는 자는 악마 (διάβολος )들이다. 악마는 두 쪽으로 나누는 자, 즉 이간질하는 자이다. 어리석은 자는 주위 악마들의 감언이설에 속아넘어가서..

3 내 단상 2024.02.29

서로박: (4) 문학 치료 강의 요약문

1. 시/쓰기 문학치료의 이론 시/쓰기 치료는 부분적으로 이야기치료나 드라마 치료와 중첩될 수도 있다. 시/쓰기치료의 도입 단계는 대체로 직접적인 출발보다는 약간 우회로를 통한 방법이 좋다. 왜냐하면 그들이 치료를 받으러 여기까지 올 때 받았던 심리적 불안감을 좀 완화시켜줄 수 있고, 글쓰기에 대한 저항도 줄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1) 피드백과 셰어링 피드백은 참여자가 읽은 것을 듣고 나서 수동적 느낌을 전하는 것이고, 셰어링은 ‘네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 이러한 생각이 났어’ 와 같이 자신의 기억들을 적극적으로 회상하는 경우이다. 피드백과 셰어링을 할 때에 가치판단은 하지 않고 느낌만 전해주는 것이 좋다. 어떤 참여자에게 칭찬을 해주는 것이 다른 참여자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쓰기 또..

5a 문학 치료 2024.02.28

박설호: (5) 희망의 원리, 제 1차 강의

(앞에서 계속 됩니다.) 21. 마르크스의 「포이어바흐 테제」: 블로흐는 희망의 원리 제1권에서 마르크스의 포이어바흐 테제에 관한 글을 첨부합니다. 마르크스는 1845년에 「포이어바흐에 관하여 Ad Feuerbach」라는 글을 집필했는데, 바로 여기에 포이어바흐에 대한 마르크스의 비판이 요약되어 있습니다. 블로흐는 11개의 테제를 순서대로 분석하는지 않고, 주제 중심으로 분류하여,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견해를 제사합니다. 첫째로 포이어바흐는 무신론의 관점에서 종교 속에 은밀하게 작용하는 신의 권능과 관련된 이데올로기를 예리하게 지적했지만, 역사 속에 작용하는 헤겔의 변증법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노동의 본질적 기능은 포이어바흐에게는 그저 부수적인 사항에 불과했습니다. 둘째로 포이어바흐는 ..

27 Bloch 저술 2024.02.25

레싱, 그 놀라운 작가

아래의 초상화를 보면 레싱의 머리통이 예사롭지 않게 보입니다. 원래 이러한 두상은 관상학적으로 큰 인물이 된다고 합니다. 신라시대에 강수(强首)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역시 머리통이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았습니다. 그 역시 문장가로서 이름을 떨쳤습니다. "인간의 영혼은 (자신의 내적인) 훈련을 통해서 가장 위대한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 이것은 참으로 위대한 비밀이 아닐 수 없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진리를 찾으려는 끝없는 노력, 바로 그것이다. 열정과 새로운 무엇을 알아내려는 욕망이야 말로 인간을 결국 완전한 존재로 만들게 한다." 곳홀트 에브라임 레싱 (1729 - 1781) 독일의 계몽주의 극작가. 독일문학의 역사에서 그가 지니는 비중은 참으로 크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레싱이 태어난 도시 ..

9 문학 이야기 2024.02.24

Max Giesinger: Wenn sie tanzt

최신 독일 유행가 가운데 한 편을 골라보았습니다. 그것은 막스 기징거의 그미가 춤추면이라는 곡입니다. 막스 기징거 (Max Giesinger, 1988 - )는 독일 가수로 칼스루에 근처인 발트브론에서 태어났습니다. 부모의 이혼으로 고독하게 살다가 13세에 음악을 접하여 활동하였습니다. 2016년에 그의 노래 "달리는 젊은 아이 Der Junge, der rennt"는 BMG 16개의 타이틀을 획득하였습니다. 다음을 클릭하면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3분 15초) https://www.youtube.com/watch?v=5PST7Ld4wWU 오늘은 그의 노래 가운데 "그미가 춤을 추면"을 살펴보겠습니다. 그는 두 명의 아이를 혼자 키우며 살아가는 젊은 여성의 애환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을 위해..

