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흐 117

서로박: 그 언덕에 세워진 이정주 시인의 탑 (8)

8. “제 몸 버릴 곳 마땅치 않아” 나: 마지막으로 명시들 그 가운데 가장 감동적인 시는 아무래도 「절터」라고 생각됩니다. 이제는 자신이 없으므로 그 언덕에 탑을 세운 거다 그래도 자신이 없으므로 탑 가득히 불을 피워 넣은 거다 불쏘시개로 제 손을 밀어 넣은 거다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니 손가락이 무너진다 무너지지 않는 것이 어디 있을까 달도 무너진다 제 몸 버릴 곳 마땅치 않아 절을 짓는 거다 절도 받아주지 않으므로 떠도는 거다 어깨 움츠리며 탑 하나 무너진 달 속으로 들어서는 거다 예술가라면 누구나 작품을 탄생시킬 때 혼신의 힘을 다합니다. 마치 호랑이가 토끼 한 마리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하듯이, 예술가는 하나의 틀 속에서 가장 완전한 작품을 창조해내려고 합니다. 인용 시에서 “탑”과 “절”은 불교..

19 한국 문학 2020.08.27

블로흐: 어째서 철학자들은 물질에 둔감했는가? (1)

머리빗을 때 빗 위로 삐져나온 머리카락을 무작정 잘라버리는 것은 잘못입니다. 이는 예외성을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흔히 사람들은 러시아인들이 술꾼들이고, 스코트랜드 인들이 절약 정신이 강하며, 독일인들은 커피마시면서 책을 읽으며 지낸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일반적 발언은 그 자체 보편적 편견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다루었던 방식으로 이야기해 봅시다. 사람들은 소재가 한 조각 나무토막이고, 모든 것은 바로 여기서 유래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출현할 수 없다고 가정합니다. 혹자는 다음과 같이 질문합니다. 만일 그러하다면, 애벌레 한 마리, 혹은 어떤 사고가 어떻게 죽어 있는 소재 덩어리에서 유래할 수 있는가? 어떻게 돌덩이가 동물처럼 움직일 수 있으며, 인간의 뇌가 죽은 나무토막에서 유래한 것이라면, ..

29 Bloch 번역 2020.08.13

서로박: 하이너 뮐러의 연애시 (3)

(앞에서 계속됩니다.) 나: 그런데 하이너 뮐러는 자신의 연애시를 생전에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너: 글쎄요. 어쩌면 순수 극작품을 집필하는 작가로서 사적인 사랑에 관한 작품을 발표하기 꺼렸을 것입니다. 특히 미발표 작품은 포르노 그리고 연애시 사이의 한계가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의 연애시를 외면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작품은 인간의 적나라한 성욕을 있는 그대로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나: 마지막으로 브레히트의 초기 시 「나무 오르기에 관하여 Vom Klettern in Bäumen」를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너희가 저녁에 물속에서 올라오면틀림없이 너흰 벌거벗고, 피부는 부드러울 거야.또한 잔잔한 바람결에 너희의 커다란 나무로올라가겠지 하늘 역시 창백..

21 독일시 2020.08.01

(역서 소개) 에른스트 블로흐: 저항과 반역의 기독교

나의 역서 "저항과 반역의 기독교" (원제목: 기독교 속의 무신론)가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2009년 1월 30일 간행되었습니다. 나는 참으로 힘든 과정을 거쳐 번역을 끝냈습니다. 인문학 전공자가 신학과 철학을 다룬다는 게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이 일은 나에게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문학 전공자는 문학만 공부하고, 철학 전공자는 철학만 공부하고, 신학 전공자는 신학만 공부하면, 학문의 따로 국밥이 각자 정갈하고 맛있을 것 같지만 (엥? ^^) 실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철학자가 문학과 신학을 모르면, 논리적 카테고리에 안주하여 사고의 융통성을 견지하지 못합니다. 문학자가 철학과 신학을 모르면, 가식적 만화경을 바라보는 아이처럼 경박한 상상력과 글솜씨의 유희에 침잠해버립니다. 신학자가 문학과 철학을 모..

1 알림 (명저) 2020.07.27

에른스트 블로흐의 '저항과 반역의 기독교' 내용 소개 (6)

VII. 삶의 용기의 근원 46. 충분하지 않다. (영어판에는 생략되어 있음) 47. 인간은 어디에 개방적 태도를 취할 수 있는가? (짤막한 단상) 48. 진정한 계몽주의는 통속화되지 않을뿐더러, 결코 배경 없이 행해지지는 않는다. (이 장에서 블로흐는 기독교의 무신론 사상을 구체적 유토피아로 인정하고, 사회주의의 이상과 관련시키고 있다.) 49. 계몽주의 그리고 무신론은 신의 실체와 정반대되는 동일한 형상인 “악마적인 것”과 만나지 않는다. (이 장에서 블로흐는 선과 악 그리고 이에 대한 여러 가지 편견을 지적하고 있다. 가령 아도르노의 염세적 회의주의 그리고 기존하는 교회의 체제옹호의 입장은 블로흐에 의하면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전자는 종교의 긍정적 기능인 믿음과 희망을 부정한다는 점에서 물화..

