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근대불문헌 88

서로박: (5) 디드로의 '부갱빌 여행기 보유'

(앞에서 계속됩니다.) 25. 염소의 발을 지닌 인간: 디드로는 두 개의 잣대로서의 이중적 코드를 지닌 인간을 “염소의 발을 지닌 인간”으로 비유했습니다. 물론 인간이 염소의 발을 지녔다면, 이는 실제 현실에서는 괴물로 인지되겠지요.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염소의 발을 지닌 인간”은 우의적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문명사회의 삶 그리고 타히티와 같은 곳에서의 자연친화적인 삶을 동시에 누리기 위해서 우리는 “염소의 발을 지닌 인간”으로 살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염소는 힘이 세고, 놀라운 지구력을 드러내며, 민첩합니다. 이러한 육체적 기능에 인간의 총명한 두뇌가 첨가되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보다 핵심적인 문제는 제 1세계와 제 3세계 사이의 갈등과 착취구조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디드로는..

32 근대불문헌 2023.09.28

서로박: (4) 디드로의 '부갱빌 여행기 보유'

(앞에서 계속됩니다.) 11. 작품의 틀과 내용: 일단 작품의 내용을 객관적으로 서술하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의 장은 작품의 틀로 작용하는데, A와 B 사이의 대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B는 작가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화자입니다. A와 B는 부갱빌 여행을 재론하면서, 여행의 체험에서 필연적 결론을 도출해냅니다. 두 번째 단락은 타히티 노인이 프랑스 선원들과 작별할 시기에 남긴 연설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기서 노인은 프랑스의 비양심적이고 파렴치한 제국주의 정책을 통렬하게 비판합니다. 타히티 사람들은 오로지 선의에 의해서 유럽의 손님들을 성심껏 대접했으나, 유럽인들은 원주민들의 호의를 악용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평화롭던 섬은 유럽 선원들을 통해서 낯선 문명을 받아들이게 되었는데, 이..

32 근대불문헌 2023.09.27

서로박: (3) 디드로의 '부갱빌 여행기 보유'

(앞에서 계속됩니다.) 11. 작품의 틀과 내용: 일단 작품의 내용을 객관적으로 서술하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의 장은 작품의 틀로 작용하는데, A와 B 사이의 대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B는 작가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화자입니다. A와 B는 부갱빌 여행을 재론하면서, 여행의 체험에서 필연적 결론을 도출해냅니다. 두 번째 단락은 타히티 노인이 프랑스 선원들과 작별할 시기에 남긴 연설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기서 노인은 프랑스의 비양심적이고 파렴치한 제국주의 정책을 통렬하게 비판합니다. 타히티 사람들은 오로지 선의에 의해서 유럽의 손님들을 성심껏 대접했으나, 유럽인들은 원주민들의 호의를 악용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평화롭던 섬은 유럽 선원들을 통해서 낯선 문명을 받아들이게 되었는데, 이..

32 근대불문헌 2023.09.26

서로박: (2) 디드로의 '부갱빌 여행기 보유'

(앞에서 계속됩니다.) 5. 디드로의 삶 (4): 디드로는 감옥에서 반성문을 집필하여 제출합니다. 거기에는 차제에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국가와 종교를 비판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출옥 후에도 그는 결코 절필을 선언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글들은 외부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서랍 속에 쌓였습니다. 글의 일부는 친구들에게 회자되었으며, 달랑베르라는 이름으로 백과사전 전서의 형태 속에 교묘히 삽입되어 세인에게 알려졌습니다. 그의 백과사전의 문헌들은 철학자 볼테르의 합세 하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으며, 1757년 루이 14세에 향한 다미엔의 암살 사건에도 불구하고 책은 지속적으로 간행되었습니다. 백과사전은 35권으로 지속적으로 간행되었는데, 여기에는 디드로가 작성한 수천 개의 작은 글들이 빼..

32 근대불문헌 2023.09.25

서로박: (1) 디드로의 '부갱빌 여행기 보유'

1. 디드로의 놀라운 책: 드니 디드로 (Denis Dederot, 1713 – 1784)의 철학적 대화의 기록인 『부갱빌 여행기 보유』만큼 후세에 강력한 영향을 끼친 작품은 없습니다. 원 제목은 “부갱빌 여행기의 후기, 혹은 도덕적 이념을 여기에 걸맞지 않는 어떤 물리적 행동과 접목시키는 기이한 존재에 관한 A와 B 사이의 대화 Supplément au Voyage de Bougainvill ou Dialogue entre A. et B.”입니다. 디드로는 작품의 깊은 의미와 미래의 반향에 관해서 예견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원고는 서랍 속에 보관되어 있었고, 그가 죽은 뒤에 1796년 유작으로 간행되었습니다. 당시는 왕당파가 자코뱅주의자들의 이념에 대항해서 프랑스 신문에 자신의 정치적 이념을 강..

