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 41

서로박 (서평): '보들리야르의 상징적 교환과 죽음'

장 보들리야르 (J. Baudrillard, 1929)의 「상징적 교환과 죽음 (L’échange symbolique et la mort)」은 1976년 파리에서 처음 발표되었다. 본고는 두 개의 사건에 의해서 착안되었다. 첫째는 70년대에 프랑스 구조주의자들이 언어학, 정신 분석학, 인류학, 정치 경제학 그리고 사이버네틱스 등을 결합시킨 사건이요, 후자는 1968년 파리 대학생들의 폭동 사건이다. 학생 운동의 실패로 인하여, 보들리야르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린다. 즉 프롤레타리아 혁명은 후기 자본주의속에 더 이상 주어지지 않은 목표를 실현시키려는 환영이라는 것이다. 보들리야르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를 진단하며, 그 특성을 지적하기 위하여 본서를 집필하였으며, 과거 야만인들의 삶과 현대인들의 삶을 비교하..

5 사회심리론 2019.02.19

서로박: 뒤렌마트의 미시시피씨의 결혼

친애하는 J, 오늘날의 세상은 참으로 복잡하고 예측하기 힘듭니다. 세계는 우연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고, 역사적 발전은 인간이 의도한 바와는 전혀 무관하게 진척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과거의 현인들은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 얼마나 열정적으로 기도하고, 그리고 얼마나 강렬하게 사회 유토피아를 꿈꾸었던가요? 그러나 세계는 마르크스 이후의 지식인들이 갈구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습니다. 비관적 회의주의를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는 에른스트 블로흐가 그토록 안타까워했던, “세계의 간파될 수 없는 특성 (Undurchschaubarkeit der Welt)”을 지적하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세계는 한울 나라 내지 자유의 나라와는 정 반대의 방향으로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

44 20후독문헌 2019.01.13

서로박: 게오르크 지멜의 돈의 철학

오늘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활약한 사회학자, 게오르크 지멜 (Georg Simmel, 1858 - 1918)의 대표작에 관해서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1900년에 발표된 『돈의 철학 (Philosophie des Geldes)』입니다. 이 작품을 통하여 지멜은 오랜 시일에 걸쳐 추구해온 가치이론 그리고 서구 철학의 문화사를 망라한다는 점에서 자신의 사회학 그리고 역사 철학을 총결산한 셈입니다. 이 책은 두 가지 차원에서 놀라움을 담고 있습니다. 첫 번째 사항은 철학사에 있어서의 세기말의 다양한 전환기적 사고들을 “제반 철학들”이 아니라, 단수인 “철학”으로 규정한 것입니다. 세기말의 문화적 풍토는 급변하는 사회 현상을 그대로 반영하듯이 수많은 예술적 사조를 드러내었습니다. ..

23 철학 이론 2018.12.19

(단상. 406) 사회학과 심리학, 그 상호 보완성

요즈음 행복 심리학에 관한 강연이 많다. 즐거운 학교 생활을 위해서는 교사 학생들의 밝은 마음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사실 심리학은 인성의 문제, 대인 관계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요즈음 각광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무조건 대인 관게만 잘 하고, 자신의 미음을 즐겁게 만드는 것만이 능사인가? 블로흐도 말한 바 있듯이 남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 행동하는 것은 의연한 걸음을 걷는 인간이 해야 할 일은 못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남을 위한 , 혹은 윗 사람을 위한 노예로 살아야 하는가? 그건 아니다. 직장 생활 잘하고 대인 관계 원만하면, 그것으로 끝인가? 언제까지 우리는 고분고분한 카멜레온만을 양산시킬 것인가? 말 잘듣는 능구렁이보다는 차라리 까칠한 외골수가 더 나을 때도 있다. 진정한 의미에서 자아..

3 내 단상 2018.08.21

서로박: 아나키즘의 유토피아 사상 (5)

(앞에서 계속됩니다.) 24. 비참상의 근원은 국가에 있는가?: 몇몇 아나키스트들은 이러한 사회적 비참상의 근원이 자본주의의 경제 구도가 아니라, 국가 체제에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모든 죄악의 근원은 자본가의 잉여가치의 추구에 도사린 게 아니라,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폭력적 국가 자체에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폭력 국가는 마치 과거 시대의 막강한 신의 권능과 다를 바 없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바쿠닌의 유작인 『신 그리고 국가Dieu et l'état』(1871/ 1882) 를 읽으면, 우리는 그가 얼마나 권위로서의 신과 국가에 대한 노여움을 드러내고 있는가? 하는 점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바쿠닌이 사회 파탄의 근본 원인을 추적하지 않고, 결과를 원인으로 고찰했다는 데 있습니다. 바쿠닌은 국..

