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 46

박설호: (12) 희망의 원리. 제 3차 강의

5. 블로흐의 자연 개념: 여기서 우리는 블로흐의 자연 개념을 요약하려고 합니다. “자연은 단순히 객체일 수 없으며, 오히려 스스로 변화하는 주체의 싹을 보존하는 게 틀림없다.” (Bloch, EM: 227,) 블로흐는 자연을 하나의 특수한 영역으로 고찰합니다. 자연에는 전사 (前史, Vorgeschichte)로부터 역사로의 이행, 필연의 영역에서 자유의 영역으로의 비약 등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새로운 하늘, 새로운 땅”에 관한 신화적 논의는 여기서는 자연법칙을 고려할 때 허튼 주장이며, 그저 묵시록의 판타지에 불과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묵시록의 내용을 미래 사회의 발전 가능성을 위한 사고로 부적절하다고 여기는 것은 아닙니다. 블로흐는 자연의 개념을 결코 정태적으로 이해하지 않습니다...

27 Bloch 저술 2024.03.18

라인하르트 이르글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그는 숙명적 비극의 세계관을 피력하지만, 스스로 보수주의를 좋게 평가하지는 않습니다.  라인하르트 이르글 (1953 - )은 구동독에서 자랐으며, 전기공학을 전공하였습니다. 그의 소설은 통독 이후에야 발표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두 가지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첫째로 구동독 문화 관료들의 눈에는 이르글의 문학 작품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쳤습니다. 그래서 그는 서랍 속에 원고를 넣어두었습니다. 둘째로 이르글은 언어 유희의 요소를 작품에 담고 있습니다. 이 역시 구동독의 독자들에게 커다란 반향을 안겨주지 못했습니다.    체코 지역에서 독일 인종이 살았던 지역을 표기한 것입니다. 흔히 우리는 체코에 거주하던 독일인을 Sudetendeutsche 라고 명명하곤 랍니다...

9 문학 이야기 2024.03.17

박설호: (11) 희망의 원리, 제 3차 강의

1. 연금술, 세계의 변화, 보편적 의미의 종교 개혁: 블로흐는 수많은 동화를 언급합니다. 동화 속에는 인간의 크고 작은 갈망의 모티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동화 속에는 어떤 거짓된 내용이 참된 내용 속에 혼재되어 있습니다. 가령 동화 속에는 수많은 망상과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가 자리하는데, 이것이 주어진 현실에서 간파될 수 없는, 마치 거짓처럼 다가오는 기상천외한 내용입니다. 그런데 기상천외한 판타지는 놀랍게도 나중에 과학 기술의 발전을 자극하였습니다. 예컨대 비행 담요라든가 알라딘의 램프는 비행 기술을 발전시키게 했습니다. 연금술사들은 기괴한 실험을 이어나갔습니다. 연금술사인 브란트는 1674년에 현자의 돌을 찾는 과정에서 자신의 오줌을 여과한 바 있는데, 이러한 실험을 통해서 인(燐)이 발견되기도 ..

27 Bloch 저술 2024.03.16

서로박: (2) 혐오에서 연민으로

(앞에서 계속됩니다.) 차라리 자신과 타인을 위해서 혐오를 혐오했으면 참 좋겠습니다. 사회적 혐오의 여러 증상을 치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는 어쩌면 관용에 근거하는 방관의 자세를 습득해야 할지 모릅니다. 여기서 말하는 방관이란 타인의 고충을 그냥 무시하자는 말이 아닙니다. 그것은 타자 내지는 타자의 다른 삶의 방식을 용인하자는 말입니다. 가령 "침"을 생각해 보세요. 입속에 고여 있는 침은 나의 소화 기능을 돕는, 꼭 필요한 액체입니다. 그런데 나의 침이 바깥으로 튀어나가는 순간 침은 타자에게는 더러운 무엇으로 인지됩니다. 나의 침은 입에 고여 있을 때 깨끗하지만, 밖으로 튀길 때 불쾌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렇듯 혐오의 배후에는 자아의 깨끗함, 순수함, 청결함, 결벽증세 등에 대한 반대급부의..

2 나의 잡글 2024.03.14

서로박: (1) 혐오에서 연민으로

2 나의 글 필자 (匹子) 2022. 7. 5. 11:53 2 나의 글 필자 (匹子) 2022. 7. 5. 11:53 우리는 현재 분노의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일용직 노동자들은 박한 월급에 인간 이하의 취급을 당한다고 분노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빈부차이로 인한 경제적 박탈감으로 분노하며, 중산층 사람들은 자식 교육을 생각하면서 SKY를 우선시하는 학벌 중심주의에 분노하고, 여성들은 남성들에 의해서 차별당하며 살아야 하는 극한적 현실에 분노하며, 농민들은 더 이상 수입을 기대할 수 없게 만드는 국가의 세계화 정책이 분노하고, 학생들은 불투명한 미래와 수수방관하는 사회에 분노하며 살아갑니다. 이러한 분노가 계기가 되어 결국 마음속에는 점점 혐오가 쌓여갑니다. 내면에서 분노가 축적되면, 자신과 다른 처지에..

2 나의 잡글 2024.03.14

서로박: (2) 중국은 지나(支那)버렸다

(앞에서 계속됩니다.) 6. 자유와 인권의 억압 그리고 중앙집권주의: 시진핑 정부의 정책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을 것입니다. 첫째로 자유에 대한 탄압: 많은 사람은 쥐도 새도 모르게 공안 당국에 의해 체포되어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개개인에 대한 감시체계는 확고하므로, 누구도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론을 제기할 수 없습니다. 홍콩 사태에서 중국의 죽의 장막 정책은 중앙집권적 권위주의의 민낯을 여지없이 보여주었습니다. 중국이 개별 지역에 자치권을 보장하지 않으면, 사태는 차제에 끔찍한 양상으로 비화할 것입니다. 둘째로. 중앙집권주의는 어쩌면 변방에 의해서 붕괴할 것입니다. 우리는 역사의 전례를 찾을 수 있습니다. 나라가 커지면 중앙집권적으로 다스리는 데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은 ..

2 나의 잡글 2024.03.13

서로박: (1) 중국은 지나(支那)버렸다.

“떳떳한 패배와 포기가 승리일 수 있다.” (마리 폰 에브너-에셴바흐) 1. 위대한 양심은 오로지 자기반성이라는 자양으로 성장하는 법이다. 인간이든 국가든 간에 치열한 자기 성찰이 없으면, 아집과 오만으로 말라비틀어져 결국에는 고사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면 고인 물은 썩고, 마른 물은 사막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인간이나 국가는 한 번 정도는 죄를 저지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죄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면서, 이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일은 참으로 아름다우며, 위대한 용기가 아닐까요? 그러나 중국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자성(自省)을 게을리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기대는 중국 국가의 엘리트들이 아니라, 오히려 인민들로 향해야 ..

2 나의 잡글 2024.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