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근대불문헌 88

서로박: 카베의 '이카리 여행' (1)

1. 에티엔 카베의 유토피아 상: 친애하는 C, 오늘은 생시몽과 함께 중앙집권적 유토피아의 상을 설계한 에티엔 카베 (Étienne Cabet, 1788 - 1856)의 작품에 관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것은 『카리스탈 경의 이카리 여행과 모험 Voyage et adventures en Icarie』이라는 제목을 지니고 있는데, 1840년에 발표된 것입니다. 1788년 프랑스 디종에서 태어난 에티엔 카베는 비상한 두뇌 그리고 열정적인 기질을 지닌 젊은이였습니다. 그는 법학을 전공하여 변호사로 일했습니다. 처음에 카베는 나폴레옹에 대해 적대적 태도를 취했지만, 나폴레옹의 국가가 몰락한 뒤에 오히려 그에 대해서 어느 정도 호의적인 견해를 피력하였습니다. 군주를 지향한 그의 태도에는 문제가 있었지만, 정체된..

32 근대불문헌 2022.06.04

서로박: 푸리에의 팔랑스테르 (4)

26. 지방자치적인 유토피아의 상: 잘 구획되고 정리된 공동체 국가는 궁극적으로 존재할 수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팔랑스테르는 제각기 독자적 행정 체제를 지니기 때문입니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푸리에의 유토피아의 지방분권적이고 연방주의의 특성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인류는 먼 미래에 40억까지 증가하게 되고, 그 다음부터 풍요롭고 사치스러운 삶의 방식은 줄어들 것이라고 합니다. 이는 오늘날의 현실을 염두에 둘 때 얼마나 그럴듯한 예견입니까? 19세기 초에 증기 기관이 발명되고, 철도가 개설되자, 푸리에는 반-상어, 반-고래, 반-사자 등에 관한 상상을 더 이상 진척시키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현대인들은 푸리에의 예언대로 오늘날 자통차를 타고 “마르세유를 떠나, 리옹에서 점심을 먹고, 파리에서 저녁 ..

32 근대불문헌 2022.04.28

서로박: 푸리에의 팔랑스테르 (3)

18. 과학 기술을 중시하는 공동체: 팔랑스테르 공동체는 과학 기술과 학문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합니다. 새로운 사회 질서는 학문과 기술에 의해서 추진되는 생산력의 신장을 요구합니다. 과거의 학문이 실제 현실의 경제적 생산 구도를 은폐하거나 무시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공동체의 삶과 직결되는 학문과 과학 기술은 공동체에게 전체적으로 공동선과 부를 마련해줄 수 있다고 합니다. 19. 일부일처제를 폐지한 자유로운 삶: 푸리에는 인간 삶의 황폐화의 원인을 산업 외에도 일부일처제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하에 부부 간에 영속적인 정조를 강요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일부일처제는 상대방을 속이고, 은밀하게 행해지는 성적 관행을 은폐하게 합니다. 따라서 성적 욕망의 중요성을..

32 근대불문헌 2022.04.27

서로박: 푸리에의 팔랑스테르 (2)

9. 삶의 가장 중요한 문제를 다루는 학자의 사고는 비난당하고 외면당해 왔다.: 사실 향유와 노동은 인간사에서 가장 중요한 일감입니다. 그렇기에 향유와 노동을 결합시키려고 하는 푸리에의 시도야 말로 가장 중요한 과업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리에는 수많은 학자들에 의해서 헛된 망상으로 치부되거나, 방종한 사고로 매도되었습니다. 그의 전집이 20세기 후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간행되었다는 사실은 이를 반증해주고 있습니다. 사실 푸리에는 처음부터 두 개의 그룹 사람들을 자신의 적으로 규정하였습니다. 그 하나는 “철학자”로 언급되는 식자 그룹이며, 다른 하나는 상인 그룹입니다. 이들은 푸리에에 의하면 문명이라는 사탄의 사회에서 가장 추악한 두 개의 그룹이라고 합니다. 상인에 관해서는 분명하므로 ..

32 근대불문헌 2022.04.26

서로박: 푸리에의 팔랑스테르 (1)

1. 푸리에는 허튼 소리를 내뱉는 기인으로 이해되었다: 친애하는 F, 유토피아 사상가 가운데에서 샤를 푸리에 (1772 - 1837만큼 세인들로부터 노골적이고도 악랄한 비난을 감수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그를 “기괴한 인간”, “가정 파괴범”, “체제파괴적인 반정부주의자”, “음탕한 속물”로 규정하였습니다. 사실 푸리에는 참으로 황당무계한 논리를 전개하였습니다. 그는 케플러의 천체 법칙에 의거하여, 혹성들 사이의 비밀스러운 교신을 거론하였고, 북극성에서 나오는 안달루시아의 열기가 액체를 토해낸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북극에서 품어 나오는 방향유를 통해서 바닷물을 레몬주스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하였습니다. 게다가 정어리, 청어 그리고 조개류가 바다 속의 모든 해로운 동물들을 무찌르며..

