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철학 이론

마르크스, 뮌처 혹은 악마의 궁둥이 (2)

필자 (匹子) 2017. 9. 17. 11:04

2.

『뮌처, 마르크스, 혹은 악마의 궁둥이』는 블로흐의 사상의 핵심을 안고 있는 기독교 사상과 마르크스의 사상을 서로 비교함으로써, 다음의 결론을 도출해내고 있습니다. 즉 “블로흐의 사상은 결코 기독교와 마르크스주의를 서로 합금시킨 게 아니다. 다시 말해서 블로흐의 사상은 언젠가 빌헬름 바이틀링 Wilhelm Weitling이 추구했던 ‘기독교적 마르크스주의’와는 근본적으로 차원을 달리한다.”는 게 바로 그 결론입니다.

 

 

 

 

빌헬름 바이틀링: 가난한 목수의 아들의 예수 사상과 사회주의를 접목시키면서, 기독교 사회주의를 꿈꾸었다.

 

블로흐는 뮌처의 종교 개혁의 발언과 그의 문헌을 자신의 유토피아적 종말론 사상을 도출하기 위한 자료로 활용한 반면에, 마르크스의 저작물들을 자신의 사상과 계급 문제의 근원적 토대로서 상호 접목시킬 수 있는 자료로 수용하였습니다. 이를 고려한다면, 우리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습니다. 즉 뮌처에 대한 블로흐의 연구가 자신의 연구 주제를 확장시키는 노력으로 이해된다면, 마르크스의 사상은 블로흐에게 더 나은 삶을 위한 꿈을 추적하는 근본적인 토대로 활용되어 왔다고 말입니다.

 

상기한 이유로 인하여 본서의 제목은 “뮌처, 마르크스, 혹은 악마의 궁둥이”가 아니라, “마르크스, 뮌처, 혹은 악마의 궁둥이”로 바뀌어졌습니다. 제목의 순서 변화는 여기서 매우 중요합니다. 블로흐는 초기에 뮌처에 관한 책을 발표함으로써, 수많은 마르크스주의자로부터 오랫동안 수정주의 비판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폭넓은 연구 대상의 설정으로 인하여, 엄청난 연구 영역을 모조리 포괄하여 상호 관련성을 추적했기 때문에 블로흐는 끊임없이 오해를 받아왔습니다. 이를테면 우리는 블로흐가 오늘날 철학과 정치경제학이 아니라, 유독 신학에서 회자되고 있는 경향을 하나의 좋은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미리 말씀드리건대 유토피아라는 철학, 문학과 예술, 법학, 정치경제학, 신학 사이의 상호 관련되는 학제적인 테마를 우선적으로 이해해야만, 우리는 블로흐의 사상적 뿌리를 비로소 제대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블로흐의 산문 『흔적들』이 블로흐의 다른 문헌의 내용을 문학적으로 압축한 텍스트라고 이해하면서, 제반 학문과의 유기적인 관련성을 예리하게 간파할 때, 우리는 비로소 블로흐의 사고를 제대로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 블로흐의 학문 가운데 이를테면 신학의 부분 하나만 빼내어, 그 부분만 수용하려고 한다면, 이러한 처사는 장님 코끼리 더듬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