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흐 116

(저서 소개) 꿈과 저항을 위하여

나의 책 "꿈과 저항을 위하여. 에른스트 블로흐 읽기 1"이 2011년 울력 출판사에 의해서 간행되었습니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글들이 실려 있습니다. 거역과 희망. 확인해본 12 개의 블로흐 테제 에른스트 블로흐의 용어들 블로흐의 유토피아에 관한 반론과 변론 에른스트 블로흐의 철학적 명제 유토피아 에른스트 블로흐의 깨달은 희망, 종교 그리고 유토피아 에른스트 블로흐의 예술적 범주, 예측된 상 갈망에서 실현까지, 설레는 심리 속의 다섯 가지 모티프 차단된 미래, 아직 아닌 존재에 관한 판타지 등등

27 Bloch 저술 2021.06.19

블로흐: 터무니없는, 혹은 더 나은 기담

기라르디의 기담은 낮 시간이 아니라, 밤 시간에 시작된다. 그는 밤늦은 시간에 친구와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시간을 지체하였다. 그래도 냉정을 유지하며, 빈의 외곽지역으로 향해 서둘러야 했다. 약속시간을 지키지 못할 것 같았다. 늦은 밤이라서, 도시를 횡단하는 전차 역시 오래 전에 끊겼다. 비싼 돈을 주고 택시를 타야할지, 히칭 구역까지 걸어가야 할지 고심하였다. 기라르디는 결국 걸어가기로 작심한다. 걸어가는 도중에 좁지만 우아한 어느 골목을 지나치게 되었다. 그곳은 홍등가였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지나친 적이 없었다. 건물의 창문에서 환한 빛이 비쳤고, 반라의 여자들이 아래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자들은 두 손으로 그에게 열정적인 키스를 보냈다. 이때 오래된 오스트리아의 노란 색의 꽃들로 장식되어 있는,..

28 Bloch 흔적들 2021.06.06

블로흐: 첫 번째 기차

증기기관의 발명자, 조지 스티븐슨의 데뷔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은 몹시 거친 이야기가 전해온다. 주지하다시피 그는 주전자의 끓는 물을 보고 놀라운 착상을 도출해내었다. 어쩌면 증기의 힘으로 기차의 바퀴가 돌아갈지 모를 일이었다. 발명가는 어설프게 기차 하나를 직조하여, 저녁 시간을 틈타 기차가 거리를 달리도록 조처했다. 처음에 그는 기차를 뒤쫓을 요량이었다. 그러나 기차는 몇 번 칙칙 거린 다음에 달리기 시작했다. 기차의 속력은 점점 빨라졌다. 스티븐슨은 뒤를 쫓았지만,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었다. 도로의 끝 간 데에서 즐거운 사람들이 왁자지껄 떠들면서 걸어오고 있었다. 그들 가운데에는 남자와 여자들이 섞여 있었고, 마을의 목사도 동참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함께 맥주를 마시다가 뒤늦은 시간에 제각기 귀가하..

28 Bloch 흔적들 2021.05.29

블로흐: 작은 출구

깊이 잠이든 사람 역시 혼자 있다. 물론 그는 여행을 떠난 사람처럼 그렇게 행동을 취할 수 있다. 물론 우리는 잠자지 않고, 술집에 머물기를 좋아한다. 벽을 뒤로 하고, 술집 내부를 멍하니 쳐다보면서 말이다. 그런데 놀라운 게 하나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잠이 들 때 주위를 완전히 차단시킨다. 이로써 그들은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어두운 방에서 등을 돌리며 잠을 청한다. 우리는 잠들 때 마치 벽이 갑자기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처럼, 마치 방이 스스로 무기력하게 변하는 것처럼 느낀다. 잠은 마치 벽에서 무언가를 발견한다. 그것은 통상적으로 더 나은 죽음으로 다가가게 하는 무엇을 가리킨다고 할까. 잠은 외부의 방해와 낯섦을 논외로 하더라도 마치 죽음을 배우는 행위처럼 보인다. 물론 잠의 무대는 전혀 다르게..

28 Bloch 흔적들 2021.05.11

서로박: 모나리자, 눈부신 현혹 (1)

“눈을 떠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잘 바라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 1. 예술의 부흥은 지원자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예술은 야콥 브루크하르트Jacob Burckhardt의 말대로 "인류의 가장 위대한 가치를 담은 놀라움"입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등 위대한 예술가들이 동시대에 활약하여 이탈리아를 찬란한 빛의 공간으로 승화시켰습니다. 이탈리아의 탁월한 그림, 조각품, 위대한 건축물 등은 이들에 의해 완성되었습니다. 그들이 생계의 걱정 없이 자신의 모든 삶을 예술 창조에 바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보다도 메디치 가문의 학문과 예술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 때문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 재벌들이 기껏해야 비싼 ..

