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한국 문학 136

민영규의 시, '떨리는 지남철'

떨리는 지남철민영규 북극을 가리키는 지남철은 무엇이 두려운지항상 바늘 끝을 떨고 있다.여윈 바늘 끝이 떨고 있는 한 우리는 그 바늘의 가리키는 방향을 믿어도 좋다.만일 그 바늘 끝이 불안한 전율을 멈추고어느 한쪽에 고정될 때우리는 그것을 버려야 한다.이미 지남철이 아니기 때문이다. ............. 해설에 갈음하는 다섯 가지 사족 1. 서여 (西餘) 민영규 (閔泳珪, 1915 - 2005)의 시인데, 신영복 선생이 강의에서 그리고 서예로 남긴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민영규 선생은 동양사, 불교 그리고 강화의 민속학을 전공한 학자입니다. 그분이 어떤 계기로 "떨리는 지남철"을 집필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작품은 놀라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혹시 떨리는 지남철은 당신이 호기심을 지닌 ..

19 한국 문학 2024.12.21

(명시 소개) 서로박: (5) 함석헌의 'Avez-vous quelqu’un'

함석헌의 시 '그 사람을 가졌는가'를 독어와 불어로 번역해 보았습니다. 잘못된 점 발견되면 지적해주세요. 감사합니다.  Hast Du jemandHam Sokhon Hast Du jemand, denDu beauftragst, für Deine Familiiezu sorgen, bevor Du Dichauf den zu langen Weg machst. Hast Du jemand, derDir mit derselben Gesinnung traust,während die Welt Dir, einem Einsamenresolut den Rücken kehrt. Hast Du jemand, derDir bei einem sinkenden Schiffden Rettungsgürtel überläßt und sa..

19 한국 문학 2024.12.11

(명시 소개) 서로박: (4) 함석헌의 '그 사람을 가졌는가'

(앞에서 계속됩니다.) 6. B: 그렇다면 종교적 의미에서 이해될 수 있는데요. 앞에서 언급한 강수택의 논문에서도 제기된 바 있듯이, 씨ᄋᆞᆯ이 일반 사람들 가리키는가, 지식인을 아우르는가? 하는 물음은 분명히 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A: 한마디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함석헌의 “씨ᄋᆞᆯ”이라는 존재는 민초(民草)를 가리킵니다. 그렇지만 씨ᄋᆞᆯ이 인간의 몸 가운데 발이라면, 지식인은 신경세포가 집중되어 있는 인간의 뇌라고 말할 수 있지요. 그러나 신체조직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기능 역시 상호 작용하지 않습니까? 마찬가지로 지식인 가운데 씨ᄋᆞᆯ이 존재할 수 있지요. 함석헌의 “씨ᄋᆞᆯ은 생명체의 원형과 얼마든지 연결될 수 있습니다. 김경재는 씨ᄋᆞᆯ의 의미를 동학 운동을 벌이는 민초에서 발견..

19 한국 문학 2024.12.10

(명시 소개) 서로박: (3) 함석헌의 '그 사람을 가졌는가'

(앞에서 계속됩니다.) 5. B: 잘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그 사람을 가졌는가」의 주제에 관해서 말씀해주시지요?A: 함석헌의 시는 다섯 가지 관점에서 분석될 수 있습니다. 1. 전기적 관점, 2. 역 사적 관점, 3. 정치적 관점, 4. 신학적 관점, 5. 철학적 관점. 첫째로 작품은 시인의 개인사의 측면에서 분석될 수 있습니다. 먼 길을 떠나는 “나”는 자신의 모든 것을 맡깁니다. B: 그렇다면 “맘 놓고 갈만한” 친구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분일 수 있겠네요.A: 네, 자신의 모든 가족을 의탁할 수 있는 친구라야 할 것입니다. B: 김교신과 같은 분일 수 있겠군요.A: 아니, 한 사람으로 단정할 수 없습니다. 그런 식으로 단정한다면, 우리는 시의 또 다른 해석의 여지를 상실하게 되지요. 앞에서 말씀..

19 한국 문학 2024.12.10

(명시 소개) 서로박: (2) 함석헌의 '그 사람을 가졌는가'

(앞에서 계속됩니다.) 3.B: 놀라운 지적이로군요. 다음 기회에 “기독교와 평신도 운동 그리고 이단 사상”에 관해서 강의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시 함석헌으로 돌아가기로 하겠습니다. 김교신과 함석헌은 1927년 귀국하여 『성서조선』을 창간했지요?A: 그렇습니다. 그들의 탈권위주의적 기독교 사상은 김교신에 의해 민중적 저항적 의미를 강하게 부각했지요. 함석헌의 친구, 김교신은 민중 신학에서 커다란 족적을 남긴 분입니다. 일본 식민주의자들은 『성서 조선』 불온서적으로 규정하고, 여기서 활동하던 사람들을 체포했습니다. 그런데 김교신은 해방이 될 무렵에 안타깝게도 유명을 달리했지요. B: 함석헌이 시를 쓰기 시작한 시점은 바로 이 무렵입니다. 이게 하나의 우연일까요?A: 글쎄요. 해방 후에 자신의 고향에서 ..

