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근대불문헌 86

서로박: 레티프의 '남쪽 지역의 발견' (2)

9. 이상적 공동체의 어떤 구조적 원칙: 이제 작품에 관해서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소설은 사랑의 이야기에다 비행선 하나를 발명하는 에피소드를 첨가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빅토린은 자신의 기술을 활용하여 비행선을 만들어냅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루키아노스 Lukian,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 Cyrano de Bergerac, 프랜시스 고드윈 Francis Godwin 등이 언급한 비행물체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레티프가 이러한 작가의 상상을 모방한 것처럼 느낄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유토피아의 사고를 비행선에 결부시킨 사람은 다름 아니라 레티프 드 라 브레톤이었습니다. 시라노의 작품 『비행하는 인간』에서 주인공은 아침이슬을 가득 담아서 자신의 초능력을 실천에 옮깁니다. 태양이 병 속..

32 근대불문헌 2022.09.26

서로박: 레티프의 남쪽 지역의 발견 (1)

1. 레티프의 유토피아: 미리 말씀드리자면, 니콜라스-에듬 레티프 드 라 브레톤의 유토피아 모델은 “고결한 야생”이라는 자연친화적 요소 그리고 고전적 유토피아에서 나타나는 기하학적 요소를 동시에 지니고 있습니다. 전자는 제도적인 틀 내지 국가의 시스템 자체를 부정하는, 무위를 지향하는 반-국가주의의 체제라면, 후자는 바람직한 국가구도를 처음부터 인정하는 체제로서, 모어 이후의 유토피아에서 끊임없이 계승된 바람직한 이상 국가의 상입니다. 따라서 레티프 유토피아는 거시적 측면에서 두 개의 서로 다른 특성을 혼합시킨 모델로 이해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도피네 섬, 크리스틴 섬 그리고 “메타페타곤”이라는 세 가지 사회 유토피아의 모델로서 작품 속에 출현하고 있습니다. 이에 관해서는 본문에서 자세히 언급하도록..

32 근대불문헌 2022.09.26

서로박: 디드로의 '이것은 소설이 아니다'

디드로의 단편 소설 「이것은 소설이 아니다 Ceci n’est pas un conte」는 1773년에 발표되었습니다. 작품은 서술자와 독자 사이의 대화라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로써 작가는 서술의 진행 과정 그리고 서술 내용이라는 두 가지 차원의 현실을 복합적으로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작품은 두 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로써 작품은 놀랍게도 서술하는 관점과 서술되는 관점이라는 두 가지 현실적 차원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단락은 한 남자가 어느 술집 여자의 속임수에 빠져서 고통을 당하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주인공 타니에는 어린 시절부터 이리저리 방랑하면서 살아가는 젊은이입니다. 그는 엘사스 지방 출신의 마담인 뢰머와 우연히 만나게 되는데, 그미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해 열정..

32 근대불문헌 2022.07.07

서로박: 카베의 '이카리 여행' (4)

17. 공산주의의 실현 가능성에 관한 논의: 책의 두 번째 단락에서도 카베는 소설이라는 가상적 특성을 강조합니다. 카베는 자신의 고유한 재화 공동체를 해명하기 위해서 세계의 역사에서 나타난 수많은 사례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중요한 문제에 관해서 철학 내용을 장황할 정도로 인용하기도 하고, 이에 대한 찬반 토론도 결코 생략하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카베는 어떻게 하면 공산주의 사회가 창조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관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집요하게 파헤친 셈입니다. 카베에 의하면 공산주의 사회는 결코 폭력이나 무력 혁명으로써가 아니라, 오로지 선동 선전 그리고 신념과 설득에 의해서 실현될 수 있다고 합니다. 역사에 의하면 혁명은 항상 반동 세력에 의해서 끊임없이 위협당한다고 합니다. 카베는 다음과..

32 근대불문헌 2022.06.04

서로박: 카베의 '이카리 여행' (3)

11. 가부장적 가족 체제의 고수 그리고 엄격한 성도덕: 이카리에서는 일부일처제의 전통적 가족 체제가 하나의 범례로 채택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사람들은 이에 관한 교육을 받게 됩니다. 교육을 통해서 남녀 모두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을 습득해 나갑니다. 따라서 성도덕은 엄격하게 유지되고, 이혼은 좋지 못한 행위로 간주됩니다. 가족 구성원들은 가부장주의에 근거하여 가장의 권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나아가 남존여비의 풍습이 약간 남아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여성의 직업과 남성의 직업이 구분되어 있습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카베의 유토피아는 푸리에의 그것과 근본적으로 차이점을 지닙니다. 대부분의 이상주의자들이 전통적 가족 제도를 해체하는 방향으로 모든 것을 서술한 반면, 카베는 결혼의 필연성,..

