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독일)동화 14

서로박: 다시 천일 야화

“황금빛 찬란한 물, 말하는 새 그리고 노래하는 나무 – 이것들은 새로운 삶을 창조하기 위한 찬란한 물질에 대한 비유이다.” (에른스트 블로흐) 1. 『천일야화』의 431 번째의 이야기: 천일야화 가운데 한 편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페리사다 공주는 고결한 정원에 혼자 머물면서 여러 가지의 휘황찬란한 꽃을 가꾸고 있었습니다. 바만 왕자는 말을 타고 어디론가 사냥을 떠났습니다. 저녁 무렵 어느 나이든 여인이 아름다운 여인을 찾아와서 문을 두드렸습니다. 어딘가에서 칩거하면서 살아가는 경건한 여인이었습니다. 공주는 여인을 방으로 들어오게 하고, 함께 기도를 드리자고 청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녁 무렵 기도를 올리는 게 관습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나이든 여인은 아름답게 빛나는 찬란한 정원을 바라보고는 찬탄을 아끼지..

17 (독일)동화 2024.02.15

무제우스: 세 누이

무제우스의 동화 "Drei Schwstern"는 세 자매가 아니라, 세 누이로 번역되는 게 옳을 듯하다. 왜냐하면 동화의 주인공은 그들의 남동생 라이날드이기 때문이다. 오래 전에 어느 백작은 세상과 지인들로부터 등진 채 고립된 성에서 조용히 칩거하면서 살았다. 굶주림을 떨치지 못한 가난한 자들만이 성을 찾아가서 도움을 청했다. 백작은 이들에게 항상 먹을 것을 제공하였다. 말하자면 굶주린 자들만이 그의 식객이었던 것이다. 백작에게는 세 명의 딸이 있었는데, 모두 아름다운 처녀로 성장하였다. 딸들은 성의 내부에서 옷을 만들거나, 노래 부르면서 생활하였고, 하녀들과 함께 성의 살림을 꾸려나갔다. 찬란한 가을 아침 백작은 사냥하기 위해서 길을 떠났다. 가을의 정취에 취한 채 목재가 쌓여 있는 익숙한 길을 지나쳤..

17 (독일)동화 2022.11.08

블로흐: 동경의 존재인 미뇽

빌헬름은 미뇽의 연인이 아니다. 또한 그는 미뇽의 보호자도, 아버지도 아니다. 미뇽은 빌헬름에게서 처음으로 인간적 따뜻함을 느낀다. 빌헬름은 그미에게는 고향으로서의 인간이다. 다른 한편 빌헬름은 단 한 번도 인간적 사랑을 받은 적이 없다. 그의 뇌리에 언제나 떠오르는 것은 이탈리아의 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은 실재하는 이탈리아가 아니라, 저 멀리 도사린 “확고한 집”에 관한 상일뿐이다. 미뇽은 빌헬름 마이스터 외에도 펠릭스 그리고 하프너라는 사람과 조우한다. 이들과의 관계 역시 빌헬름과의 기이한 관계가 그러하듯이, 흐릿할 뿐이다. 처음에 미뇽은 어른들이 우글거리는 집단 속에서 외로운 아이로 살아간다. 그때 그미는 펠릭스에게 심정적으로 이끌린다. 펠릭스 역시 그미와 마찬가지로 나이 어리다. 순진한 아이가..

17 (독일)동화 2022.04.27

서로박: 에테아 호프만의 '세라피온의 형제들'

E.T.A. 호프만 (1776 - 1822)의 네 권으로 이루어진 연작 소설집, "세라피온의 형제들"은 1819년에서 1821년 사이에 간행되었다. 베를린 출판업자인 라이머 (Reimer)는 1818년 2월에 지금까지 다른 곳에 발표되지 않은 소설들을 모아서 한꺼번에 간행하는 게 어떤가하고 제안하였다. 사실 호프만은 이미 두 권의 연작 소설집은 간행한 바 있었다. 가령 1814/15년에 간행된 ?판타지 작품들 (Fantasiestücken)? 그리고 1816/17년에 간행된 ?밤 (夜)의 작품들 (Nachtstücken)?이 그 작품집들이다. 호프만은 여러 다른 주제를 지닌 작품들을 하나로 묶어 간행하기 위하여, 소설의 순서 그리고 연결 고리에 신경을 써야 했다. 그리하여 창안된 것이 이른바 소설집의 틀..

17 (독일)동화 2021.01.18

서로박: 에테아 호프만의 '황금냄비'

오늘은 E. T. A. 호프만 (1776 - 1822)의 소설 "황금 냄비"에 관하여 언급하려고 합니다. 이 작품은 1814년에 처음으로 간행되었습니다. “새 시대의 어떤 동화”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작품 속에는 시민적 일상의 세계 그리고 동화의 신비로운 세계가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때로는 병렬적으로 때로는 중첩된 채 전개되고 있습니다. ?황금 냄비?는 작가의 말대로 “요정과 같이 놀라운 기적”을 흔하기 짝이 없는 일상적인 삶과 대비시키고 있습니다. 작가와 동시대인들은 이 작품을 호프만의 대표작으로 간주하였습니다. E.T.A. 호프만 주인공 안젤무스는 꿈꾸는 문학청년입니다. 그는 일상 삶의 일을 행하는 데에 무척 서투르지만, 수려한 외모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는 승천일 저녁에 드레스덴의 엘..

