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근대불문헌 86

서로박: (2) 퐁트넬의 '아자앵 이야기'

(앞에서 계속됩니다.) 6. 퐁트넬의 시대 비판: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퐁트넬은 엄격한 종교적 이데올로기 그리고 절대주의 왕정 체제의 독재 치하에서 살았습니다. 비록 그의 글들이 이러한 사회적 편견과 싸우는 무기로 활용되었지만, 퐁트넬은 힘없는 지식인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저자가 『아자앵의 이야기』의 집필을 통해서 무신론자들의 공화국을 애타게 갈구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됩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생전에 발표될 수 없었습니다. 국가는 교회 세력과 결탁하여 종교적 정신적으로 지식인을 억압하고 있었습니다. 1962년에 당국은 프랑스 프로테스탄트들에게 조직적인 압력을 가했으며, 1685년에는 종교적 관용을 기치로 한 낭트 칙령이 파기되었습니다. 이제 국가는 더 이상 프로테스탄트를 신봉하는 학자들을 지원하지 ..

32 근대불문헌 2023.05.02

서로박: (1) 퐁트넬의 '아자앵 이야기'

1. 계몽주의자, 퐁트넬: 베르나르 르 보비에 드 퐁트넬 (1657 – 1757)은 자신이 처한 시대정신을 예리하게 감지하여, 이를 문학과 학문으로 드러낸 프랑스의 지식인입니다. 그는 17세기 중엽 프랑스를 대표하는 계몽주의자로서 인민의 공공연한 견해의 중요성을 피력하였으며, 이와 병행하여 앙시앵레짐의 불법성을 때로는 은근히 때로는 명시적으로 드러내기도 하였습니다. 볼테르는 그를 “루이 14세의 시대가 만들어낸 우주론적 정신의 소유자”라고 극찬하기도 하였습니다. 퐁트넬은 인민을 계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학문의 제반 분야를 체계적으로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고 믿었습니다. 이를테면 종교, 문학, 자연과학, 역사, 정치학, 철학, 인류학, 민속학 그리고 미학 등의 구분은 당시의 현실에서는 매우 생소한 것이었..

32 근대불문헌 2023.05.02

서로박: (2) 모렐리의 '자연 법전'

(앞에서 계속됩니다.) 15. 순번제에 입각한 원로원과 집행 위원회: 모렐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왕권의 횡포와 왕에 빌붙어서 이득을 챙기는 국가 관료들의 사악한 행정을 완전히 근절시키는 작업이었습니다. 이를 위해서 그는 다음과 같은 행정을 피력합니다. 최고 원로원은 대가족의 순번의 원칙에 따라 집행 위원회의 임원들을 결정합니다. 집행위원회의 임원들이라고 해서 모든 사안들을 마음대로 집행할 수는 없습니다. 그들이 직접적으로 그리고 간접적으로 다루는 것은 오로지 입법화된 안건에 국한되어 있을 뿐입니다. 다시 말해 법으로 확정되지 않은 시안에 관해서는 집행위원회는 개입할 수 없습니다. 법제정은 오로지 최고 원로원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부족장들은 대체로 종신제로 선출됩니다. 그들은 집행 위원회에..

32 근대불문헌 2023.05.01

서로박: (1) 모렐리의 '자연법전'

1. 신비로운 계몽주의 사상가: 에티엔 가브리에 모렐리 (E. G. Morelly, 1715 - 1778?)는 삶의 흔적을 명확히 찾을 수 없는 사상가입니다. 그는 생전에 시인, 교육자 그리고 철학자로 활동하며 훌륭한 문헌을 후세에 남겼지만, 정작 그의 삶에 관해서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모렐리는 신비로운 계몽주의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지만, 누군가 그의 이력의 흔적을 의도적으로 삭제했다는 인상을 강하게 느끼게 합니다. 흔히 모렐리는 프랑스 북서부의 비트리 르 프랑스와에서 학교 선생으로 일했다고 하기도 하고, 파리에서 세금관리로 살았다고 하지만, 사망한 연도는 불확실합니다. 혹자의 주장에 의하면 모렐리는 1748년 라인강을 건너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2세에게 도움을 청했다고 하며, 어느 경찰서장의..

32 근대불문헌 2023.05.01

서로박: (3) 사드의 "새로운 저스틴"

(앞에서 계속됩니다.) 11. 그미의 여동생 줄리엣이 겪었던 이야기: 이렇듯 『새로운 저스틴』 속에는 수없이 많은 범죄, 강간, 살인 등이 뒤섞인 채 묘사되어 있습니다. 저스틴의 이야기는 줄리엣의 이야기로 건너뜁니다. 줄리엣을 둘러싼 이야가들은 몇몇 장면을 제외한다면 줄리엣의 시각에서 서술되고 있습니다. 줄리엣은 누아케이에라는 한량을 만납니다. 그는 온갖 사악하고 끔찍한 일을 마치 밥먹듯 저지르는 자입니다. 게다가 대단한 허영심을 지닌 잔악하기 이를 데 없는 사내로서, 힘없고 착하며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을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착취하는 거머리 같은 인간입니다. 누아케이아는 줄리엣의 주인으로 등장하는데, 신을 모독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자신의 하녀들의 성을 차례로 농락하며 지냅니다. 그 뿐 아니라 그..

