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근대불문헌 86

서로박: (1) 디드로의 '부갱빌 여행기 보유'

1. 디드로의 놀라운 책: 드니 디드로 (Denis Dederot, 1713 – 1784)의 철학적 대화의 기록인 『부갱빌 여행기 보유』만큼 후세에 강력한 영향을 끼친 작품은 없습니다. 원 제목은 “부갱빌 여행기의 후기, 혹은 도덕적 이념을 여기에 걸맞지 않는 어떤 물리적 행동과 접목시키는 기이한 존재에 관한 A와 B 사이의 대화 Supplément au Voyage de Bougainvill ou Dialogue entre A. et B.”입니다. 디드로는 작품의 깊은 의미와 미래의 반향에 관해서 예견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원고는 서랍 속에 보관되어 있었고, 그가 죽은 뒤에 1796년 유작으로 간행되었습니다. 당시는 왕당파가 자코뱅주의자들의 이념에 대항해서 프랑스 신문에 자신의 정치적 이념을 강..

32 근대불문헌 2023.09.25

서로박: (2) 메리메의 '카르멘'

6. 사랑의 비극, 비극의 사랑: 돈 호세의 사랑이 더욱더 완고해지고 결연해질수록, 그미는 마치 투우장의 흥분한 소를 대하는 마타도어처럼 사랑에 눈 먼 사내를 미워합니다. 이러한 미움은 그의 마음에 분노를 끓어오르게 합니다. 카르멘은 돈 호세를 만나기 전에 이미 집시의 법에 따라 어떤 집시 사내와 혼인을 맺은 적이 있었습니다. (Jens M: 574). 그런데 그 집시 사내는 감옥에 갇혀 있다가 최근에 석방되었습니다. 카르멘은 일부러 돈 호세를 의식하면서 집시 사내와 신방을 차립니다. 이 사실을 접한 돈 호세는 순간적 노여움을 참지 못하고 집시 사내를 칼로 찔러죽입니다. 그리고 나서 카르멘에게 제발 부탁이니 함께 미국으로 떠나자고 애걸합니다. 카르멘은 이러한 간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합니다. 카르멘은 피스카..

32 근대불문헌 2023.09.05

서로박: (1) 메리메의 '카르멘'

1. 집시 그들은 누구인가? 오늘은 프랑스의 낭만주의자, 프로스퍼 메리메Prosper Merimée, 1803 – 1870)의 작품 「카르멘Carmen」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원래 “집시Gypsy”란 단어는 “이집트의”라는 뜻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실제로 집시는 15세기 초에 이집트를 포함한 비잔틴 문화권에서 유래한 집단을 가리킵니다. 독일 지역에서는 보헤미안으로 일컬어졌으며, 에스파냐 사람들은 “플라밍고”라고 명명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단어들은 모두 “동방에서 유래한 이방인”이라는 뜻을 지닙니다. 그들은 음주가무 그리고 카드놀이를 즐기는데, 판돈이 놀라가면, 교묘한 속임수를 사용하여 돈을 버는 타짜의 습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게다가 남녀 모두 성적으로 자유분방하여, 구속되지 않는 삶을 살아갑니다..

32 근대불문헌 2023.09.05

서로박: (4) 데자크의 급진적 아나키즘 유토피아

(앞에서 계속됩니다.) 17. 과학 기술의 활용을 통한 노동 시간의 감축: 조합으로 구성된 위마니스페르 공동체는 푸리에게 언급한 바 있듯이 즐거운 마음으로 생산에 임하고, 물품 생산에 있어서 발전된 자연과학의 기술을 최대한 적극적으로 도입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공동체 내의 노동 조직은 성과를 중시하는 기존 시민 사회와 마찬가지로 놀라운 생산량을 거둘 수 있습니다.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것을 발전된 과학 기술의 도입이 절실합니다. 새로운 공동체에서는 모든 재화는 사유재산으로 나누어져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모두가 생산된 물품을 공동으로 소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집니다. 이와 상응하게 자연과학 및 기타 학문은 더 이상 폐쇄적으로 세분화되지 말아야 합니다. 학문 영역 사이에 상호 보..

32 근대불문헌 2023.05.13

서로박: (3) 데자크의 급진적 아나키즘 유토피아

(앞에서 계속됩니다.) 11. 프루동 사상에 대한 데자크의 입장: 상기한 데자크는 프루동의 사상에 대해 이의를 제기합니다. “만약 계약이 개인의 자유를 확장시키지 못한다면, 어째서 그게 인간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가? 계약을 중시하는 사람은 주어진 처지에 따라서 얼마든지 자유를 압살할 수 있지 않는가?” (Déjaque 97). 이러한 질문을 통해서 데자크는 프루동의 입장이 고전적 유토피아 사상과는 현격한 차이점을 드러낸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데자크가 플라톤 이래로 출현한 미래 사회에 관한 갈망의 상을 일원적 사상 내지 전체적 관점으로 파악하는 반면에 프루동은 주관적 자연법론자의 태도를 취하면서, 자유와 평등에 관한 논의가 오로지 개개인이 하나의 계약에 의해서 인위적으로 정해져 있다는 관점에..

