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20후독문헌 60

서로박: 바이스의 저항의 미학 (2)

(앞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저항의 미학” 제 2권은 1938년 초의 시점부터 시작됩니다. 주인공 “나”는 어느새 파리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국제 적군단은 거의 해체 위기에 처해 있고, 프랑코는 승리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나”는 파리에 잠깐 머물면서 스웨덴 체류를 위한 비자를 기다립니다. 기다리는 시간을 이용하여, 주인공은 망명자 지원 단체에서 일하면서, 루브르 도서관에서 예술사의 책을 읽는 것으로 소일합니다. 마침내 주인공 “나”는 스톡홀름에 도착합니다. 그곳에서 청소부 그리고 화부 (火夫)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합니다. 간간이 주인공은 독일 공산당 연락책으로 일합니다. 당시에는 스톡홀름에서도 히틀러의 영향이 커져가서, 공산주의 운동은 불법으로 간주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베르톨트 브레히트와..

44 20후독문헌 2021.02.05

서로박: 바이스의 저항의 미학 (1)

저항의 미학 한국어 판은 2016년 문학과 지성사에서 3권으로 간행되었습니다. 제 1권은 탁선미 교수에 의해, 제 2권은 남덕현 박사에 의해, 제 3권은 홍승용 교수에 의해 번역되었습니다. ............................. 친애하는 C, 유대인 출신의 작가 페터 바이스 (Peter Weiss, 1916 - 1982)는 동독의 하이너 뮐러와 함께 가장 위대한 20세기 극작가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서독 출신의 극작가 가운데 바이스만큼 완강하고도 격렬하게 구서독의 보수성을 비판하고, 무디어져 가는 다원주의 사회의 체제 옹호적 경향에 메스를 가한 작가도 아마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페터 바이스의 작품이 잊혀진다는 것은 무척 안타깝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 3권으로 이루어..

44 20후독문헌 2021.02.05

서로박: 그라스의 "양철북" (2)

9. 알프레트, 소련군에 의해 총살당하다, 뒤셀도르프로 이주하다: 1944년 겨울 단치히에서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오스카의 가족들은 가게의 지하실에서 숨어 지내야 했습니다. 알프레트는 나치 당원이었는데, 소련군이 급습해 올까 두려워했습니다. 알프레트는 자신의 유니폼에 부착된 나치 표식을 찢어 바닥에 버렸습니다. 오스카가 무심결에 나치 표식을 건네주자, 알프레트는 몹시 당황하면서 그것을 입안으로 틀어넣었습니다. 주위에는 소련 군인들이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뿔싸. 나치 표식이 그의 목에 걸린 게 아니겠습니까? 소련 군인들은 그의 신분을 알아차리고 총으로 쏴죽입니다. 가게는 대학살에서 살아남은 유대인, 파인골트씨가 맡게 되었습니다. 파인골트씨는 살아남은 가족들에게 숙식 및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약속..

44 20후독문헌 2021.01.25

서로박: 그라스의 "양철북" (1)

1. 기이한 피카레스크 소설: 귄터 그라스의 『양철 북』은 1959년에 발표되었습니다. 당시까지 그라스는 시, 극작품, 조각 작품 등을 창조했는데, 이 작품을 통해서 소설가로 변신했습니다. 『양철 북』은 전후 문학에서 커다란 획을 그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작품은 “외설스럽다.”, “허무주의적이다.” 그리고 “신을 모독하고 있다.” 등의 비난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비난은 이후에서 그라스 문학의 세 가지 특징으로 부각됩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라스는 거의 병적일 정도로 성을 기괴하게 묘사하고, 인류 발전에 관한 어떠한 이상도 용인하지 않으며, 나아가 신앙 자체를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작품은 발표 직후부터 가톨릭교회로부터 신랄한 비난을 당했습니다. 2. 어머니 아그..

44 20후독문헌 2021.01.25

서로박: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

1979년에 간행된 미하엘 엔데 (Michael Ende, 1929 - 1995)의 『끝없는 이야기 Die unvollendete Geschichte』는 괴테 Goethe의 『파우스트』, B. 슐링크의 『책읽어주는 남자』와 함께 독일에서 가장 즐겨 읽히는 청년소설입니다. 미하엘 엔데의 소설은 일본에 많이 소개되었으나 (미하엘 엔데의 두 번째 부인이 일본여인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엔데는 초현실주의 화가로 활동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예술적 상상력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그의 작품은 60년대부터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를테면 1973년에 발표된 『모모 Momo』는 작가에게 독일 청년문학상을 안겨주었지요. 일단 작품의 줄거리를 살펴보겠습니다...

