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근대불문헌 86

서로박: 푸리에의 팔랑스테르 (1)

1. 푸리에는 허튼 소리를 내뱉는 기인으로 이해되었다: 친애하는 F, 유토피아 사상가 가운데에서 샤를 푸리에 (1772 - 1837만큼 세인들로부터 노골적이고도 악랄한 비난을 감수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그를 “기괴한 인간”, “가정 파괴범”, “체제파괴적인 반정부주의자”, “음탕한 속물”로 규정하였습니다. 사실 푸리에는 참으로 황당무계한 논리를 전개하였습니다. 그는 케플러의 천체 법칙에 의거하여, 혹성들 사이의 비밀스러운 교신을 거론하였고, 북극성에서 나오는 안달루시아의 열기가 액체를 토해낸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북극에서 품어 나오는 방향유를 통해서 바닷물을 레몬주스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하였습니다. 게다가 정어리, 청어 그리고 조개류가 바다 속의 모든 해로운 동물들을 무찌르며..

32 근대불문헌 2022.04.26

서로박: 라블레의 '팡타그뤼엘 그리고 가르강튀아' (2)

5. 학문과 교육 그리고 취미 활동: 텔렘 사원의 사람들은 마치 나중에 제후 내지는 고위 신하로 활약하려는 듯이 놀라울 정도의 교육을 받습니다. 이를테면 한 사내는 고결한 유희에 익숙해 있으며, 승마, 달리기, 수영, 레슬링 등을 연마합니다. 그는 무엇보다도 놀라운 춤 솜씨를 자랑하는 댄서이며, 고풍스러운 승마를 즐기기도 합니다. 사내는 여러 가지의 외국어에 능숙하며, 문학에도 조예가 깊습니다. 이렇듯 대부분 사람들은 아무런 걱정 없는 환경 속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학문과 스스로 원하는 취미 생활을 즐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텔렘 사원의 사람들이 고위층의 교양을 위한 모든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 학문과 운동에 몰두하며, 동시에 생업을 위한 의미 있는 직업에 대해서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

32 근대불문헌 2022.04.09

서로박: 라블레의 '팡타그뤼엘 그리고 가르강튀아' (1)

1. 자발성의 유토피아, 라블레의 텔렘 사원: 엄밀히 따지면 라블레의 장편 소설,『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의 제 2권에서 묘사되고 있는 텔렘 사원은 르네상스 유토피아의 카테고리 속에 편입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곳은 하나의 이상적 공동체로 규정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텔렘 사원의 사람들의 슬로건인 “그대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라.”라는 규정에 관해서 숙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텔렘 사원의 규정 그리고 그곳 사람들의 삶에서 르네상스의 유토피아의 놀라운 특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상기한 이유로 인하여 우리는 이 자리에서 라블레의 장편의 내용을 속속들이 살펴보는 대신에, 우리 논의의 촛점을 작품에 부분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는 텔렘 사원에 맞추려고 합니다. ..

32 근대불문헌 2022.04.09

서로박: 베라스의 "세바랑비의 이야기" (3)

(앞에서 계속됩니다.) 18. 세바랑비 사람들의 사생활과 일상적인 삶: 세바랑비에서의 삶은 국익과의 관련성 속에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아침 식사와 점심식사를 공동으로 해결합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저녁에는 가족 혹은 친구들과 개별적으로 식사합니다. 한 가지 놀라운 것은 이곳 사람들이 사랑의 삶에 관한 한 국가의 강제성으로부터 벗어나 있다는 사실입니다. 가령 캄파넬라의 경우 성생활 역시 엄격한 시간으로 제한되는 반면에, 베라스의 경우 수많은 예외조항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세바랑비의 공립학교에서는 가끔 에로틱한 사건이 회자되기도 하며, 부왕 (副王)이 젊은 처녀를 사랑하게 되어 물의를 일으킨 적도 있었습니다. 후자의 경우 처녀는 어떤 시인을 사랑하고 있었으므로, 결국 부왕은 그미를 포기하게..

32 근대불문헌 2022.01.25

서로박: 베라스의 "세바랑비의 이야기" (2)

(앞에서 계속됩니다.) 9. 세바랑비의 수도, 세바린데의 외부적 조건: 세바랑비의 수도, 세바린데는 막강할 정도로 철저하게 어떤 기하학적인 구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왕궁을 제외하면 수도에는 267개의 사각형의 건물이 위치합니다. 건물들은 모두 4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건물의 옆면은 약 2500미터로 확정되어 있습니다. 각 건물마다 약 천명의 사람들이 거주합니다. 건물에는 네 개의 대문이 있어서 인접한 건물과 평행선상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모든 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사람들은 잔디가 덮인, 거대한 내부 정원과 마주하게 됩니다. 건물을 감싸고 있는 성벽은 하얀 돌, 혹은 대리석으로 축조되어 있습니다. 넓은 도로는 직선 구도로 뻗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공적이거나 사적인 위생 시설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으로..

