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20후독문헌 60

서로박: 프리쉬의 만리장성

프리쉬의 「그들은 다시 노래 부른다. 어느 레퀴엠의 시도」는 제 2차 세계대전의 악몽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시도”라는 표현에서 우리는 세계대전에 대한 스위스 작가의 어떤 거리감을 읽을 수 있다. 이에 비하면 세 번째 드라마 「만리장성」에서 프리쉬는 원자 폭탄 및 수소 폭탄의 발전 및 (비참한) 결과를 추적한다. (B. 브레히트의 「갈릴레이의 생애」 제 2원고 그리고 뒤렌마트의 「물리 학자들」에서와 마찬가지로) 프리쉬는 과학자들의 자기 파괴 행위를 지적한다. 그렇지만 프리쉬의 극은 브레히트처럼 역사적 소재에 몰입하지도, 뒤렌마트처럼 우스꽝스러운 현재에서 그것을 실험하지도 않는다. 프리쉬는 「산타크루즈」처럼 시공을 뛰어넘는 창작 원칙을 작품에 그대로 도입한다. 현재는 “오늘날 사람”으로써, ..

44 20후독문헌 2021.09.09

서로박: 뒤렌마트의 물리학자들

1. 뒤렌마트의 희비극: 스위스 출신의 극작가,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Fr. Dürrenmatt, 1921 - 1990)의 2막으로 이루어진 희극 작품, 「물리학자들 Die Physiker」은 1961년에 발표, 1962년에 취리히에서 초연되었습니다. 이 작품의 제 2고는 1980년에 개작되어, 전집에 실렸습니다. 작품은 세계를 필연적으로 위협하는 현대 핵물리학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극작품은 여배우, 테레제 기제 (Th. Giese)에게 헌정되었는데, 전통적 극작품의 형식에 해당하는 장소, 시간 그리고 행위의 일치성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이 작품은 뒤렌마트의 희비극의 특성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희비극Tragikomödie”이란 다음과 같이 설명될 수 있습니다. 희비극의 작품..

44 20후독문헌 2021.09.04

서로박: 발저의 일각수 (2)

“일각수”는 지상에 없는 가상적 동물이다. 사람들은 인도에 뿔 하나 달린 기이한 동물이 살고 있다고 상상했다. 일각수는 기대감 그리고 열망에 대한 객관적 상관물인지 모른다. 일각수는 주인공 안젤름 곁에서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그리하여 동물은 점점 커져가는 환멸 내지 실망의 과정을 주인공에게 무의식적으로 비춰준다. 일각수는 주인공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인간의 언어가 지니고 있는 표현 기능은 얼마나 제한된 것인가? 인간의 기억이란 비록 왜소한 기능을 지니지만, 과거를 완전히 뒤집을 정도로 기괴하게 작용하기도 하지 않는가? 따라서 마르틴 발저는 “잃어버린 시간은 인간의 탁월한 언어로써 재구성하여 구출될 수 있다”는 프랑스의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 (Marcel Proust)의 입장을 완전..

44 20후독문헌 2021.07.24

서로박: 발저의 일각수 (1)

마르틴 발저 (Martin Walser, 1927 - )의 "일각수 (das Einhorn)"는 작가의 이른바 “안젤름 크리스틀라인” 삼부작 가운데 두 번째 작품으로 1966년에 간행되었다. 첫 번째 작품 "전반전 (Halbzeit)"은 1960년에, 세 번째 작품 "추락 (Der Sturz)"은 1973년에 각각 발표되었다. 주인공 안젤름은 42세로서 중견 작가로서, 그럭저럭 자신의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그는 때로는 강연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때로는 문학 토론에 참가하기도 한다. 일인칭 소설은 주인공의 회상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주인공 “나”는 병들어 있으며, 자신이 어떻게 병이 들게 되었는가를 성찰한다. 소설의 발단은 첫 번째 작품 "전반전"의 줄거리를 이어가고 있다. 주인공은 첫 번째 소설을..

44 20후독문헌 2021.07.24

서로박: 헤르만 브로흐의 베르길리우스의 죽음

헤르만 브로흐 (Hermann Broch, 1886 - 1951)의 "베르길리우스의 죽음 (Der Tod des Vergil)"은 제 2차 세계대전 와중에 집필되어, 1945년에 영어 그리고 독일어로 간행되었다. 브로흐는 1935년 「베르길리우스의 귀향 (Die Heimkehr des Vergil)」이라는 단편을 집필한 적이 있는데, 여기서는 “문화적 종말에 처한 문학의 위기”라는 주제가 다루어지고 있다. 이 작품은 베르길리우스의 시대와 작가 브로흐가 살고 있는 시대를 병렬적으로 투영시키고 있다. 가령 “시민주의, 독재 그리고 고대 종교 형태의 사멸” 등이 비교 대상들이다. 브로흐의 작품 "베르길리우스의 죽음"은 어떤 자본주의 후기 사회의 작가의 상황을 추적하면서, 동시대인들에게 작가의 과업이 과연 무엇..

