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제 몸 버릴 곳 마땅치 않아” 나: 마지막으로 명시들 그 가운데 가장 감동적인 시는 아무래도 「절터」라고 생각됩니다. 이제는 자신이 없으므로 그 언덕에 탑을 세운 거다 그래도 자신이 없으므로 탑 가득히 불을 피워 넣은 거다 불쏘시개로 제 손을 밀어 넣은 거다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니 손가락이 무너진다 무너지지 않는 것이 어디 있을까 달도 무너진다 제 몸 버릴 곳 마땅치 않아 절을 짓는 거다 절도 받아주지 않으므로 떠도는 거다 어깨 움츠리며 탑 하나 무너진 달 속으로 들어서는 거다 예술가라면 누구나 작품을 탄생시킬 때 혼신의 힘을 다합니다. 마치 호랑이가 토끼 한 마리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하듯이, 예술가는 하나의 틀 속에서 가장 완전한 작품을 창조해내려고 합니다. 인용 시에서 “탑”과 “절”은 불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