32 근대불문헌 2023.04.19

서로박: (2) 사드의 "새로운 저스틴"

(앞에서 이어집니다.) 5. 18세기 유럽 사회 내의 사랑과 성에 관한 이야기: 이미 언급했듯이 『새로운 저스틴』이 발표되기 전에 간행된 두 개의 판본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첫 번째 판본은 감옥에서 유작으로 발견된 『미덕의 불운 Les infortunes de la vertu』 (1787)이며, 두 번째 판본은 『저스틴, 혹은 미덕의 불운 Justine ou Le Malheurs de la vertu』 (1791)를 가리킵니다. 물론 1796년에 그의 소설, 『줄리엣의 이야기 혹은 악덕의 이로운 사항들 Histoire der Juliette ou Les prospérités du vice』이 하나의 발췌 본으로 간행된 바 있습니다. 작가는 이러한 일련의 작품들, 특히 『줄리엣』을 통해서 장 작 루..

32 근대불문헌 2023.04.19

서로박: (1) 사드의 "새로운 저스틴"

1. 방대한 철학적 모험 소설: 친애하는 S, 오늘은 섬뜩한 느낌을 풍기지만, 강렬한 성적 욕구를 전해주는, 소설 한 편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소설의 원제목은 『새로운 저스틴 혹은 미덕의 불행, 그미의 여동생 줄리엣의 이야기 La Nouvelle Justin ou les Malheurs de la l’historie de Julientte, sa sœur』 (1797)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작품은 노골적인 성 묘사, 거침없는 사회 비판 등으로 당시에 작자 미상으로 간행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자는 다름 아니라 프랑스의 관료주의자, 철학자, 혁명적 정치가 마르키 드 사드 (1740 – 1814)입니다. 흔히 사람들은 그를 사드 백작이라고 칭하는데, 원래의 이름은 도나텡 알폰스 프랑스와 마르키 드 사드입..

32 근대불문헌 2023.04.19

서로박: 페늘롱의 베티카, 살렌트 (3)

(앞에서 계속됩니다.) 17. 경제 정책을 위한 두 가지 전제 조건 그리고 학문과 기술에 대한 페늘롱의 견해: 베티카의 경제는 공동 재산에 토대를 두는 반면에, 살렌트에서는 사적 재산을 용인합니다. 그렇지만 베티카와 살렌트는 기본적 토대에 있어서 그다지 이질적이지는 않습니다. 두 개의 공동체 공히 경제적 이익 추구에 대해 제동을 가하고 있을 뿐, 국가는 개개인들의 최대한의 공동 재산을 사용하도록 조처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페늘롱은 경제 정책의 두 가지 핵심적인 조건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 하나는 노동 자원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사치품의 생산과 소비를 철저히 금지시킨다는 점입니다. 경제 정책의 이러한 두 가지 조건을 통해서 베티카와 살렌트는 탄탄한 경제적 토대를 지니게 되며, 오로지 ..

32 근대불문헌 2023.04.06

서로박: 페늘롱의 베티카, 살렌트 (2)

(앞에서 계속됩니다.) 8. 현실적 위기는 법을 무시하는 독재자의 인위적인 정책에서 비롯한다.: 페늘롱은 고대의 유토피아 작가와 마찬가지로 성공적인 삶의 이상을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삶의 이상의 범례는 일견 초시대적인 범례로 보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주어진 사회정치적 현실에 대한 간접적인 비판에 토대를 두고 있습니다. 페늘롱이 처했던 당시 현실적 위기는 본질적으로 두 가지 원인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첫 번째 원인은 개별 군주들이 주어진 법에 따라 정책을 펼치는 게 아니라, 법을 무시하고 자신의 의지대로 모든 것을 통치하는 태도를 가리킵니다. 두 번째 원인은 인간의 도덕적 양심적 잣대를 무시하고 파괴하는 사치스러운 사고를 가리킵니다. 페늘롱은 첫 번째 원인과 관련하여 고전적 의미에서의 폭군의 개념을..

32 근대불문헌 2023.04.06

서로박: 페늘롱의 베티카, 살렌트 (1)

1. 페늘롱의 소설: 미리 말하지만 페늘롱의 소설 『텔레마크의 모험』속에는 두 개의 유토피아 모델이 내재해 있습니다. 그 하나는 “베티카”라는 공동체 모델이며, 다른 하나는 “살렌트”라는 국가 모델입니다. 이것들은 상호 보완적으로 기능하며, 동시에 유토피아 역사에서 생략될 수 있는 부분을 제각기 보충해주고 있습니다. 페늘롱의 작품은 오늘날 18세기 초의 프랑스 문학의 고전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페늘롱의 작품이 발표될 무렵 이를 예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 작품은 부르군드 공작이자 루이 14세라고 불린 황제의 큰아들의 교육을 위해 구상되고 발표되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작가는 바람직한 제후가 되려면 어떠한 덕목을 갖추어야 하는가? 하는 물음을 소설 속에 담았던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것은 한마디로 ..

32 근대불문헌 2023.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