32 근대불문헌 2022.01.25

서로박: 베라스의 "세바랑비의 이야기" (1)

1. 드니 베라스의 유토피아: 친애하는 V, 신시대 이후로 출현한 유토피아 가운데에서 드니 베라스Denis Vairasse의 『세바랑브의 이야기 Histoire des Sevarambes』(1702)만큼 작가의 이력과 밀접하게 결부된 사회 유토피아는 아마 없을 것입니다. 사실 베라스의 소설은 무척 자전적 요소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인 “나”, “시덴 Siden 선장”의 이름 역시 “드니Denis”를 바꾸어 쓴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이상 국가의 최고 입법자인 “세바리아스 Sevarias” 역시 베라스Vairasse에서 유래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또한 작품에 등장하는 세바리아스는 어린 시절에 군사 훈련을 받았으며, 법학을 공부했는데, 이 역시 작가와 거의 일치하는 대목..

32 근대불문헌 2022.01.25

서로박: 생시몽의 중앙집권 체제의 유토피아 (2)

친애하는 S, 생시몽의 상기한 요구사항은 19세기 초 복고주의의 정치적 경제적 분위기를 고려하여 출현한 것입니다. 당시에 프랑스 혁명의 결과로 귀족과 수사 계급이 상당 부분 자신의 기득권과 재산을 상실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나폴레옹이 권력을 장악하게 되자, 프랑스 전역에서는 신흥 군부 귀족들이 다시금 많은 재화를 되찾아서 이를 축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정신사적 차원에서 당시에 출현한 낭만주의 운동은 복고주의적인 가톨릭주의에 막강한 가치를 부여했는데, 이로 인하여 사제 계급이 다시금 대접받게 되었습니다. 프랑스는 혁명이 발발한 뒤에도 여전히 농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타파할 수 없었으며, 국민의 의식 구조 역시 낙후해 있었습니다. 바로 이러한 까닭에 프랑스 국민들은 봉건 국가의 권력을 당연하게..

32 근대불문헌 2021.07.14

서로박: 생시몽의 중앙집권 체제의 유토피아 (1)

친애하는 S, 이제 중앙집권적인 체제의 유토피아를 설계한 학자와 그들의 이론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이들은 다름 아니라 클로드 앙리 드 생시몽과 에티엔 카베입니다. 일단 생시몽을 먼저 언급해보기로 하겠습니다. 클로드 앙리 드 생시몽 (Claude-Henri de Saint-Simon, 1760 - 1825)은 귀족 출신의 지식인이며, 전기 작가인 루이 생시몽과는 먼 친척관계에 있습니다. 17세의 나이에 그는 마르키 드 라파예트 장군과 함께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생시몽은 그곳에서 영국군에 대항하는 프랑스인들의 독립전쟁에 참전한 바 있습니다. 물론 그는 직접 총을 들고 전선에서 싸우지는 않았지만, 비밀리에 폭동을 일으킨 프랑스군의 배후에서 군수품을 조달하는 임무를 맡아서 활동했다고 합니다. 1789년 프랑..

32 근대불문헌 2021.07.14

서로박: 빌리에 드 릴라당의 악셀

비련의 프랑스 극작가, 필립-아구스트 콩트 드 빌리에 드 릴라당 (Ph.-A. C. de Villiers de L’isle-Adam, 1838 - 1889)은 죽을 때까지 불후의 명작 "악셀 (Axel)"을 발표하지 않고, 20년간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 죽기 전까지 발표를 미루어온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자신의 영혼을 담은 최고봉의 작품이라는 판단이 첫 번째 이유였고, 작가의 상상력을 이른바 드라마라는 장르가 채워줄 수 없다는 게 두 번째 이유였다. "악셀" 속에 나타나는 이야기는 파우스트와 유사하다. 무대의 시간은 1820년이다. 제 1막 (Le monde religieux)은 프랑다르 지방의 어느 수도원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성탄절이다. 마우퍼의 마지막 후예인 사라는 그미의 뜻과는 반..

32 근대불문헌 2021.05.09

서로박: 빌리에 드 릴라당의 트리빌라 보노메

아귀스트 드 빌리에 드 릴라당 (1838 - 1889)의 연작 단편집 "트리빌라 보노메"는 1887년에 간행되었다. 다섯 편의 단편 가운데 두 편, 「클레어 르노아르」 그리고 「백조의 살인자 (Le tueur cygnes)」는 제각기 1867년에 그리고 1886년에 개별적으로 발표된 바 있다. 연작 소설은 모두 트리빌라 보노메 박사라는 주인공과 관련된다. 그는 모니에를 J. 프뤼도므, 플로베르 부바르 그리고 페퀴체 등과 같은 부호 집안의 출신이다. 이들은 레미 슈르몽의 말에 의하면 “19세기에서 가장 독창적인 사람들”이었다. 빌리에 드 릴라당은 이른바 트리빌라 보노메라는 인물을 통해서 [마치 볼테르가 종교인의 본성을 낱낱이 파헤쳤듯이] 속된 시민의 본성을 백일하에 드러내고 있다. 주인공 트리빌라 보노메는..

32 근대불문헌 2021.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