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흐 117

박설호: 견유 문학론 (1)

(문학의 행위는 삶에서 부수적이다. 허나 이런 부수적인 행위가 없다면, 삶은 얼마나 황량할까? 꿈이 없는 삶, 그냥 목숨을 부지하는 삶은 추하고 허망할지 모른다.) 1.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 (Canes timidi vehementius latrant.). 하나의 입으로 어찌 두 가지 내용을 동시에 나타낼 수 있을까? 장자 (莊子)가 까치 한 마리를 관찰하는 에피소드를 생각해 보라. 새를 관찰하며 서성거리는 동안에, 장자는 또 다른 생각과 주어진 전체로서의 세계를 망각하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개 한 마리가 컹컹 짖는 동안에, 그 개는 중요한 다른 일을 잊어버린다. 그러므로 우리는 컹컹 짖기 전에 깊이 생각해야 하며, 우선 신중하게 사방을 둘러보아야 한다. 2. 무는 개는 짖지 않는다. (Canem..

2 나의 잡글 2022.06.24

블로흐: 가난한 놈과 부유한 놈

부유한 사람들은 기꺼이 유희를 즐기려고 하며, 함께 즐기자고 가난한 사람들을 종용한다. 어느 미국인은 무척 기이한 내기에 참여하게 되었을 때 그렇게 행동을 취했다. 이때 그는 함께 세계 여행을 즐길 젊은 사내 한 명을 공개적으로 채용하려고 했다. 가급적이면 건강하고, 민첩한 광부들 가운데 한 사람을 선택하려 했다. 지원자는 놀랍게도 10만 명이나 되었다. 지원자 가운데 젊은 사내 한 사람이 선정되었는데, 매우 잘생긴 청년이었다. 채용 조건은 오로지 다음과 같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 것이었다. 즉 사내는 사람들 앞에서 품위 있게 먹고 마시고, 세련된 의복을 멋지게 걸치며, 자신의 몸매를 관리하는 일이었다. 가정교사 한 사람이 채용된 사내에게 세상의 법도를 가르쳤다. 가령 승마, 골프, 숙녀 앞에서 행해야..

28 Bloch 흔적들 2022.06.19

서로박: 톨스토이의 부활

러시아의 문호 레오 톨스토이 (1828 – 1910)의 "부활"은 1889년에서 1899년 사이에 집필되었습니다. 오랜 시간을 두고 집필된 “노작 勞作”이지요. 안나 카레니나가 발표된 지 꼭 20년 만에 간행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와 함께 톨스토이의 가장 유명한 소설로 알려져 있습니다. 맨 처음 발표된 시기는 1899년이었는데, 일부의 작품이 검열에 의해서 삭제되었습니다. 톨스토이의 작품은 발표되자마자 거대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작품 집필의 계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1887년 친구로부터 어느 법정의 기이한 판결에 관한 소식을 전해 들었는데, 톨스토이는 이를 소재로 하여 거의 10년 동안 집필에 매달렸습니다. 소설은 1880년대 말의 어느 해 4월 28일부터 ..

31 동구러문헌 2022.04.09

서로박: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4)

(앞에서 계속됩니다.) 22. 작품에 대한 심리학적 분석 (1), 어머니 없이 자라는 아이들의 정서적 불안: 작품은『프랑켄슈타인』은 심리학적 차원에서 분석될 수 있습니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심리적으로 하자를 지닌 인물이라고 합니다. 그는 사이비 과학 그리고 마법적 사고에 집착하는 인물로서 마치 자신과 같은 어떤 생명체를 기필코 만들어낼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한 그의 이념은 처음부터 편집적 광기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게다가 프랑켄슈타인은 환청에 시달리고, 아침저녁으로 깊은 우울증에 사로잡히는 인물입니다. 이를 고려한다면 인조인간은 빅터 프랑켄슈타인 자신의 분신이라고 명명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인조인간을 만들려는 확고한 의지는 자신이 스스로 사랑하는 자신의 육체를 별도로 재구성하려는..

35 근대영문헌 2022.03.28

재생 가능 에너지 (8) 생태 의식과 미래

7 나오는 말 후쿠시마의 방사능은 태평양 전역을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사진은 일본의 방사능 유출 사건이 얼머나 심각한지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생태계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과학에 대한 기대감뿐 아니라, 오로지 자연을 아끼며 사랑하려는 인간의 마음가짐입니다. 마하트마 간디 Mahatma Gandhi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지구상에는 아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한 자원이 있지만, 남획하려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부족할 뿐이다."라고 말입니다. 그렇기에 현대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더욱 옹골진 생태적 세계관을 지녀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동식물에게 머리를 수그려야 합니다. 우리는 불행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앞에서 그리고 플랑크톤과 흰곰 앞에서 한없이 머리를 낮추어야 합니다. 죽어가..

