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파넬라 32

서로박: 캄파넬라의 옥중시선 (3)

나라를 지닌 자가 왕이 아니라, 다스릴 줄 아는 자가 왕이다. Non è re chi ha regno, ma chi sa reggere 붓과 물감을 가진 자가 괴발개발 그림 그려 벽과 먹지 더럽힌다면, 그는 화가가 아니리. 설령 먹, 펜, 필통이 없더라도, 그림 그릴 능력을 지니면 그가 참다운 화가이리라. Chi pennelli have e colori, ed a caso pinge, imbrattando le mura e le carte. pittor non è; ma chi possede l'arte, benché non abbia inchiostri, penne e vaso. 삭발한 머리, 성의가 성직자를 만들지 않듯이 거대한 왕국과 땅을 지닌 자는 왕이라 할 수 없지 예수와 같이 천한 노예 출신이..

22 외국시 2020.11.30

서로박: 생태 공동체와 대아 유토피아 (2)

(앞에서 계속됩니다.) 4. 지배 이데올로기로서의 성: 성과 관련되는 또 한 가지 지배 이데올로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컨대 일부일처제의 결혼제도는 인간의 영원한 이상과 다를 바 없습니다. 한 인간이 자신의 유일무이한 배필과 오랫동안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에서 입센의 「페르귄트」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이어져 왔으며, 언제나 문학 작품을 통해서 아름답게 칭송되었습니다. 그런데 지배 이데올로기는 이러한 이상으로서의 결혼 제도를 하나의 근엄한 철칙으로 규정함으로써, 사람들이 인간 삶에서 나타날 수 있는 자발적인 사랑을 의식적으로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차단해 왔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일부일처제의 결혼제도는 옳든 그르든 간에 가부장적 남성 사회의 관습을 정당화시키기 위해서 인위적으..

26 유토피아 2020.09.20

서로박: 캄파넬라의 옥중 시선 (1)

자기 사랑과 보편적 사랑 자기 사랑은 인간을 그저 맥없이 만들곤 해요. 허나 살아가려면, 현명하고 선하며 품위 있게 보여야만 해요. 침묵의 스핑크스 안으로 들어가면 끝내 자기를 속이기 마련이니까요. (고통을 감추게 하는 건 명예, 박수, 황금이지요.) 탐욕은 조금 지나면 다른 사람의 미덕을 자신의 악덕으로 착색시키고, 거짓으로, 공개적으로 타인을 공격하게 하지요. 허나 성부의 사랑으로 충만해 있는 자는 모든 사람들을 친구로 바라보고, 그저 신과 함께 그들의 안녕에 기뻐할 뿐이지요. 프란체스코, 그대는 물고기와 새들을 친구들이라고. 명명해요. (오, 이를 깨달으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허나 우리는 그들이 반항하거나 부끄러워한다고 여기지요. Parallelo del proprio e comune amore..

22 외국시 2020.09.14

자본주의의 틈새를 공략하는 생태 공동체, 스키너 (5)

24. 질투와 시기의 극복, 인위적인 자녀 출산: 월든 투 사람들은 질투와 시기의 감정을 떨친 지 오래이다. 사랑과 기쁨에 관한 한 그들은 감정 표현에 능숙하지만,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분노, 근심 등은 공동체 사람들에게서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스키너는 두 가지 관점에서 새로운 인간 유형을 참신하고도 독창적으로 설계한다. 그 하나는 행동주의 심리학에서 언급되는 내용과 관련된다.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유용하지 못한 감정, 분노, 두려움 그리고 근심 등과 같은 감정을 약화시키거나 근절시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종족 번식에 있어서 자연과학의 인위적인 기술의 활용을 가리킨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동종교배를 피하기 위해서 근친혼을 금지시켜 왔다. 이로 인하여 서로 사랑하지..

36 현대영문헌 2020.09.09

서로박: 도니의 '이성적인 세계' (2)

6. 『이성적인 세계 세계』사람들의 식사 그리고 의복: 모든 사람들은 근검절약을 하나의 미덕으로 여기며, 물품을 함부로 낭비하지 않습니다. 이는 토머스 모어의 경우와 대동소이합니다. 사람들은 점심시간에는 거대한 식당에 모여서 함께 식사합니다. 모든 물품과 음식은 사람 수에 따라 평등하게 나누어집니다. 모든 것이 공동 소유이기 때문에 재물을 차지하기 위해서 서로 싸우지도 않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동일한 모형의 의복을 걸칩니다. 특권을 누리는 자도 없고, 노예도 없으므로, 같은 곳의 규칙에는 어떠한 예외조항도 없습니다. 다만 나이 차이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 10년의 간격대로 다른 색의 옷을 착용합니다. 이로써 사람들은 상대방의 나이를 옷 색깔로 분간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곳 사람들은 각자의 개성과 취향 등..