32 근대불문헌 2022.06.04

서로박: 카베의 '이카리 여행' (2)

6. 소설의 전개 과정: 윌리엄은 이카리에서 살아가는 젊은 청년, 윌모어를 사귀게 됩니다. 윌모어의 아버지는 이카리 국가의 높은 관직을 맡고 있지만, 그의 직업은 기계 수리공입니다. 윌모어의 여동생, 코릴라는 바느질 노동자입니다. 영국 귀족인 주인공은 이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국가의 높은 관리가 기계 수리공으로 일한다는 것 자체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어느 아름답고 순진무구한 처녀인, 코릴라는 주인공 윌리엄을 매혹시킵니다. 주인공은 처녀를 뜨겁게 사랑합니다. 결국 그는 유럽으로 돌아와서, 자신이 이카리에서 기록해 두었던 일기장을 친구에게 전하면서, 그것을 출간해달라고 부탁합니다. 카베는 모든 것을 일기 형식으로 세밀하게 기록해두었습니다. “일기 형식”은 이카리의 사회적 정치적 그..

32 근대불문헌 2022.06.04

서로박: 카베의 '이카리 여행' (1)

1. 에티엔 카베의 유토피아 상: 친애하는 C, 오늘은 생시몽과 함께 중앙집권적 유토피아의 상을 설계한 에티엔 카베 (Étienne Cabet, 1788 - 1856)의 작품에 관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것은 『카리스탈 경의 이카리 여행과 모험 Voyage et adventures en Icarie』이라는 제목을 지니고 있는데, 1840년에 발표된 것입니다. 1788년 프랑스 디종에서 태어난 에티엔 카베는 비상한 두뇌 그리고 열정적인 기질을 지닌 젊은이였습니다. 그는 법학을 전공하여 변호사로 일했습니다. 처음에 카베는 나폴레옹에 대해 적대적 태도를 취했지만, 나폴레옹의 국가가 몰락한 뒤에 오히려 그에 대해서 어느 정도 호의적인 견해를 피력하였습니다. 군주를 지향한 그의 태도에는 문제가 있었지만, 정체된..

32 근대불문헌 2022.06.04

서로박: 푸리에의 팔랑스테르 (4)

26. 지방자치적인 유토피아의 상: 잘 구획되고 정리된 공동체 국가는 궁극적으로 존재할 수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팔랑스테르는 제각기 독자적 행정 체제를 지니기 때문입니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푸리에의 유토피아의 지방분권적이고 연방주의의 특성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인류는 먼 미래에 40억까지 증가하게 되고, 그 다음부터 풍요롭고 사치스러운 삶의 방식은 줄어들 것이라고 합니다. 이는 오늘날의 현실을 염두에 둘 때 얼마나 그럴듯한 예견입니까? 19세기 초에 증기 기관이 발명되고, 철도가 개설되자, 푸리에는 반-상어, 반-고래, 반-사자 등에 관한 상상을 더 이상 진척시키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현대인들은 푸리에의 예언대로 오늘날 자통차를 타고 “마르세유를 떠나, 리옹에서 점심을 먹고, 파리에서 저녁 ..

32 근대불문헌 2022.04.28

서로박: 푸리에의 팔랑스테르 (3)

18. 과학 기술을 중시하는 공동체: 팔랑스테르 공동체는 과학 기술과 학문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합니다. 새로운 사회 질서는 학문과 기술에 의해서 추진되는 생산력의 신장을 요구합니다. 과거의 학문이 실제 현실의 경제적 생산 구도를 은폐하거나 무시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공동체의 삶과 직결되는 학문과 과학 기술은 공동체에게 전체적으로 공동선과 부를 마련해줄 수 있다고 합니다. 19. 일부일처제를 폐지한 자유로운 삶: 푸리에는 인간 삶의 황폐화의 원인을 산업 외에도 일부일처제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하에 부부 간에 영속적인 정조를 강요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일부일처제는 상대방을 속이고, 은밀하게 행해지는 성적 관행을 은폐하게 합니다. 따라서 성적 욕망의 중요성을..

32 근대불문헌 2022.04.27

서로박: 푸리에의 팔랑스테르 (2)

9. 삶의 가장 중요한 문제를 다루는 학자의 사고는 비난당하고 외면당해 왔다.: 사실 향유와 노동은 인간사에서 가장 중요한 일감입니다. 그렇기에 향유와 노동을 결합시키려고 하는 푸리에의 시도야 말로 가장 중요한 과업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리에는 수많은 학자들에 의해서 헛된 망상으로 치부되거나, 방종한 사고로 매도되었습니다. 그의 전집이 20세기 후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간행되었다는 사실은 이를 반증해주고 있습니다. 사실 푸리에는 처음부터 두 개의 그룹 사람들을 자신의 적으로 규정하였습니다. 그 하나는 “철학자”로 언급되는 식자 그룹이며, 다른 하나는 상인 그룹입니다. 이들은 푸리에에 의하면 문명이라는 사탄의 사회에서 가장 추악한 두 개의 그룹이라고 합니다. 상인에 관해서는 분명하므로 ..

32 근대불문헌 2022.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