17 (독일)동화 2020.12.14

서로박: 에테아 호프만의 '모래 인간'

친애하는 H, 오늘은 호프만의 소설 "모래 인간"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호프만은 낮에는 법정에서 일하고 밤에는 살롱에서 문학을 논하는 등의 이중생활을 영위하며 살았습니다. 그의 문학 역시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를 연상할 정도로 이중적 내용으로 얽혀 있습니다. 여기서 다루려는 작품은 1816년 연작 소설 “밤의 작품 Nachtstücke” 첫 번째 부분으로 발표되었습니다. 아주 예민한 대학생 나타나엘은 친구 로타르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씁니다. 즉 기압계 판매상, 코폴라는 우연히 길가에서 사악한 변호사, 코펠리우스를 다시 만났다는 것입니다. 나타나엘은 바로 코펠리우스가 자기 아버지의 목숨을 잃게 한 장본인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왕년에 연금술에 심취해 있었는데, 코펠리우스와 함께 화..

17 (독일)동화 2020.12.14

농부와 금세공업자

아래의 동화는 근검 절약을 은근히 강요하는 동화로서 교훈적인 측면에서는 그다지 반길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동화는 유럽의 교과서에 자주 실렸다. 우리는 아래의 글을 비판적인 관점에서 읽어야 할 것이다. .................... 어느 날 작은 밭을 가꾸는 농부는 숲에서 목재를 마련하여 차에 실은 다음 도시로 향했다. 도중에 그는 마녀 한 사람을 차에 태워주었다. 마녀는 감사의 표시로 금반지 하나를 농부에게 건네주었다. 이때 마녀는 한 가지 사항을 귀띔해준다. 즉 반지는 마력을 지니고 있는데, 손가락에 끼어있는 반지를 돌리기만 하면, 한 가지 소원이 실제로 이루어진다는 것이었다. 농부는 도시에서 목재를 내려놓은 다음에, 반지의 가격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려고 금세공업자를 찾아갔다. 금..

17 (독일)동화 2020.12.07

서로박: 그림 형제의 동화, 민담

야콥 그림 (1785 - 1863) 그리고 빌헬름 그림 (1786 - 1859)의 동화 모음집은 1812년 두 개의 부분으로 나뉘어져 간행되었다. 제 1부에는 86개의 동화가, 제 2부에는 72개의 동화가 실려 있다. 제 3부에 해당되는 책은 약간씩 변조된 동화 그리고 각주 모음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10년 후에 간행되었다. 이 책은 동화에 대한 첫 번째 학문적 서적이다. 그림 형제의 동화는 브렌타노와 아르님이 모은 "소년의 마술피리"에 자극을 받은 것이다. 당시 브렌타노와 아르님은 “구전되어온 오래 전의 전설 그리고 동화” 등에 의한 가요 집을 보완하려고 의도했는데, 이는 그림 형제에 의해서 이행된 셈이다. 그림 형제는 “인민의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모든 것들은 “가급적이면 순수하게, 어떠한 가식도 첨..

17 (독일)동화 2020.10.11

빌헬름 하우프의 거짓 왕자

1. 빌헬름 하우프: 흔히 독일 동화 하면, 우리는 “그림 형제들 Brüder Grimm”를 떠올립니다. 그렇지만 독일 예술 동화의 토대를 다진 작가로서 요한 K. A. 무제우스 그리고 빌헬름 하우프를 예로 들곤 합니다. 특히 빌헬름 하우프는 25년이라는 짧은 생애 동안에 놀랍고도 재기발랄한 동화를 남겼습니다. 빌헬름 하우프는 1802년 슈투트가르트에서 공무원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하우프의 아버지는 궁정비서로 일하다가, 슈투트가르트에서 장관 보조의 업무를 맡았습니다. 1809년 아버지가 사망한 다음에 하우프의 어머니는 네 명의 자식들을 데리고 튀빙겐으로 이주하였습니다. 1820년부터 1824년 사이에 튀빙겐 대학교에서 장학생으로 신학을 공부하여 신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빌헬름 하우프는 튀빙..

17 (독일)동화 2020.10.10

빌헬름 하우프: 황새가 된 칼리프

“황새가 된 칼리프”는 독일의 동화 작가 빌헬름 하우프 (Wilhelm Hauff, 1802 - 1827)의 연작 동화 『카라반』에 실린「칼리프 두루미에 관한 이야기Die Geschichte von Kalif Storch」의 주인공이다. 칼리프 차지드와 그의 관리 만소르는 시장터에서 우연히 가루약을 구입한다. 가루약을 먹으면, 동물로 변신하여 동물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었다. 대신에 어떠한 경우에도 웃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두 사람은 황새로 변신했지만, 웃음을 터뜨리는 바람에 “무타보르mutabor”라는 주문을 까먹는다. 이로 인하여 그들은 더 이상 인간으로 되돌아올 수 없게 된다. 알고 보니 모든 것은 마술사 카쉬누르의 계략이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칼리프의 권력을 차지한 것은 마술사의 아들이었..

17 (독일)동화 2020.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