44 20후독문헌 2021.06.08

서로박: 브로흐의 베르길리우스의 죽음

헤르만 브로흐 (Hermann Broch, 1886 - 1951)의 "베르길리우스의 죽음 (Der Tod des Vergil)"은 제 2차 세계대전 와중에 집필되어, 1945년에 영어 그리고 독일어로 간행되었다. 브로흐는 1935년 「베르길리우스의 귀향 (Die Heimkehr des Vergil)」이라는 단편을 집필한 적이 있는데, 여기서는 “문화적 종말에 처한 문학의 위기”라는 주제가 다루어지고 있다. 이 작품은 베르길리우스의 시대와 작가 브로흐가 살고 있는 시대를 병렬적으로 투영시키고 있다. 가령 “시민주의, 독재 그리고 고대 종교 형태의 사멸” 등이 비교 대상들이다. 브로흐의 작품 "베르길리우스의 죽음"은 어떤 자본주의 후기 사회의 작가의 상황을 추적하면서, 동시대인들에게 작가의 과업이 과연 무엇..

44 20후독문헌 2021.05.31

서로박: 아이히의 '비테르보의 소녀들'

귄터 아이히 (1907 - 1972)의 방송극, 「비테르보의 소녀들 (Die Mädchen aus Viterbo)」는 1953년 3월 10일 남서방송극 바덴바덴, 브레멘 방송국 그리고 남독 방송국에서 차례로 발표되었다. 아이히는 50년대 초반에 가장 활발하게 방송극을 집필하였는데, 이 작품은 아이히의 문학 세계를 잘 보여주는 대표작 가운데 하나이다. 70세 노인 골트슈미트 그리고 그의 손녀, 17세의 가브리엘레는 유태인 피난민이다. 그들은 히틀러 정부에 의해 체포되지 않으려고, 베를린의 어느 주거지에 숨어서 살고 있다. 특히 골트슈미트는 지하실 아래에 있는 밀실을 발견하여, 손녀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목숨을 잃는 데 대한 두려움 그리고 일말의 희망 등이 일상의 지루함 속에서 그들을 내리 짓누른다. 너무..

44 20후독문헌 2021.03.31

서로박: 루드비히 토마의 '모랄'

친애하는 F., 오늘은 바이에른의 작가, 루드비히 토마 (Ludwig Thoma, 1867 - 1921)의 「모랄 (Moral)」에 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토마의 극작품은 1908년 11월 20일에 베를린의 소극장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습니다. 토마는 바이에른 농민들의 기발한 유머를 익살스럽게 표현한 작품을 많이 썼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그를 향토 작가로 단정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의 몇몇 극작품은 신랄한 정치 풍자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작품들은 겉보기에는 외설적이고 유머러스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바이에른의 향토적 보수주의에 대해 비판적인 메스를 가하려고 의도하곤 하였습니다. 오늘 다루려는 극작품 「모랄 (Moral)」역시 시민 사회의 살고 있는 속물들의 위선적 태도를 노골적으로 비아..

44 20후독문헌 2021.03.09

서로박: 프리쉬의 '돈환, 혹은 기하학적인 사랑'

친애하는 M, 오늘은 막스 프리쉬 (Max Frisch, 1911 - 1991)의 희극 작품 ?돈환 혹은 기하학에 대한 사랑?에 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1953년 5월 5일 취리히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습니다. 나중에 작가는 제 3막 후에 이어지는 막간극 그리고 가브리엘 텔레즈 (1571 - 1648)의 “돈환” 공연에 대한 논평 등을 삭제합니다. 기이한 패러디를 동원하여 프리쉬는 다음의 사항을 은근히 드러냅니다. 즉 돈환은 여성의 꽁무니를 따라 다니는 남자가 아닙니다. 나르시시즘에 사로잡힌 채 세상을 시니컬하게 바라보는 우울한 사내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프리쉬의 돈환에게는 성욕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일치되는 정신을 드러내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따라서 돈환은 “남성적 기하학”을 사랑합..

44 20후독문헌 2021.03.05

서로박: 그라스의 '넙치'

친애하는 L, 귄터 그라스의 장편 소설『넙치 (Der Butt)』는 1977년에 발표되었습니다. 그라스는 이전의 시기에 사민당의 당원으로서 활발하게 정치에 참여하였습니다. 특히 1969년 사민당의 선거 전략에 실질적으로 가담한 바 있었습니다. 작가는 작품 넙치의 배경을 다시 단치히로 설정하였습니다. 단치히에서 일어나는 세밀한 사건들은 거대한 서사적 파노라마 속에서 재정리되고 있지요. 그라스는 그림 형제의 동화 「어부와 그의 아내에 관하여」를 소설의 틀로서 활용하였습니다. 동화에 의하면 어부의 아내는 남편이 거대한 넙치를 잡았는데도 그냥 놓아준 데 대해 화를 내면서, 넙치에게 소원을 빕니다. 결국 남편은 넙치의 도움으로 교황이 되지만, 아내의 욕심은 끝이 없었습니다. 아내는 남편이 사랑스러운 신이 되어 달..

44 20후독문헌 2021.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