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철학 이론

마르크스, 뮌처 혹은 악마의 궁둥이 (1)

필자 (匹子) 2017. 9. 17. 11:04

 

서문: 21세기에 태어날 배달의 철학자, 당신을 위하여

 

사고는 한계를 뛰어넘는 일을 일컫는다.” (Ernst Bloch)

블로흐를 비판하지 않은 채, 그의 문장을 인용하는 것은 하나의 배반이다.” (편역자)

희망은 확신이 아니다. 희망은 위험에 둘러싸여 있다. 그것은 위험에 대한 의식이다.” (Ernst Bloch)

 

 

 

청년 마르크스 - 눈빛이 깊다.

1.

친애하는 B, 블로흐 읽기를 연속으로 간행하겠다고 호언장담했으나, 이후의 진행은 그다지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유토피아의 역사를 역사적 비판적 관점에서 기술하려는 의도는 세부 사항에 있어서 여러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유토피아의 연구에서 동양의 영역을 제외했음에도, 논의에 대한 고증 작업은 여간 만만치 않았습니다. 자고로 학자는 -소설가와는 달리- 자발적 착상만으로 펜이 굴러 가는대로 글을 쓸 수 없으며, 사고가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기 전에 펜을 들어서는 안 됩니다. 게다가 학자라면 누구나 자신의 주장과 인용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나의 연구가 블로흐의 사상의 범위를 넘어서는 데 있었습니다. 유토피아의 역사를 기술하려면 블로흐의 사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는 이전 세대의 학자가 아닌가요? 게다가 모든 새로운 사고는 어떠한 사상적 제한 속에서 개진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유토피아의 역사를 개관하려는 작업은 앞으로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에른스트 블로흐 읽기 (II)는 이전에 E북으로 간행된 바 있는 『뮌처, 마르크스, 혹은 악마의 궁둥이』로 대신하려고 합니다.

 

 

 

 

 

스키타이 인의 면모를 지닌 혁명의 신학자, 독일의 전봉준. 뮌처 

 

 

몇몇 문헌이 삭제되었지만, 추가로 첨가한 글들이 있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이를테면 츠베렌츠의「블로흐 테제」, 블로흐의 「니체의 사상적 자극」, 블로흐의 「대학, 마르크스주의, 철학」, 블로흐의 「마르크스에 나타난 인간 그리고 시토이앙」이 그것들입니다. 원고들은 오랫동안 서랍 속에 잠자고 있었으므로, 오랜 수정 작업이 가능했습니다. 『마르크스, 뮌처, 혹은 악마의 궁둥이』는 마치 오랫동안 묵혀둔 포도주처럼 귀한 물건 같아서, 나로서는 애착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