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바다를 헤쳐 온 늙은 고래 한 마리 심해에서 건져 올린 지혜를 잘게 부숴 등뼈에다 풀과 나무를 기르고 내 친구 동식이 한숨도 품어주고 막노동 김씨의 술자리에서 말씀으로 훈제한 안주가 되어주기도 하는 언제나 그대가 던져주는 아삭아삭한 꼴 때문에 사하촌의 뭇 생명들 시퍼런 작두날 같은 세상에 베이고도 아직도 미간을 펴고 사는 것이다." (전홍준: 흔적, 전망 2020, 59쪽.) 나: 금정산이 고래로 비유되고 있군요. 그것도 “난바다를 헤쳐 온 늙은 고래”라고 말입니다. 이로써 시인의 섬망 속에는 바다와 땅이 뒤집힌 채 투영되는 것일까요? 너: 산이 고래라면, 인간은 거대한 생명체 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작은 난쟁이 릴리푸트와 같을까요? 바다가 늙은 고래에게 험난한 장소였다면, 땅은 우리에게 “시퍼런 작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