7 D-Pop 2024.02.24

박설호: (4) 희망의 원리, 제 1차 강의

16. 낙관하지 않는 희망: 흔히 사람들은 유토피아를 “불가능성의 가능성”이라고 표현합니다. 불가능에 가까운 갈망은 아무래도 추장적 유토피아일 것입니다. 이에 비하면 구체적 유토피아는 “(배우고) 습득한 희망docta spes”을 가리킵니다. “습득한 희망”은 인간의 갈망의 정서를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그것은 단순히 감 떨어지는 것을 갈구하는 수동적 기대 정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힘든 삶 속에서 절망을 느끼는 자의 애타는 갈망 속에서 희망의 본연의 특성이 발견됩니다. 테리 이글턴Terry Eagleton은 이것을 “낙관하지 않는 희망”이라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 희망의 내용은 주어진 현실에서 처음에 의도한 바대로 성취되지 않습니다. 일견 희망은 이와 결부된 환멸을 전제로 작용하는 것처럼 비칩니다. 그렇다..

27 Bloch 저술 2024.02.24

박설호: (3) 희망의 원리, 제 1차 강의

10. 예견하는 의식으로서의 “백일몽”: “낮꿈”은 예견하는 의식으로서 하나의 전투적 낙관주의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희망은 미래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가능성, “새로운 무엇Novum”, 유토피아 등의 개념들과 유사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구체적 형상으로서의 “낮꿈”이 처음부터 희망의 소재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블로흐는 희망이라는 기대정서를 명확하게 구명하기 위해서, 아리스토텔레스 (Aristoteles, BC. 384 - BC. 322)의 개념인 “잠재적 역동성δυνάμειν”, 마르크스 (Karl Marx, 1818 - 1883)의 11개의 포이어바흐 테제 등을 차례로 분석합니다. “잠재적 역동성”은 어떤 변모의 가능성을 미리 안고 있는 엔텔레케이아의 속성입니다. 마르크스가 제기한 11개의 포..

27 Bloch 저술 2024.02.23

박설호: (2) 희망의 원리, 제 1차 강의

(앞에서 계속됩니다.) 5. 작은 낮꿈들: 제 2장에서 블로흐는 논의를 본격적으로 개진합니다. 인간의 기대 정서인 희망을 언급하기 위하여, 내면에 도사린 여러 가지의 충동을 추적합니다. 인간은 넓은 의미에서 충동적 존재입니다. “충동은 마치 손수건을 물들이는 것처럼 우리의 얼굴에다 화날 때는 붉게, 질투할 때는 노랗게, 짜증 날 때에는 초록으로” 색깔을 입힙니다. 외로움과 슬픔은 우리의 마음을 새파랗게 질리게 하지 않습니까? 분노, 우울, 불안 그리고 미움은 인간의 네 가지 감정의 유형이지요. (박설호: 호모 아만스. 치유를 위한 문학 사회심리학, 울력 2017, 8쪽 이하.) “노여움mania”은 건조한 열기의 특징을 지니는데, 명상, 복식 호흡 그리고 약물로 어느 정도 다스려질 수 있습니다. “우울m..

27 Bloch 저술 2024.02.22

박설호: (1) 희망의 원리, 제 1차 강의

1. 오늘날 희망은 어느 정도 필요한가? 독일이 낳은 세계적인 사상가, 에른스트 블로흐 (Ernst Bloch, 1885 - 1977)의 『희망의 원리』:. 한반도의 가치 질서는 “책”이 아니라, “돈”인가요? 사람들은 많은 돈을 버는 재벌, 스포츠인 그리고 연예인에게 선망의 눈길을 보내지만, 지혜로운 철학자라든가 착하고 풍요로운 감정을 지닌 시인과 예술가를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 칼부림이 자행되고, 보이스 피싱 그리고 전세 사기가 횡행하는 이곳은 돈의 광란이 기승을 부리는 헬-조선이라고 합니다. 나아가 사람들은 과학 기술만 맹신합니다. 기술은 우리에게 포만한 삶을 안겨준다고 거짓 선전을 일삼습니다. 대부분 사회주의의 이상에 더 이상 기대하지 않습니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는 역사의..

27 Bloch 저술 2024.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