32 근대불문헌 2023.09.25

서로박: (2) 메리메의 '카르멘'

6. 사랑의 비극, 비극의 사랑: 돈 호세의 사랑이 더욱더 완고해지고 결연해질수록, 그미는 마치 투우장의 흥분한 소를 대하는 마타도어처럼 사랑에 눈 먼 사내를 미워합니다. 이러한 미움은 그의 마음에 분노를 끓어오르게 합니다. 카르멘은 돈 호세를 만나기 전에 이미 집시의 법에 따라 어떤 집시 사내와 혼인을 맺은 적이 있었습니다. (Jens M: 574). 그런데 그 집시 사내는 감옥에 갇혀 있다가 최근에 석방되었습니다. 카르멘은 일부러 돈 호세를 의식하면서 집시 사내와 신방을 차립니다. 이 사실을 접한 돈 호세는 순간적 노여움을 참지 못하고 집시 사내를 칼로 찔러죽입니다. 그리고 나서 카르멘에게 제발 부탁이니 함께 미국으로 떠나자고 애걸합니다. 카르멘은 이러한 간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합니다. 카르멘은 피스카..

32 근대불문헌 2023.09.05

서로박: (1) 메리메의 '카르멘'

1. 집시 그들은 누구인가? 오늘은 프랑스의 낭만주의자, 프로스퍼 메리메Prosper Merimée, 1803 – 1870)의 작품 「카르멘Carmen」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원래 “집시Gypsy”란 단어는 “이집트의”라는 뜻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실제로 집시는 15세기 초에 이집트를 포함한 비잔틴 문화권에서 유래한 집단을 가리킵니다. 독일 지역에서는 보헤미안으로 일컬어졌으며, 에스파냐 사람들은 “플라밍고”라고 명명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단어들은 모두 “동방에서 유래한 이방인”이라는 뜻을 지닙니다. 그들은 음주가무 그리고 카드놀이를 즐기는데, 판돈이 놀라가면, 교묘한 속임수를 사용하여 돈을 버는 타짜의 습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게다가 남녀 모두 성적으로 자유분방하여, 구속되지 않는 삶을 살아갑니다..

32 근대불문헌 2023.09.05

서로박: (4) 데자크의 급진적 아나키즘 유토피아

(앞에서 계속됩니다.) 17. 과학 기술의 활용을 통한 노동 시간의 감축: 조합으로 구성된 위마니스페르 공동체는 푸리에게 언급한 바 있듯이 즐거운 마음으로 생산에 임하고, 물품 생산에 있어서 발전된 자연과학의 기술을 최대한 적극적으로 도입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공동체 내의 노동 조직은 성과를 중시하는 기존 시민 사회와 마찬가지로 놀라운 생산량을 거둘 수 있습니다.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것을 발전된 과학 기술의 도입이 절실합니다. 새로운 공동체에서는 모든 재화는 사유재산으로 나누어져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모두가 생산된 물품을 공동으로 소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집니다. 이와 상응하게 자연과학 및 기타 학문은 더 이상 폐쇄적으로 세분화되지 말아야 합니다. 학문 영역 사이에 상호 보..

32 근대불문헌 2023.05.13

서로박: (3) 데자크의 급진적 아나키즘 유토피아

(앞에서 계속됩니다.) 11. 프루동 사상에 대한 데자크의 입장: 상기한 데자크는 프루동의 사상에 대해 이의를 제기합니다. “만약 계약이 개인의 자유를 확장시키지 못한다면, 어째서 그게 인간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가? 계약을 중시하는 사람은 주어진 처지에 따라서 얼마든지 자유를 압살할 수 있지 않는가?” (Déjaque 97). 이러한 질문을 통해서 데자크는 프루동의 입장이 고전적 유토피아 사상과는 현격한 차이점을 드러낸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데자크가 플라톤 이래로 출현한 미래 사회에 관한 갈망의 상을 일원적 사상 내지 전체적 관점으로 파악하는 반면에 프루동은 주관적 자연법론자의 태도를 취하면서, 자유와 평등에 관한 논의가 오로지 개개인이 하나의 계약에 의해서 인위적으로 정해져 있다는 관점에..

32 근대불문헌 2023.05.13

서로박: (2) 데자크의 급진적 아나키즘 유토피아

6. 혁명 위원회의 새로운 법 규정 (1): 데자크는 다음의 사실을 명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즉 지배 없는 코뮌 사회는 유럽의 시민사회에서 과도기적으로 이전되지 않고서는 결성될 수 없다는 사실 말입니다. 다시 말해서 참다운 무엇은 주어진 무엇으로부터 파생되어야 하지, 무의 심연으로부터 우연히 돌출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령 1794년 프랑스 혁명 뒤에 나타난 혁명 위원회의 결정 사항은 그에게 무척 중요했습니다. 자고로 모든 사회적 개혁을 실현하게 하는 가장 빠른 길은 하나의 새로운 법을 공표하여 이를 실시하는 일밖에 없는 법입니다. 왜냐하면 법 규정이야 말로 새로운 사회적 삶을 실행하는 데 있어서 가장 적합한 권력 메커니즘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데자크는 혁명 위원회의 15개의 법 규정의 초안을..

32 근대불문헌 2023.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