32 근대불문헌 2022.04.26

서로박: 베라스의 "세바랑비의 이야기" (3)

(앞에서 계속됩니다.) 18. 세바랑비 사람들의 사생활과 일상적인 삶: 세바랑비에서의 삶은 국익과의 관련성 속에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아침 식사와 점심식사를 공동으로 해결합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저녁에는 가족 혹은 친구들과 개별적으로 식사합니다. 한 가지 놀라운 것은 이곳 사람들이 사랑의 삶에 관한 한 국가의 강제성으로부터 벗어나 있다는 사실입니다. 가령 캄파넬라의 경우 성생활 역시 엄격한 시간으로 제한되는 반면에, 베라스의 경우 수많은 예외조항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세바랑비의 공립학교에서는 가끔 에로틱한 사건이 회자되기도 하며, 부왕 (副王)이 젊은 처녀를 사랑하게 되어 물의를 일으킨 적도 있었습니다. 후자의 경우 처녀는 어떤 시인을 사랑하고 있었으므로, 결국 부왕은 그미를 포기하게..

32 근대불문헌 2022.01.25

서로박: 베라스의 "세바랑비의 이야기" (2)

(앞에서 계속됩니다.) 9. 세바랑비의 수도, 세바린데의 외부적 조건: 세바랑비의 수도, 세바린데는 막강할 정도로 철저하게 어떤 기하학적인 구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왕궁을 제외하면 수도에는 267개의 사각형의 건물이 위치합니다. 건물들은 모두 4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건물의 옆면은 약 2500미터로 확정되어 있습니다. 각 건물마다 약 천명의 사람들이 거주합니다. 건물에는 네 개의 대문이 있어서 인접한 건물과 평행선상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모든 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사람들은 잔디가 덮인, 거대한 내부 정원과 마주하게 됩니다. 건물을 감싸고 있는 성벽은 하얀 돌, 혹은 대리석으로 축조되어 있습니다. 넓은 도로는 직선 구도로 뻗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공적이거나 사적인 위생 시설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으로..

32 근대불문헌 2022.01.25

서로박: 베라스의 "세바랑비의 이야기" (1)

1. 드니 베라스의 유토피아: 친애하는 V, 신시대 이후로 출현한 유토피아 가운데에서 드니 베라스Denis Vairasse의 『세바랑브의 이야기 Histoire des Sevarambes』(1702)만큼 작가의 이력과 밀접하게 결부된 사회 유토피아는 아마 없을 것입니다. 사실 베라스의 소설은 무척 자전적 요소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인 “나”, “시덴 Siden 선장”의 이름 역시 “드니Denis”를 바꾸어 쓴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이상 국가의 최고 입법자인 “세바리아스 Sevarias” 역시 베라스Vairasse에서 유래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또한 작품에 등장하는 세바리아스는 어린 시절에 군사 훈련을 받았으며, 법학을 공부했는데, 이 역시 작가와 거의 일치하는 대목..

32 근대불문헌 2022.01.25

서로박: 생시몽의 중앙집권 체제의 유토피아 (2)

친애하는 S, 생시몽의 상기한 요구사항은 19세기 초 복고주의의 정치적 경제적 분위기를 고려하여 출현한 것입니다. 당시에 프랑스 혁명의 결과로 귀족과 수사 계급이 상당 부분 자신의 기득권과 재산을 상실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나폴레옹이 권력을 장악하게 되자, 프랑스 전역에서는 신흥 군부 귀족들이 다시금 많은 재화를 되찾아서 이를 축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정신사적 차원에서 당시에 출현한 낭만주의 운동은 복고주의적인 가톨릭주의에 막강한 가치를 부여했는데, 이로 인하여 사제 계급이 다시금 대접받게 되었습니다. 프랑스는 혁명이 발발한 뒤에도 여전히 농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타파할 수 없었으며, 국민의 의식 구조 역시 낙후해 있었습니다. 바로 이러한 까닭에 프랑스 국민들은 봉건 국가의 권력을 당연하게..

32 근대불문헌 2021.07.14

서로박: 생시몽의 중앙집권 체제의 유토피아 (1)

친애하는 S, 이제 중앙집권적인 체제의 유토피아를 설계한 학자와 그들의 이론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이들은 다름 아니라 클로드 앙리 드 생시몽과 에티엔 카베입니다. 일단 생시몽을 먼저 언급해보기로 하겠습니다. 클로드 앙리 드 생시몽 (Claude-Henri de Saint-Simon, 1760 - 1825)은 귀족 출신의 지식인이며, 전기 작가인 루이 생시몽과는 먼 친척관계에 있습니다. 17세의 나이에 그는 마르키 드 라파예트 장군과 함께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생시몽은 그곳에서 영국군에 대항하는 프랑스인들의 독립전쟁에 참전한 바 있습니다. 물론 그는 직접 총을 들고 전선에서 싸우지는 않았지만, 비밀리에 폭동을 일으킨 프랑스군의 배후에서 군수품을 조달하는 임무를 맡아서 활동했다고 합니다. 1789년 프랑..

32 근대불문헌 2021.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