4 탈핵 환경 2022.03.16

라스카사스, 인종 그리고 국적 (4)

11. 남한의 고등학교 교과서에는 종교 개혁자로서 루터Luther와 칼뱅 Calvin에 관한 사항들만이 적혀 있습니다. 토마스 뮌처와 바르톨로메 라스카사스는 이름조차 거명되지 않습니다. 이승만의 반공주의는 우리로 하여금 오랫동안 계급 문제를 직시하지 못하도록 조작했던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루터와 칼뱅은 우리가 추종해야 할 바람직한 종교 개혁가는 못 됩니다. 칼뱅은 돈의 이데올로기에 동조하면서, 자본주의의 이익 추구 행위를 종교적으로 용인하였습니다. 마르틴 루터는 도덕적으로 방종한 인간이었습니다. 그는 수사의 이중 결혼을 요구했을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유대인에 대해 커다란 적개심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어디 그뿐일까요? 루터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농민을 저버리고 권력과 결탁하지 않았던가요? 루터..

2 나의 잡글 2022.02.03

프란츠 퓌만의 시, "불복종의 찬양"

프란츠 퓌만 (1922 - 1985)은 얼핏 보면 돈키호테를 연상하게 한다. 삶의 오류가 그를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들었다. 시인, 소설가 그리고 에세이스트로서 탁월한 작품을 남겼다. 퓌만은 현재 체코 지역인 로흐리츠에서 약사의 아들로 태어나다. 1932년에 오스트리아의 빈 근교에 있는 칼스버그 학교에 다니다. 퓌만은 처음에는 나치의 사상에 경도하여 1936년 주데텐 파시스트 체조 단체에 가입하였으며, 나치 돌격대에 가담하다. 1939년 아비투어를 취득한 직후에 자청하여 군대에 지원하다. 전쟁이 끝날 무렵 퓌만은 소련 포로수용소에 수감되다. 1946년 그는 노긴스크에 있는 반파시즘 학교에 다니면서. 마르크스 사상을 세밀히 배워나가다. 1949년 그는 동독을 스스로 선택하였고, 1958년부터 자유 작가로 일..

21 독일시 2022.01.13

블로흐: 아빠와 딸

블로흐는 에드워드 불워-리턴의 소설 "자노니Zanoni"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재구성하고 있다. 주제: 1. 딸에 대한 아빠의 사랑은 무한할 정도이나, 아빠에 대한 딸의 사랑은 이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2. 예술가의 명성은 후세에 퍼진다. 그런데 당대에서 명성을 떨치는 예술가는 드물다. ....................... 18세기에 늙은 바이올린 연주자가 살았다. 사람들은 그가 유행에 뒤떨어져 있으며, 연주 실력이 형편없다고 여긴다. 그에게는 친구 한 사람도 없는데, 식솔은 달려 있다. 음악가는 자신의 결혼을 후회하며, 언제나 자신의 방에 칩거했다. 그는 오페라 하우스의 공연 시에 가급적이면 정확한 시간에 자신의 자리에 착석하지만, 오페라 음악에 대해 신명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리허설이 진행..

28 Bloch 흔적들 2022.01.05

블로흐의 "기독교 속의 무신론" 영역본

미리 말하자면 블로흐의 영어판 가운데 가장 질이 떨어지는 문헌이다. "기독교 속의 무신론" 영어 판에는 상당히 많은 하자가 도사리고 있다. 외국어로 표기된 전문용어 및 각주는 하나도 없으며, 원문 가운데, 11개의 장이 아예 생략되어 있다. 가령 빠져 있는 장은 다음과 같다. “1. 서언, 2. 다만 조용히, 3. 힌덴부르크의 코밑수염, 4. 말은 비스듬히, 5. 독일 주교의 마지막 교서, 6. 스스로 높이 뛰어넘기, 7. 지금까지처럼 추종하지 않으면서, 8. 부설: 아르카디아와 유토피아, 9. 부설: 사랑 그리고 사랑의 유토피아 속의 고매한 쌍 그리고 해와 달의 겹치는 시각, 10. 다시 로고스 신화 혹은 인간과 정신, 포이어바흐의 이론: 신은 어째서 인간인가? (Cur Deus homo?), 기독교 ..

27 Bloch 저술 2021.12.30

(명시 소개) (3) 아홉 구름 속의 변주곡, 박미소의 "보리암 시편"

발 디딘 곳곳마다 적소 아닌 곳 있었던가? 피었다 지는 꽃들 그만한 이유 있어 혼자서 바라보는 바다 아련하고 느껍다 먼 길을 휘어감아 섬 안에서 바라본 섬 끝없이 자박이다 부서지는 파도 소리에 안고 온 세상의 욕망 벼랑 끝에 세우고 밤이 깊어갈수록 숨소리 더 크게 들려 구름 속으로 사라진 한 사람 떠올리며 없는 듯 방파제에 앉아 묵시록을 읽는다 너: 박미소 시인의 「서포의 달을 만나다」의 전문입니다. 남해 시편들은 여러 가지 주제상의 측면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나: 네, 그 작품에 관해서는 다음 기회에 자세하게 해석하도록 하지요. 중요한 것은 작품 「보리암 시편」에 반영된 세 가지 서로 다른 관점의 해석입니다. 1. 심리적 관점, 2. 정치적 관점, 3. 철학적 관점이 그것들입니다. 물론 이것들은 결..

19 한국 문학 2021.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