27 Bloch 저술 2020.07.19

에른스트 블로흐의 '저항과 반역의 기독교' 내용 소개 (5)

VI. 로고스냐, 코스모스냐? 36. 문 앞에서의 외침 . 37. 오르페우스와 세이렌들. (이 장에서 블로흐는 고대 그리스의 문화적 유산 속에 담겨 있는 기독교적 특성을 찾아내려고 시도하고 있다. 가령 오르페우스 종교는 육체와 무덤을 동일시한다는 점에서 다시 도래하는 세계를 갈망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까닭에 오르페우스 종교는 고대 그리스 후기에 나타난 영지주의의 특성을 보여준다.) 38. 벗어나기, 스토아사상 그리고 영지주의 등에 의해 보존된 우주. (이 장에서 블로흐는 스토아 사상과 영지주의 속에서 보존된 “우주”에 관해서 언급하고 있다. 스토아 사상이 내면과 우주의 합일을 추구한다면, 영지주의는 기독교의 입장에서 천국으로 향하는 영혼의 욕구를 추적한다. 후자의 경우 우리는 점성술의 신화의 특성이 기..

27 Bloch 저술 2020.07.19

에른스트 블로흐: '저항과 반역의 기독교' 내용 소개 (4)

V. 카이사르냐, 그리스도냐? 25. 우리 인간은 얼마나 끓어오르는 존재인가? (짤막한 단상) 26. 온화함 그리고 “그의 노여움의 빛” (윌리엄 블레이크) (짤막한 단상) 27. 야훼 신 내부에 자리한 예수 (1) 주에 대한 두려움의 반대급부로서의 기쁨의 전언, (1985년에 간행된 블로흐의 『저항과 반역의 기독교』문고판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조만간 오실 분을 위한 세례자.”) (2) 주에 대한 두려움의 반대급부로서의 기쁨의 전언, 야훼 신 내부에 자리한 예수, (이 장에서 블로흐는 신약성서의 사대 복음을 바탕으로 묵시록주의자 예수의 종말론, 사회 개혁을 위한 의향, 궁핍함과 억압을 떨친 새로운 영겁의 시간 등을 거론하고 있다.) (3) 복음서 속에 나타난 도덕과 종말론의 조명 (이 장에서 블..

27 Bloch 저술 2020.07.19

에른스트 블로흐: '저항과 반역의 기독교' 내용 소개 (3)

IV. 야훼 신에 관한 상상 속의 엑소더스, 신정주의의 해체 19. 지금까지처럼 추종하지 않으면서 (영어판에는 생략되어 있음) 20. 예수의 어떤 듣지 못한 말씀, 완전한 출발 21. 분출되어 나온 오래된 상 (像)들, 뱀에 대한 첫 번째 관찰 (이 장에서 블로흐는 천국의 뱀, 야곱의 싸움 그리고 바벨탑 등을 거론하면서, 신에 대한 인간의 저항 정신을 지적하고 있다.) 22. 야훼 신에 대한 신정주의의 상에서 스스로 출현해 나온 것들, “엑소더스의 빛” (출애굽기 제 13장 21절)에 대한 첫 번째 관찰 (이 장에서 블로흐는 이른바 신정주의와는 무관한 야훼 신의 특성을 지적하고 있다. 그것은 엑소더스, 저항과 폭동, 인간적 면모 그리고 역동성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23. 나사렛 사람들과 예언자들, ..

27 Bloch 저술 2020.07.19

에른스트 블로흐: '저항과 반역의 기독교' 내용 소개 (2)

III. 프로메테우스 역시 하나의 신화이다. 12. 스스로 높이 뛰어넘기 (영어판에는 생략되어 있음) (짤막한 단상) 13. 불평에서 언쟁까지 (짤막한 단상) 14. “주는 암흑 속에 거주하기를 원한다.” (짤막한 단상) 15. 성서 속의 반대 원칙들: 천지 창조 그리고 묵시록 (이 장에서 블로흐는 다음의 사항을 강조한다. 즉 예수의 사상은 근본적으로 묵시록에 바탕을 둔 종말론으로 요약된다. 종래의 종교가 상부의 신을 숭배하면서, 주어진 권력 체제와 결탁해 왔다면, 예수의 사상은 그렇지 않다. 인간신을 모시는 기독교는 결코 권력에 굴복하려는 “재결합 (re-ligio)”의 특성과는 반대로, 피억압자들의 불만과 저항정신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한 한 예수의 사상은 블로흐에 의하면 프로메테우스의 저항 내지 고..

27 Bloch 저술 2020.07.19

에른스트 블로흐: '저항과 반역의 기독교' 내용 소개 (1)

서언 (영어 판에서는 생략되어 있음.) I. 모퉁이를 돌면서 1. 다만 조용히 (영어 판에는 생략되어 있음.) 2. 가시에 대항하여 (짧은 단상) 3. 노예적 언어에 대한 시각 (짧은 단상) 4. 힌덴부르크의 코밑수염 (영어 판에는 생략되어 있음) 5. 말씀은 비스듬히 지나친다. (영어 판에는 생략되어 있음) II. 분노와 광기 6. 더 이상 자신을 낮추지 않기 (짤막한 단상) 7. 탄식으로부터 불평까지 (짤막한 단상) 8. 거절 그리고 마력에서 잘못 깨어난 자들 (짤막한 단상) 9. 성서와 성서 언어에 나타난 기이한 편재성 (遍在性) (성서의 내용은 인간의 삶 속에 용해되어 있으며, 성서의 언어는 민중적 요소를 지닌다.) 10. 반론: 독일 주교의 마지막 교서 (영어 판에는 생략되어 있음. 블로흐는 이..

27 Bloch 저술 2020.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