뮐러 24

서로박: 브라쉬의 '사랑스러운 리타'

이번에는 브라쉬의 극작품 「사랑스러운 리타 Lovely Rita」를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1975년에 발표되었습니다. 원래 이 제목은 비틀즈 Beatles의 노래에서 유래합니다. 이 작품은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라는 LP에 수록되어 있는 곳입니다. 비틀즈의 멤버인 폴 메카트니는 철저할 정도로 질서를 준수하는 미국의 “여경찰 Meter Maids”을 비아냥거리고 싶었는데, 이로써 탄생한 곡이 “사랑스러운 리타”입니다. 이에 착안하여 브라쉬는 리타라는 인물을 아예 정반대의 인물로 다루었습니다. 주인공 리타는 17세의 리타 그라보 Rita Grabow는 처음부터 사회적 질서의 편에 서있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극작가는 여주인공으로 하여금 다음과 같이 ..

45 동독문학 2023.06.14

서로박: 제거스의 '결투' 뮐러의 '볼로콜람스커 국도 III' (1)

1. 망각될 수 없는 명작, 볼로콜람스커 국도 III: 친애하는 J, 오늘은 하이너 뮐러의 「볼로코람스커 국도 III」를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85년 그리고 86년 사이에 발표된 것으로서, 도합 다섯 단락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다루려는 뮐러의 세 번째 작품에는 “결투 das Duell”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다섯 작품 가운데 가장 독특하고, 뮐러가 처한 현실적 정황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소설가 안나 제거스 (1900 - 1983)의 단편 「결투 Das Duell」를 원전으로 하여 집필된 것입니다. 작품의 핵심사항을 파악하려면, 우리는 우선 그미의 단편집, 『약한 자들의 지략 List der Schwachen』에 실려 있는 결투의 내용을 자세하게 ..

45 동독문학 2022.05.21

서로박: 제거스의 '결투' 뮐러의 '볼로콜람스커 국도 III' (2)

(앞에서 계속됩니다.) 5. 안나 제거스의 창작 의도, 숨어 있는 영웅 발굴하기: 안나 제거스는 이 단편을 통해 두 가지 사항을 분명히 밝히려고 하였습니다. 그 하나는 빈프리트와 같이 기회주의적으로 행동하던 자들이 과거에 저지른 죄과를 분명히 밝히는 일이며 다른 하나는 밝혀지지 않은 영웅을 찾아내는 일을 가리킵니다. 이를테면 작가는 뵈트허와 같은 나치에 저항하고, 약자를 돕던 자들의 희생정신 내지는 숨은 영웅적 행위를 찬양하려 하였습니다. 이를테면 뵈트허 교수는 나치로부터 핍박당하면서도 자신의 지조를 꺾지 않은 우직하고 올바른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주인공 헬비히가 생각하는 뵈트허 교수는 사회주의의 재건의 시대에도 일신의 편안함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올바르고 정의로운 학교를 위한 개혁 운동에 헌신적으..

45 동독문학 2022.05.21

서로박: 하이너 뮐러의 피록테트

뮐러는 주로 60년대 후반부터 신화적 소재를 다루었습니다. 그는 「건설」 그리고 「농부들」 등의 작품으로 인하여 당 문화 관료로부터 신랄하게 비판당했습니다. 구동독의 현실을 직접 다루려는 극작가의 의지는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친 셈입니다. 뮐러는 「피록테트」를 1958년 1964년 사이에 집필, 1968년에 서독에서 발표하게 했습니다. 작품은 1977년 라이프치히의 사설 극단에서 초연, 1977년 구동독에서 공식적으로 공연되었습니다. 「피록테트」는 맨 처음 소포클레스에 의해 집필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뮐러는 소포클레스의 작품 내용을 그대로 답습하지는 않습니다. 그리스인 오디세우스와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오프톨레모스는 무인도 섬인 렘노스로 향합니다. 그곳에서는 나이든 장수, 피록테트가 수년전부터 은거하고 있..

45 동독문학 2022.04.12

서로박: 뮐러의 "아이아스" (초록)

1. 뮐러가 장시 몸젠의 블록 그리고 이를테면 아이아스를 집필하게 된 게기 하이너 뮐러는 통일된 독일에서 한 편의 극작품도 집필하지 않았습니다. 집필하고 싶은 욕구는 있었지만, 주위의 여건이 참담했습니다. 독일이 통일된 다음부터 서독의 문화계는 동독 작가들에게 부정적 시선을 보냈습니다. 서독의 문화계 사람들은 오히려 구동독을 떠나지 않은 작가, 이를테면 크리스타 볼프, 하이너 뮐러, 그리고 폴커 브라운 등으로 향해서 비판의 화살을 지속적으로 발사했습니다. 이를테면 볼프, 뮐러 그리고 브라운 등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독서 국가 der künstlich gemachte Lesestaat”인 동독에서 특권을 누리면서 살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동독 문학논쟁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동서독이 통일..