26 유토피아 2018.01.29

서로박: 블로흐의 '유토피아의 정신' (1)

블로흐 (1885 - 1972)는 1918년에 뮌헨/ 라이프치히에서 제 1고를 발표하였다. "유토피아의 정신"에서 유토피아의 개념은 한마디로 이상 사회 내지 이상 국가에 대한 설계를 고려한 게 아니라, 하나의 원칙으로 이해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모든 개인 그리고 모든 존재의 근원 속에는 유토피아의 정신적 그리고 형이상학적 면모가 도사리고 있다고 한다. “질풍과 노도”의 문체를 담은 이 책을 통해 에른스트 블로흐는 유토피아의 철학을 개진하였으며, 이는 나중에 (40년대 미국에서 집필되어 1959년에서 1959년 라이프치히에서 완결된) "희망의 원리"에서 완전한 사상적 형태를 갖추게 된다. 그는 동시에 “미적 체험”에 어떤 유토피아의 기능을 부여함으로써 30년대 중엽에 불붙었던 모더니즘 논쟁에 상당하게 ..

27 Bloch 저술 2017.11.08

마르크스, 뮌처, 혹은 악마의 궁둥이 (3)

3. 중요한 것은 연구 대상 자체가 아니라, 무엇보다도 연구자의 시각내지는 관점이지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블로흐의 연구 대상만을 염두에 두고 이를 비난하곤 하였습니다. 이를테면 카를 카우츠키 Karl Kautsky를 생각해 보세요. 20세기 전반기의 시기에 사람들은 “종교 갈등의 시기에 활동하던 개혁론자가 계급 문제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카우츠키의 발언을 성급하게 받아들여서, 블로흐를 신비주의 수정주의 철학자로 매도하기에 이릅니다. 심지어는 블로흐의 핵심 연구가라고 자처하는 한스 하인츠 홀츠 Hans Heinz Holz조차도 블로흐의 뮌처 연구를 마르크스 사상을 흐리게 만들고 방해하는 하나의 요인으로 용인한 바 있습니다. 말하자면 블로흐는 홀츠에 의하면 마르크스주의의 정곡을 찌르는 대신..

23 철학 이론 2017.09.17

마르크스, 뮌처 혹은 악마의 궁둥이 (2)

2. 『뮌처, 마르크스, 혹은 악마의 궁둥이』는 블로흐의 사상의 핵심을 안고 있는 기독교 사상과 마르크스의 사상을 서로 비교함으로써, 다음의 결론을 도출해내고 있습니다. 즉 “블로흐의 사상은 결코 기독교와 마르크스주의를 서로 합금시킨 게 아니다. 다시 말해서 블로흐의 사상은 언젠가 빌헬름 바이틀링 Wilhelm Weitling이 추구했던 ‘기독교적 마르크스주의’와는 근본적으로 차원을 달리한다.”는 게 바로 그 결론입니다. 빌헬름 바이틀링: 가난한 목수의 아들의 예수 사상과 사회주의를 접목시키면서, 기독교 사회주의를 꿈꾸었다. 블로흐는 뮌처의 종교 개혁의 발언과 그의 문헌을 자신의 유토피아적 종말론 사상을 도출하기 위한 자료로 활용한 반면에, 마르크스의 저작물들을 자신의 사상과 계급 문제의 근원적 토대로서..

23 철학 이론 2017.09.17

마르크스, 뮌처 혹은 악마의 궁둥이 (1)

서문: 21세기에 태어날 배달의 철학자, 당신을 위하여 “사고는 한계를 뛰어넘는 일을 일컫는다.” (Ernst Bloch) “블로흐를 비판하지 않은 채, 그의 문장을 인용하는 것은 하나의 배반이다.” (편역자) “희망은 확신이 아니다. 희망은 위험에 둘러싸여 있다. 그것은 위험에 대한 의식이다.” (Ernst Bloch) 청년 마르크스 - 눈빛이 깊다. 1. 친애하는 B, 블로흐 읽기를 연속으로 간행하겠다고 호언장담했으나, 이후의 진행은 그다지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유토피아의 역사를 역사적 비판적 관점에서 기술하려는 의도는 세부 사항에 있어서 여러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유토피아의 연구에서 동양의 영역을 제외했음에도, 논의에 대한 고증 작업은 여간 만만치 않았습니다. 자고로 학자는 -소설가와는..

23 철학 이론 2017.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