19 한국 문학 2024.12.10

(명시 소개) 서로박: (1) 함석헌의 '그 사람을 가졌는가?'

1. B: “겨레의 할아버지”, 함석헌의 시를 논한다는 것은 참으로 설레면서도 어려운 일입니다. 마음이 설레는 까닭은 작품 속에 강인한 목표 의식과 도덕성이 자리하기 때문이고, 시 해석이 어려운 까닭은 개인사와 한국 역사가 용해된 포괄적 해석을 요청하기 때문입니다.A: 이해할만 하군요. 시작품 이해에 있어서 일단 함석헌의 삶과 사상을 일차적으로 이해하는 게 급선무일 것입니다. 함석헌의 삶을 깊이 파악하려면, 두 권의 책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치석의 『씨알, 함석헌 평전』(시대의 창, 2005) 그리고 김성수의 개정판 『함석헌 평전』(삼인 2011)이 바로 그 문헌입니다. B: 한 번 참고하겠습니다. 함석헌의 삶은 일제 강점기와 분단 시대로 나누어집니다. 이 자리에서 모든 것을 서술할 수는 없습니다. ..

19 한국 문학 2024.12.10

(명시 소개) 전홍준의 '은사시나무'

은사시나무 은근한 목소리로 은사시 은사시여 부르면춤추자고 내 손을 잡아당기는 여인이여 봄에는낯 씻고 크림만 바른뽀송뽀송한 소녀가 되어4/3박자 왈츠로 나를유혹하고여름에는 찹살모찌 훔쳐먹다엄마에게 쫓겨난 아이같이입술에 전분가루 묻히고산들바람에 다만 키들거린다 바라만 봐도 *엔돌핀 돈다 장난꾸러기 그녀도가을에는 정염情炎의 이파리모두 떨구고겸허히 생을 되새김질한다 어여삐 여긴 조물주함박 눈 내려보내그녀의 부끄러운몸을 덮어준다 *시작노트운동하는 체육공원에 은사시나무 한그루서 있다. 근엄한 잣나무와 웅장한 느티나무사이에서, 껑충 큰 키로 어린애처럼 까불며서 있다. 속성으로 자라는 특성 때문에,칠십 년대 녹화사업할 때 우리 산야를 지배했지만,실속이 없다고 천덕꾸러기가 되어, 지금은방죽 부근이나 조경수로 겨우 명맥을..

19 한국 문학 2024.11.23

전홍준의 시, '장돌뱅이 서씨'

장돌뱅이 서씨 오십 년도 지났을 거야매운 날씨에 엄마 치맛자락 잡고사람 숲 헤치며 대목 오일장 가던 날 우시장 지나 싸전그 옆 냇가에는 붕어 잉어 가물치담긴 대광주리추녀 밑 장돌뱅이들지게 받쳐두고 홑적삼에오돌오돌 떨고그 속 서씨염장한 고등어 담긴 항아리열어놓고 곰방대 빨고 있었네 오종종한 얼굴소처럼 선한 눈콧수염에는 콧물이 고드름인 양맺혀 있었지도붓꾼 고단한 생을 살아낸 그는무엇이 되었을까아마 포슬포슬한 흙이 되었을 거야 착한 흙 말이야  *시작노트이제 서산 너머에서 누군가가 부르는 나이,칠십 대에 접어드니글썽이는 눈물 같은 사람들이 생각난다.흙이 되었어도 약하고 착하게 살아서향기가 나는 사람들.그들을 불러내어 찬미하고 싶다.

19 한국 문학 2024.11.01

최영철 시인의 문장들

최영철 시인의 다음의 문장은 시인의 삶 그리고 집필 과정이 얼마나 힘드는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 시인은 언어를 빚는 재능을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변화를 감지하는 예민한 촉수를 가지고 태어난다. (31)  시인은 고통을 숙주로 찬란한 꽃을 피워내고 고통은 시인을 숙주로 만천하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영역을 확장한다. (32)  시인은 미망을 즐기며 미망 속에 있으려고 하는 존재, 번뇌를 즐기며 번뇌 속에 있으려고 하는 존재들이다. (31)  시인은 고통받는 모든 영혼이 구제될 때까지 부처가 되지 않기로 자청한 지장보살처럼 천국이 아닌 지옥에 머물기를 자청해야 한다. (36)  시는 고통을 관리하는 양식이다. 느닷없이 찾아온, 오랫동안 ..

19 한국 문학 2024.10.27

(명시 소개) 윤경재의 시, 쑥부쟁이

쑥부쟁이윤경재 제 이름 모르는 채 들국화라 홀대하다연보라 뽐내거나 노란 꿈 비교 않네바람에 흔들거려도속정 깊은 누이여 불쟁이 아버지와 동생들 헌신 봉양무심한 나무꾼과 노루도 감동하고죽음도 차마 못하여들꽃으로 피웠네 벼랑을 넘어서는 여여한 징검다리못다 부른 사랑의 숨결을 되살렸어괜찮아 누군가의 꽃깊은 가을 사르네

19 한국 문학 2024.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