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근대불문헌 86

서로박: 푸아니의 양성구유의 유토피아 (5)

22. 종교와 신앙의 문제: 푸아니는 종교 문제에 있어서 놀라운 사항을 도입합니다. 가령 젊은 사람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전지전능한 보이지 않는 신적 존재를 맹신하지 않습니다. 몇몇 교사들은 그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방식으로 기도 드릴 것을 연습시킬 뿐입니다. 게다가 성스러운 완전한 존재로서의 신에 관해서 형이상학적 토론을 벌이게 하지 않습니다. 이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로 신의 존재 여부에 관한 논증 및 의견 대립은 푸아니에 의하면 신앙생활과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것입니다. 둘째로 신에 관한 논쟁 내지 교리에 관한 제반 규정에 관한 논박은 16세기 내지 17세기 유럽에서 피비린내 나는 종교 전쟁을 촉발하는 도화선으로 작용했습니다. 푸아니 역시 자신의 삶에서 이를 뼈저리게 체험한 바..

32 근대불문헌 2018.02.20

서로박: 푸아니의 양성구유의 유토피아 (4)

16. 남쪽 대륙 사람들의 노동과 식사: 남쪽 대륙 사람들의 노동은 매우 단순합니다. 기후가 온화하여 1년 365일 과일과 곡식이 풍부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힘들게 일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들의 노동은 열매와 곡식을 채취하는 일이며, 서너 시간만 할애하면, 며칠 분량의 음식을 장만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음식을 요리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생식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음식과 음료수를 낭비하지 않습니다. 분에 넘치는 향연 자체를 거부합니다. 그들은 공동식사를 지양하고, 개별적으로 식사합니다. 커다란 열매 한 두 개만 먹으면 포만감을 느끼고, 개울에 흐르는 청량음료는 그야말로 신의 음료수, 넥타와 같습니다. 푸아니는 이러한 자연환경을 인류가 천국에서 추방당하기 이전의 현실로..

32 근대불문헌 2018.02.20

서로박: 푸아니의 양성구유의 유토피아 (3)

11. 문제는 만인이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데 있다.: 남쪽 대륙에서는 거친 맹수들이 살고 있지만, 유럽에는 동족을 급습하여 살육하는 등의 만행을 저지르는 인간 동물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 까닭은 유럽 민족들에게는 모든 것을 공정하게 인식하는 이성이 결핍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소설의 주인공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사람들은 부귀영화에 대한 갈망을 달랠 수가 없으며, 언제나 반대 의견을 내세우며, 음험하고 비열한 방법으로 배신을 일삼으며, 피비린내 날 정도로 잔인하게 살상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유럽 사람은 언제나 그런 식으로 서로 싸우며 살아가지요. 이를 생각한다면 우리는 이성보다는 열정에 이끌려서 살아간다고 생각되지 않는가요?” (Foigny 82: 185). 결국 유럽인들은 궁핍함과 ..

32 근대불문헌 2018.02.20

서로박: 푸아니의 양성구유의 유토피아 (2)

6. 푸아니의 삶 (2): 푸아니는 프로테스탄트로 개종한 다음에 1666년에 칼뱅 교단에 들어갑니다. 이는 오로지 먹고살기 위한 수단으로 내려진 결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몇 개월 후에 그는 다시 구설수에 오르게 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푸아니가 술집에서 카드놀이를 즐기다가 여러 명의 동네 처녀를 유혹하여 차례대로 그들의 순결을 빼앗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약간 과장된 감이 없지 않습니다. 사실인즉 푸아니는 레아 라 마이송이라는 여성과 사랑에 빠져, 그미를 임신시키고 말았던 것입니다. 칼뱅 교단은 1666년 10월 1일에 그에게 8일의 시간을 주면서 제네바를 떠나라고 통보합니다. 이로써 푸아니는 재차 추방당합니다. 14일 후에 푸아니는 레아와 함께 로잔으로 가서 결혼식을 올립니다. 푸아니에 관한 나쁜 ..

32 근대불문헌 2018.02.19

서로박: 푸아니의 양성구유의 유토피아 (1)

1. 절대 왕정 체제의 시대에 출현한 유토피아: 절대 왕정 시대에서는 더 나은 국가의 설계 작업이 활발하게 개진되지 않았습니다. 17세기 프랑스에서는 절대 권력의 군주가 조세를 갈취하고 가난한 백성들에게 강제 노동을 강요하였습니다. 당시는 왕의 절대적 권한이 모든 인간 삶을 장악하고 있었으므로, 국가의 설계는 물론이고 지상의 왕국을 “지금, 여기”라는 현실적 배경으로 서술하는 일은 위험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17세기 18세기의 절대 왕정 시대에 유토피아의 공간은 먼 나라, 혹은 우주의 공간으로 이전된 것 역시 바로 그 때문입니다. 1676년 제네바에서 『자크 사뒤르의 모험 Les Avantures de Jacques Sadeur』(1676)이라는 제목의 기이한 소설 한 편이 작자 미상으로 발표되었습니..

32 근대불문헌 2018.02.19

서로박: 사드의 소돔의 120일

친애하는 J, 오늘은 이른바 “사디즘”이라는 용어를 탄생시킨 프랑스의 기괴한 소설가, 도나시엥-알퐁스-프랑스와 마르키 드 사드 (D. Marquis de Sade, 1740 - 1814)의 소설에 관해서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우리가 다루려고 하는 것은 『소돔의 120일 혹은 방종의 학교 Les Cent-Vingt Journées de Sodome ou L’École du Libertinage』이라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1785년 감옥에서 집필되었는데, 이 원고는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하다가, 1904년에야 이반 블로흐 Iwan Bloch라는 사람에 의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이반 블로흐는 우연히 발견한 누렇게 찌든 원고 뭉치를 읽고, 놀라움에 사로잡혔습니다. 그리하여 5년 후인 1909년에 이 작..

32 근대불문헌 201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