11 조형 예술 2021.04.28

서양 문학 속의 호모 아만스. 서문

“산문작품은 낯선 지역으로 들어서는 통로이며, 자신을 낯설게 반추할 수 있는 거울이다.” (필자) “’이 배는 오 분 후에 가라앉는다.‘ 신드바드의 이러한 외침은 먼 훗날 잠수함을 발명하게 했다.” (필자) 1. 친애하는 J, 본서는 『호모 아만스. 치유를 위한 문학 사회심리학』(울력, 2017)의 속편으로서 자료집 내지 사례집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통상적인 사례집과는 좀 다릅니다. 왜냐하면 필자는 인간 삶의 제반 사회심리적인 갈등, 개개인의 고뇌와 해원 등을 무엇보다도 서양의 문학작품 속에서 찾으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서양문학에 나타난 사랑과 성에관한 이야기들을 하나씩 정리하였습니다. 이야기들은 당신을 감동시키거나, 당신으로 하여금 타자의 어떤 심리적 하자를 간파하게 할 것입니다. 이로써 새롭게..

2 나의 글 2021.04.27

블로흐: 문의 모티프 (2)

그렇지만 문의 배후에 도사리고 있는 것은 결코 여러 가지 구상적인 상을 통해서 드러나지도 않으며,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지도 못한다. 세계는 언제 어디서든 간에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 말없이 나타나 것은 오로지 아주 드문 행복의 감정일 뿐이다. 그렇지만 행복의 감정은 외부로 향해서 확장되고 넓게 퍼져나가는 게 아니라, 대부분 신앙에서 나타나듯이 기껏해야 “상부”로 향해 방향을 설정할 뿐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사라지는 장소 또한 행복의 신들이 자리하는 공간이 아니라, 끔찍한 경악으로 가득 찬 공간으로 인지될 수 있다. 문의 배후가 어떠한지를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저 추론하고 예견하는 방식으로 유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경악이나 희열을 안겨주는 현실적인 영역을 뛰어넘는, ..

28 Bloch 흔적들 2021.04.19

블로흐: 문의 모티프 (1)

아름다운 처녀, 릴은 사랑하는 사내와 함께 마차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여기서 언급되는 영화는 1921년에 프리츠 랑 Fritz Lang에 의해 만들어진 『피곤한 죽음Der müde Tod』을 가리킨다. 이 제목은 “지쳐버린 추수꾼The weary Reaper”으로 번역되기도 하는데, 영국에서는 “운명Destiny”이라는 제목으로 상연된 바 있다. 영화의 여주인공으로 공연한 배우는 릴 다고버Lil Dagover이다. - 역주) 그들이 타고 가는 우편 마차 속에는 두 사람밖에 없다. 마지막 정류소에서 어느 나이 지긋한 사내가 승차하게 되었다. 그의 눈길은 아름다운 릴에게로 향한다. 그미의 남자는 몹시 피곤하게 보인다. 그의 완강한 얼굴에는 강인함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마차는 성문을 지나서 소도시 안으로..

28 Bloch 흔적들 2021.04.19

(저서 소개) 호모 아만스. 치유를 위한 문학 사회 심리학

호모 아만스. 치유를 위한 문학 사회심리학 지금까지 수십권 간행했지만, 저자로서 가장 애착이 가는 책은 바로 호모 아만스. 치유를 위한 문학 사회심리학입니다. 문학 서적, 사회학 서적 그리고 심리학 서적이 아니라, 상호 연계된 관점을 다룬 것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필자는 오래 전부터 호모 아만스의 인간형에 관해 관심을 기울여 왔습니다. 책의 내용 가운데 필자가 애착을 가지는 장은 마지막 부록 "인종, 성, 나이 구분은 없다"입니다. 많은 참고 바랍니다. 목차 1. 서문: 구분 없는 인간형으로서의 호모 아만스 2. 정신분석학의 전개 과정 그리고 에른스트 블로흐 3. 에릭 에릭슨과 루돌프 슈타이너의 교육 심리 이론 4. 에밀리오 모데나의 생태 심리학과 에로스의 유토피아 5. 강덕경, 혹은 알렉..

1 알림 (명저) 2021.03.11

블로흐: 놀라움

“생각해 보세요, 나는 가끔 푸른빛을 발하는 파리 한 마리를 바라봅니다. 네, 참으로 보잘 것 없는 말처럼 들리겠지요. 어쩌면 내 말이 이해될지 모르겠어요.” - “웬걸요, 잘 이해합니다.” - “네, 네. 이따금 나는 풀을 바라보기도 합니다. 그러면 풀 역시 나를 바라볼 수도 있어요, 우리가 대체 무엇을 알고 있을까요? 풀줄기 하나를 골똘히 바라봅니다. 놈은 가볍게 몸을 떨고 있어요 이 순간 그것은 어떤 무엇이라고 생각되지요. 내 곁의 무엇을 생각합니다. 여기 풀줄기 하나가 서서 몸을 떨고 있다고요! 내가 바라보는 것은 가문비나무일 수 있어요. 나무는 가지 하나를 지니고 있지요. 나무 가지는 나로 하여금 무언가 생각하게 하지요. 그렇지만 산정에서 사람들도 바라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마치...” - “..

28 Bloch 흔적들 2021.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