45 동독문학 2022.01.20

서로박: 몸젠의 로마사, 하이너 뮐러 (3)

7. 『로마사』 4권은 1990년까지 책으로 완성된 바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제 4권이 집필되지 않은 이유를 궁금하게 생각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몸젠이 남긴 편지와 논문들을 추적하였습니다. 어딘가에 반드시 몸젠의 원고가 있으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몸젠의 원고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이후의 역사가들은 몸젠이 어떤 말 못할 이유로 『로마사』 제 4권을 완성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일부의 원고를 초고로 기록해두었다는 것을 알아내었습니다. 이는 몸젠이 보낸 편지에서 그리고 그의 딸 아델하이트 몸젠의 책에서 부분적으로 암시되는 사항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다음의 사항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즉 1880년 7월에 몸젠이 거주하던 베를린의 집에 불이 나서, 만권의 장서가 화염에 휩싸였는데..

25 문학 이론 2021.12.12

서로박: 몸젠의 로마사, 하이너 뮐러 (2)

4. 로마사 제 4권은 결본이다. 테오도르 몸젠은 역사 연구가로서 오랫동안 활약하다가, 1902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노벨 문학상이 음악 미술 문학의 차원에서 이해되는 예술로서의 “문학”이 아니라, 문헌학으로서의 문학 (文学)임을 자명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독어독문학은 독일어와 독문학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 독일어로 구성된 문헌학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입니다. 수상작은 그의 평생의 역작 『로마사』였습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다섯 권으로 집필될 예정이었는데, 제 4권의 작품 소재는 로마 황제의 시대에서 로마의 몰락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1권부터 3권까지의 내용은 로마의 건국부터 공화정이 끝날 때까지의 역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제 5권의 작품 소재는 ..

25 문학 이론 2021.12.12

(단상. 493) 새로움에 대한 모험

아도르노는 말했다: “어떤 음악이 마음에 들면, 인간 동물은 그 음악만 좋아하고 다른 새로운 음악을 듣기를 거의 포기한다.” 어느 소설가는 다음과 같이 글을 썼다. “남자든 여자든 자기에게 마음에 드는 파트너를 발견한 사람은 더 이상 새로운 사람을 사귀려 하지 않는다.” 윤노빈 교수는 레닌의 말을 인용하며 말했다: “인간 동물은 주인에게 꼬리치고 타인을 향해 컹컹 짖어대는 강한 보수성을 지니고 있다.” 하이너 뮐러를 인용하며 나는 말한다: “좋은 예술은 새로움에 의해 합법화된다고 한다. 허나 처음에 그것은 인간에게 불편함을 안겨다 준다. 새로움은 불편함이요, 불편함은 혁명적이다.” 새로움에 대한 모험 - 이것이야 말로 자기 발전의 방식에 관한 패러다임이다.

3 내 단상 2021.09.17

서로박: 소네트 패러디 (1)

다음의 글은 나의 논문 "고상한 소네트에서 조야한 소네트로"의 일부이다. 나: 소네트는 현대인의 사랑과 성을 담기에는 진부한 형식, 다시 말해 헌 부대에 불과하지요. 현대인들이 목숨 건 사랑을 체험하는 경우는 이제 드뭅니다. 사랑을 가로막던 장애물들이 오늘날 거의 철거되었기 때문입니다. 사랑의 비극을 처절하게 노래할 필요성이 사라졌어요. 이에 반해 과거에는 구태의연한 관습, 도덕 그리고 법이 온존하였으므로, 죽음을 각오하는 사랑의 열정은 실제로 출현했고, 이는 소네트를 통해 묘사될 수 있었습니다. 예컨대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의 사랑을 생각해 보세요. 피에르 아벨라르 (1079 - 1142)는 엘로이즈라는 아리따운 처녀의 가정교사로 일했는데, 그들은 활활 타오르는 연정을 주체하지 못하다가, 끝내 살을 섞었습..

22 외국시 2021.09.05

서로박: 몸젠과 뮐러 (2)

8. 몸젠은 로마사 제 4권을 못 쓴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완성하지 않았다. 그의 학문적 열정과 부지런함을 고려할 때 우리는 다음의 사실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즉 몸젠은 로마사 제 4권을 못 쓴 게 아니라, 안 쓴 것이라고, 왜 그는 로마사 제 4권의 집필을 그토록 꺼렸던 것이었을까요? 이는 나중에 독일의 극작가, 하이너 뮐러가 마음속에 품었던 질문이었습니다. 몸젠은 어느 편지에서 “왕궁의 잡다한 가십거리에 관해 왈가왈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하고 대꾸하였습니다. 또한 몸젠은 1885년 어느 저녁 모임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로마 황제의 역사 그리고 로마의 붕괴와 멸망에 관해 기술하려는 심리적 욕구가 솟아오르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몸젠은 집필에 더 이상 신명을 느끼지 못했습니..

45 동독문학 2021.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