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기기관의 발명자, 조지 스티븐슨의 데뷔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은 몹시 거친 이야기가 전해온다. 주지하다시피 그는 주전자의 끓는 물을 보고 놀라운 착상을 도출해내었다. 어쩌면 증기의 힘으로 기차의 바퀴가 돌아갈지 모를 일이었다. 발명가는 어설프게 기차 하나를 직조하여, 저녁 시간을 틈타 기차가 거리를 달리도록 조처했다. 처음에 그는 기차를 뒤쫓을 요량이었다. 그러나 기차는 몇 번 칙칙 거린 다음에 달리기 시작했다. 기차의 속력은 점점 빨라졌다. 스티븐슨은 뒤를 쫓았지만,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었다. 도로의 끝 간 데에서 즐거운 사람들이 왁자지껄 떠들면서 걸어오고 있었다. 그들 가운데에는 남자와 여자들이 섞여 있었고, 마을의 목사도 동참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함께 맥주를 마시다가 뒤늦은 시간에 제각기 귀가하려고 하였다.
기이한 형체를 지닌 괴물 하나가 칙칙 소리를 내면서 그들에게 쏜살같이 달려오는 게 아닌가? 사람들은 놀라움에 사로잡혀 이러한 모형을 난생 처음 바라보았다. 기차는 검은 석탄 연기를 품고, 번쩍이는 섬광을 드러내면서 초자연적인 속력으로 달려왔던 것이다. 사람들의 뇌리에는 일순간 언젠가 두려운 마음으로 들여다보았던 오래된 책 속의 끔찍한 악마의 모습이 스쳐지나가는 게 아닌가? 그래, 기차는 악마의 형성을 지닌 채 그들 앞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도로는 반마일 지나면 커다란 장벽과 마주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도로는 측면으로 꺾여 있었던 것이다. 스티븐슨이 만든 기차는 계속 달려서 바로 그 장벽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기차는 엄청난 힘으로 벽과 부딪치게 되었는데, 기차의 폭발은 커다란 굉음을 낳았다. 소문에 의하면 귀가하던 사람들 가운데 세 명이 다음날 열병을 앓게 되었다고 한다. 마을 목사는 충격으로 말문을 닫게 되었다.
기차 사고에 관해서 모든 것을 알게 된 사람은 오로지 스티븐슨이었다. 뒤이어 철도 위에서 달릴 수 있는 새로운 기차를 만들었다. 새로 만들어진 기계에는 운전석 또한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마치 악령과 같은 기계는 본연의 궤도에 들어서게 되었다. 마치 신체의 조직처럼 합리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었다. 예컨대 기차는 마치 피처럼 부글부글 끓고, 밖으로 내품는 호흡처럼 지직거리고 있다. 기차는 마치 해외의 동물처럼 신비롭고 놀라운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에, 사람들은 생명을 부여받은 인형, 골렘을 거의 망각할 정도였다.
아메리카의 인디언이 백인을 처음 만나게 되었을 때 기이한 백마 한 마리를 연상했다고 한다. 요한네스 옌젠의 표현에 의하면 말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있다면, 인디언들은 그들이 누구를 보았는지를 미리 알았으리라고 했다. 사람들은 마을 목사의 비정상적인 행동에서 인류의 위대한 기술 혁신자 가운데 한 사람이 얼마나 기괴하게 보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왜냐면 사람들은 마중에야 비로소 기이하게 생긴 고철 덩어리에 익슥하게 되었고, 이게 악령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당시의 사고, 폭발 당시의 굉음 그리고 깔려 죽을 뻔했던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이따금 그들의 기억 속에 떠올랐을 뿐이다. 그것들은 오늘날 문명화된 기차 여행 시간표에는 전혀 담겨 있지 않는 에피소드에 불과하다.
20세기의 전쟁은 다시금 자신의 고유한 특성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철강은 민초들이 흘리는 피보다도 더 중요한 것으로 부각되었다. 과학기술은 사람들로 하여금 맨 처음 발명된 기차의 무시무시한 얼굴을 다시 한 번 기억하게 해준다. 인간 삶과 역사의 길은 되돌릴 수 없다. 그렇지만 사고의 위기, 다시 말해서 (아직 완전히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과학 기술의 제품이 보여줄 위험성은 언제나 오랫동안 머물게 될 것이다. 과학 기술의 위기는 (아직 완전히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경제적 위기보다 더욱 심층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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