44 20후독문헌 2020.11.27

서로박: (요약문) 옐리네크의 '피아노 치는 여자'

친애하는 E, 오늘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작가, 노벨상 수상작가인 엘프리데 옐리네크 (Elfriede Jelinek, 1946 - )의 소설 『피아노 치는 여자 Die Klavierspielerin』에 관해서 자세히 다루어보기로 합니다. 이 작품은 자전적 내용을 담은 소설인데, 1983년에 발표되었습니다. 70년대 중엽에 작가는 『연인들 Die Liebhaberinnen』 (1975)이라는 작품을 발표한 바 있는데, 여기서는 소시민들의 사랑의 삶 속에 도사리고 있는 수많은 성적인 고통과 테러 행위가 신랄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시민사회에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여성들은 사랑의 삶에서 성적 행복을 만끽하면서 살아가지 못합니다. 오히려 그들은 결혼 이전의 시기에 꿈꾸어왔던 달콤한 삶을 누리기는커녕, 때로는 가족들..

44 20후독문헌 2020.09.14

서로박: 쥐스킨트의 '향수' (2)

(9) 향기를 위하여 연쇄 살인을 저지르다.: 마침내 주인공은 그라스로 향하게 됩니다. 그 지역에서 아눌피 여사와 하인들는 그들의 독특한 향수 제조하고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이들에게서 독특한 향수 제조법을 배웁니다. 어느 날 산책하다가 장 밥티스트는 놀라운 냄새를 맡게 됩니다. 그것은 로르라는 소녀가 풍기는 냄새였습니다. 주인공은 이 냄새를 어떻게 해서든 소유하고 싶어 합니다. 로르가 여인으로 성장하자, 장 밥티스트는 그미의 향기에 얼을 빼앗깁니다. 로르는 향수 제작을 위한 최상의 정수를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은 그라스에서 살고 있는 25명의 가장 아름답고도 고귀한 여자들을 차례로 살해한 것입니다. 이는 오로지 여자들의 몸에서 제각기 달리 풍겨 나오는 암내들을 밀폐된 병 속에 오래 보존하기 ..

44 20후독문헌 2020.08.17

서로박: 쥐스킨트의 '향수' (1)

(1) 냄새는 강렬하나, 순식간에 사라진다.: 친애하는 S, 인간이 지닌 오관의 능력 가운데 가장 낙후된 것은 후각입니다. 인간은 개보다 소보다 냄새를 잘 맡지 못합니다. 어쩌면 인간은 지적 능력을 개발한 반면에, 후각의 능력을 서서히 상실해 왔는지 모릅니다. 후각이야 말로 생물들의 본능과 직결되는 것이지요. 인간의 성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후각이라고 합니다. 남자들은 여자들의 S라인에 황홀해 합니다. 그만큼 남자들의 성감대는 시각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하면 여성들은 남자의 멋진 몸매에 그다지 탄복하지 않습니다. 여성을 자극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향기이지요. 그래서 『수호지』에서 바람둥이 서문경은 요조숙녀들을 마음대로 유혹하여 농락하기 위해서 바지 주머니에 온갖 방향제를 차고 다니지 않습니까? ..

44 20후독문헌 2020.08.15

서로박: 그라스의 '양철북'

친애하는 F, 귄터 그라스의 『양철 북』은 1959년에 발표되었습니다. 당시까지 그라스는 시, 극작품, 조각 작품 등을 창조했는데, 이 작품을 통해서 소설가로 변신했습니다. 『양철 북』은 전후 문학에서 커다란 획을 그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작품은 “외설스럽다.”, “허무주의적이다.” 그리고 “신을 모독하고 있다.” 등의 비난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비난은 이후에서 그라스 문학의 세 가지 특징으로 부각됩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라스는 거의 병적일 정도로 성을 기괴하게 묘사하고, 인류 발전에 관한 어떠한 이상도 용인하지 않으며, 나아가 신앙 자체를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귄터 그라스 친애하는 F, 『양철 북』의 주인공은 주지하다시피 오스카 마체라트입니다. 그는 소설적 화자로서 어느 병실..

44 20후독문헌 2020.08.04

서로박: 뒤렌마트의 '노부인의 방문'

인간의 심리란 참으로 얄궂습니다. 예컨대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라는 속담을 생각해 보세요. 이것은 하나의 심리적 투사로서, 모든 화풀이가 여기에 속합니다. 인간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스스로 다치지 않으려는 방어기제가 마음속에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재미있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만약 심리적 피해자는 -억울하게 당했든 그렇지 않든 간에- 심리적 투사라는 방어기제 등을 통해서 자신의 감정을 승화시키지 않게 되면, 그는 자신에게 심리적 상처를 입힌 자에게 반드시 나중에 복수하고 만다는 사실입니다. 가령 「코끼리와 재단사 Der Elefant und der Schneider」의 동화를 생각해 보세요. 코끼리도 그럴진대 하물며 인간의 복수심은 오죽하겠습니까? 복수심은 앙심으로..

44 20후독문헌 2019.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