32 근대불문헌 2023.05.13

서로박: (2) 데자크의 급진적 아나키즘 유토피아

6. 혁명 위원회의 새로운 법 규정 (1): 데자크는 다음의 사실을 명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즉 지배 없는 코뮌 사회는 유럽의 시민사회에서 과도기적으로 이전되지 않고서는 결성될 수 없다는 사실 말입니다. 다시 말해서 참다운 무엇은 주어진 무엇으로부터 파생되어야 하지, 무의 심연으로부터 우연히 돌출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령 1794년 프랑스 혁명 뒤에 나타난 혁명 위원회의 결정 사항은 그에게 무척 중요했습니다. 자고로 모든 사회적 개혁을 실현하게 하는 가장 빠른 길은 하나의 새로운 법을 공표하여 이를 실시하는 일밖에 없는 법입니다. 왜냐하면 법 규정이야 말로 새로운 사회적 삶을 실행하는 데 있어서 가장 적합한 권력 메커니즘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데자크는 혁명 위원회의 15개의 법 규정의 초안을..

32 근대불문헌 2023.05.13

서로박: (1) 데자크의 급진적 아나키즘 유토피아

1. 데자크의 급진적 아나키즘 공동체 사상: 샤를 푸리에 이후로 가장 급진적 아나키즘 유토피아를 개진한 사람은 아무래도 프랑스의 조셉 데자크 Joseph Déjaque, 1821 – 1864)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우리는 19세기 후반부의 유토피아 설계자 가운데에서 스코틀랜드 출신의 존 헨리 맥케이 John Henry Macay 그리고 이탈리아 출신의 지오반니 로시 Giovanni Rossi를 예로 들 수 있을 것입니다. 가령 메케이는 사회주의와 개인주의를 서로 보완하는 코뮌의 가능성을 추적하여, 공유제에 근거한 공동체를 설계한 바 있습니다. 그는 생산력 강화를 위해 개인의 자유 경쟁을 용인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사회주의의 정신을 부분적으로 약화시키고 말았습니다. 개인주의는 인간 행동의 촉진제이며, 결..

32 근대불문헌 2023.05.13

서로박: (5) 퐁트넬의 '아자앵 이야기'

(앞에서 계속됩니다.) 24. 관리들의 일감과 권리: 그렇다고 해서 퐁트넬의 공화국이 민주주의를 대변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를테면 모든 정책은 아래로부터 위로 향해서 이행되는 것은 아니며, 질서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뿐입니다. 이를테면 “민치스트”는 가옥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을 알아야 하며, 모든 사항이 평화롭게 진척되도록 조처합니다. 사람들 사이에 갈등과 싸움이 발생하면, 그는 이를 중재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중재 작업이 실패로 돌아가면, 상부 계층인 “민치스트코아”에게 그 사실을 보고합니다. 두 사람은 함께 범행 내지 폭동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습니다. 범행의 경중에 따라 죄를 저지른 자는 쇠사슬에 묶인 채 살아가거나, 노예로 살아야 합니다. 죄인에 대한 매질은 거의 드물게 행해집니..

32 근대불문헌 2023.05.04

서로박: (4) 퐁트넬의 '아자앵 이야기'

(앞에서 계속됩니다.) 17. 재화의 분배 그리고 물물교환: 농업은 국가에서 관리되고, 수공업 제품은 사적인 소유물로 용인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치즈, 호밀, 보리, 우유, 완두, 콩 등을 재배하여 풍족한 수확을 거두어들입니다. 특히 수공업 제품의 경우 얼마든지 재활용이 가능합니다. 국가는 사람들이 농사를 제대로 짓는지 깊이 관여하지는 않고, 그저 재화를 분배하는 일에 골몰합니다. 이를테면 어느 마을에서 과잉 생산된 곡식이나 물품들은 부족한 마을에 충당되곤 합니다. 도시든 시골이든 어디든지 물품 저장소가 있어서, 모든 생산품은 그곳에 보관됩니다. 아자오에서는 화폐가 사용되지 않습니다. 나아가 국가는 어부, 사냥꾼, 백정 그리고 빵 생산자 등을 고용합니다. 이들에 의해서 생산되는 소비제품 역시 물품 저장..

32 근대불문헌 2023.05.04

서로박: (3) 퐁트넬의 '아자앵 이야기'

(앞에서 계속됩니다.) 11. 상호부조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무신론자들의 공화국: 실제로 퐁트넬은 유럽의 사회를 비참하고 혼돈스러운 현실로 규정하고, 낯선 미지의 섬을 갈등이 없는 이상 국가라고 생각합니다. 아자오 사람들은 서로 싸우지 않고, 마치 형제자매들처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복수가 무엇인지 알지 못할 정도입니다. 그들은 서로 협동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이웃이 어려울 때 도와주고, 타인에게 봉사하는 데 대해 매우 기뻐합니다. 그렇기에 모든 아자오 주민들은 상호부조 협력의 정신을 고수하면서 살아갑니다. 토마스 모어와 베라스는 함께 모여서 살아가는 인간이 도덕적으로 살아가려면, 균등하게 형법을 적용하고 도덕적 규범과 가치를 어긴 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

32 근대불문헌 2023.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