34 이탈스파냐 2020.04.08

서로박: 도니의 '이성적인 세계' (1)

1. 도니의 『이성적인 세계 Mondo savio』: 이번에는 이탈리아의 작가, 안톤 프란체스코 도니의 문학 유토피아를 설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원래의 제목은 자구적으로는 “현자의 세계”로 번역될 수 있지만, 내용상 새로운 세계로 번역하기로 하겠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도니의 작품 『이성적인 세계』(1552)는 두 가지 측면에서 유토피아의 역사에서 생략될 수 없는 문헌입니다. 첫째로 그것은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의 모델을 급진적으로 단순화시켜서, 고대 사회에 출현한 목가적 평등 사회를 문학적으로 형상화시켰습니다. 나중에 언급되겠지만, 도니의 목가적 평등 사회의 유토피아는 18세기에 이르러 페늘롱 Fenelon의 두 개의 서로 다른 유토피아 모델 가운데 태초의 원시 사회의 이상적 모델로 설계된 “베티카”..

34 이탈스파냐 2020.04.08

서로박: (5) 베이컨의 새로운 아틀란티스

(앞에서 계속됩니다.) 25. 생물학, 식품 영양학, 기계와 기술: 생물학에서 가장 괄목할만한 업적으로서 우리는 유전 공학과 육종학을 들 수 있습니다. 야생수를 유실수로 변화시키는 방법, 과실의 맛, 색, 향기 그리고 크기를 조절하는 방법, 동물의 교배와 합성의 원리도 실험 방법이 됩니다. 의학의 영역에서 솔로몬 연구소는 고도의 마취술과 해부학을 발전시켰습니다. 식품 영양학 영역에서 연구자들은 빵을 제조할 때도 곡물, 채소, 견과류, 고기 생선 등을 효모와 적당하게 배합합니다. 모든 고기류는 마치 신의 음식, 암브로시아처럼 소화가 잘 되도록 가공 처리되어 있고, 음료수는 40년까지 보존할 수 있습니다. 기계 기술 분야에서 열역학, 광학, 유체 역학, 기계 공학이 발달되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안경, 쌍안..

38 중세 문헌 2019.06.08

서로박: 캄파넬라의 옥중 시선 (16)

캄파넬라의 "시인들에게" 해설 캄파넬라는 어린 시절부터 종교적, 정치적 그리고 지적 현실 앞에서 현자로서 사고하고 행동했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수사들, 정치가들 그리고 지식인들에게 나름대로 영향을 끼치려고 하였지, 오로지 시인으로서 두각을 나타내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위의 시에서 자신이 시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신의 작품은 단테 Dante의 그것과 비견될 수는 있지만, 아리오스트 Ariost, 타소 Tasso 등의 그것과는 철저히 구분된다는 것입니다. 현대 시인들은 주어진 현실의 삶의 조건을 은폐시키고 있습니다. 그들은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권력, 지식 그리고 종교 등이 몰락한 것을 명징하게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진선미를 왜곡시키고 있다..

22 외국시 2015.11.11

서로박: 캄파넬라의 옥중 시선 (14)

(앞에서 계속됩니다.) 그렇다면 캄파넬라는 정말 자살하려고 자신의 감방에 불을 질렀을까요, 아니면 광인으로 이해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의도적으로 불을 지른 것일까요? 이에 관해서 우리는 그저 유추할 수밖에 없습니다. 캄파넬라는 기독교 신앙에 대해서, 아니 로마 가톨릭 신앙의 이데올로기에 대해서 처음부터 비판적인 견해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가난 때문에, 배움에 대한 애틋한 열망 때문에 도미니크 사원에 들어갔지만, 교단의 철저한 규정에 대해서 그리고 이를 맹목적으로 신봉하는 수사들에 대해서 비판의 칼날을 세우곤 하였습니다. 사실 로마 가톨릭의 계율에 의하면 자살은 그 자체 절대로 행해져서는 안 되는 반윤리적 행위라고 합니다. 언젠가 아우구스티누스는 『신국론』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습니다. 기실 기독교 역사를..

22 외국시 2015.11.11

서로박: 캄파넬라의 옥중 시선 (13)

(앞에서 계속되는 글입니다.) "침대를 불지르고 미쳐버린 Di se stesso, quando, ecc." - 이 소네트는 추측컨대 1602년에 완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1599년에 캄파넬라는 일시적으로 자유의 몸이 됩니다. 이때 그는 칼라브리아에서 폭동을 일으키는 젊은이들을 만납니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에스파냐의 폭정으로부터 벗어나려면, 거대한 무력 투쟁을 감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가득 차 있었지만,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었습니다. 캄파넬라는 이들을 만나, 자신의 신권주의에 입각한 공산주의 사고를 전하면서 그들을 돕겠다고 약속합니다. 혁명의 시대는 점성술을 통해서 이미 검증되었다고 말하면서 동지들의 의지를 강화시킵니다. 그런데 캄파넬라는 다시 체포됩니다. 그의 ..

22 외국시 2015.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