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계속됩니다.) 17. 자연 주체, 중개된 터전과 그 부호: 블로흐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궁극적으로 출현하는 자연은 미래의 지평에서 최종적으로 출현하는 역사와 다름이 없다고 말입니다. 오로지 이러한 지평 위에서 미래의 기술이라는 중개 작업이 작동될 수 있습니다. 블로흐는 자연을 그냥 스쳐 지나가는 영역이 아니라, 오히려 아직도 모조리 철거하지 않은 건축의 터전으로 이해합니다. 다시 말해 아직 적절하게 주어지지 않은, 인간의 가옥을 위한 건축 자재들이 바로 자연 주체라는 것입니다. 자연 주체는 수많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가옥을 축조할 수 있는 구체적 상이며, 어떤 객관적 유토피아의 범례와 같습니다. 그렇기에 인간의 가옥은 역사 속에 마련될 뿐아니라, 인간 행위의 토대 위에서 건설되는 것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