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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박: (1) 알피에리의 '미라Mirra' (1787)

1. “확신하건대 여러분은 내 연극 작품을 대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당신은 반드시 자유로워지고, 강해지며, 관대한 마음을 지니며, 진정한 덕을 깨닫게 되겠지요. 그래, 여러분은 모든 폭력을 참지 않고, 조국을 사랑하며, 자신의 권리를 수호하고, 모든 열정을 다해 마치 불꽃처럼 타오르고, 틀림없이 강직하고 위대한 분으로 거듭나게 될 것입니다Sono sicuro che imparerai molto dalle mie produzioni teatrali. Diventerai libero, forte, generoso e realizzerai la vera virtù. Sì, non tollererai alcuna violenza, amerai il tuo paese, difenderai i tu..

34 이탈스파냐 2024.11.05

서로박: 가족 중심에서 사회 중심으로

나의 외국인 친구 K에게 1.친애하는 K.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서로 만난 지 이미 몇 달이 흘렀지만, 가끔 형이 생각납니다. 형을 생각하며, 나는 그냥 평소 생각을 전하려고 합니다. 언젠가 당신은 지구상에서 한국인만큼 인정 많은 인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거의 타당한 말씀입니다. 한국의 부모 자식 사이의 정은 대체로 매우 두텁습니다. 한국인들은 노래 부르기를 즐기며, 특히 노인들을 공경할 줄 압니다. 그러나 유럽인들이 횃불을 피워놓고 들판에서 노래 부르는 경우는 극히 드물며, 늙은이들의 경우 고독하게 살아갑니다. 유럽인들은 매사에 솔직하나, 인간미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냉정합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당신은 한국의 삶 자체를 좋아하는 편이지요. 언젠가 공항에서 당신은 말했습니다. 대부분의..

2 나의 잡글 2024.11.04

서로박: (3) 블로흐와 자연 주체

(앞에서 계속됩니다.) 9. 조르다노 브루노가 파악한 자연과 물질: 아베로에스는 중세의 아라비아 철학자, 아부 술라이만 알-시지스타니 (Abu Sulayman al-Sijistani, 832 – 1000)에게서 적극적 특징을 지닌 물질 개념을 찾아내었습니다. 그의 『두 편의 물리학 해설 Commentarium in II librum physicorum』에서 산출하는 자연의 개념이 처음으로 명시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BWB: 379). 여기서 아베로에스는 스코투스 에리우게나Scotus Eriugena가 처음 언급한 창조적인 물질이라는 개념을 과감히 도입하고 있습니다. 물론 토마스 아퀴나스도 이 점에 착안하여 어떤 적극적 물질을 구명하려고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왜냐면 절대적 신의 존재가 그에게는 더욱..

27 Bloch 저술 2024.11.04

서로박: (2) 블로흐와 자연 주체

(앞에서 계속됩니다.) 5.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요 개념, 실체, 기체: 아리스토텔레스의 몇몇 개념들은 어떤 의미론적 혼란스러움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실체οὐσία”는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한편으로는 개별적 사물과 연결되는 주체를 가리키며, 다른 한편으로는 (개별 사물 속에 깃들어 있는) 본질을 지칭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주체의 개념은 “히포케이메논ὑποκείμενον”으로 표현되는데, 개별 사물로서의 주체를 가리킬 뿐 아니라, 개별 사물 속에 도사리고 있는 소재 원인으로서의 “기체Substrat”로 의미론적 확장을 이루고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 “실체”라는 말은 “어떤 존재자의 실체”라는 이항관계에 따라 사용되기도 하고, 단적으로 어떤 존재자를 “실체”라고 부르는 경우처럼 단항개념으로 사용되기..

27 Bloch 저술 2024.11.03

서로박: K에게 보내는 편지

2 나의 잡글필자 (匹子) 2018. 10. 9. 10:0510년 전에 쓴 글인데, 지금 읽어도 별반 바뀐 게 없다.  ................................. 친애하는 K,당신과 같은 젊은 사람들은 언제나 "어째서 Wozu?" "어디로 향해서 Wohin?"하고 물어야 합니다. "어째서 그러한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이야 말로 삶에서 매우 중요한 물음입니다. 전자는 가장 중요한 사회과학적 질문이며, 후자는 가장 중요한 인문학적 질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째서?"라는 질문은 현재의 현실에 대한 분명한 인식에서 비롯하는 질문입니다. 우리는 안개의 나라, 참으로 요상한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선조들이 청동의 강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철기 시대를 맞이했듯이, 우리는 사회..

2 나의 잡글 2024.11.02

서로박: (1) 블로흐와 자연 주체

당신을 위해서 블로흐와 자연 주체에 관한 사항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OTL ...................  “우리는 반드시 창조되는 자연 자체가 될 것이다. Natura naturata nos ipsi erimus.” (블로흐)   1. 근원의 근거와 물질의 운동: 에른스트 블로흐의 자연 주체의 개념을 고찰하기로 합니다. 이 작업을 통해서 다음과 같은 물음을 간파하게 될 것입니다. 즉 블로흐가 수미일관 추적하던 물질의 존재론이 어떻게 과정으로서의 유토피아의 인식론과 마주치게 되는가? 자연은 서양 철학의 오랜 역사에서 지엽적 사항으로 논의되었습니다. 자연은 그 자체 다양한 의미를 지니므로, 철학적 논의에서 제외되곤 하였습니다. 대신에 중시된 것은 세계의 근원을 밝히는 과업에서..

27 Bloch 저술 2024.11.02

전홍준의 시, '장돌뱅이 서씨'

장돌뱅이 서씨 오십 년도 지났을 거야매운 날씨에 엄마 치맛자락 잡고사람 숲 헤치며 대목 오일장 가던 날 우시장 지나 싸전그 옆 냇가에는 붕어 잉어 가물치담긴 대광주리추녀 밑 장돌뱅이들지게 받쳐두고 홑적삼에오돌오돌 떨고그 속 서씨염장한 고등어 담긴 항아리열어놓고 곰방대 빨고 있었네 오종종한 얼굴소처럼 선한 눈콧수염에는 콧물이 고드름인 양맺혀 있었지도붓꾼 고단한 생을 살아낸 그는무엇이 되었을까아마 포슬포슬한 흙이 되었을 거야 착한 흙 말이야  *시작노트이제 서산 너머에서 누군가가 부르는 나이,칠십 대에 접어드니글썽이는 눈물 같은 사람들이 생각난다.흙이 되었어도 약하고 착하게 살아서향기가 나는 사람들.그들을 불러내어 찬미하고 싶다.

19 한국 문학 2024.11.01

서로박: 알피에리의 '비르지니아'

“전제 정치란 어떤 정부든 간에 법의 집행이라는 미명 하에 법을 만들고, 파괴하며, 부수고, 판결하며, 무고한 인간들을 방해하고 그들의 자유를 중지시키거나, 때로는 면책을 보장함으로써 그 법들을 교묘하게 빠져나가게 할 수 있는 무엇이다.” (Vittorio Alfieri: Della tirannide) 이 글은 지금으로부터 235년 전에 이탈리아의 극작가, 비토리오 알피에리가 남긴 말입니다. 현재 이 글을 읽으면 우리의 뇌리에는 두 가지 사항이 당장 연상될 것입니다. 그 하나는 현재의 윤석열 정권의 무도한 폭정이며, 다른 하나는 역사의 무심함일 것입니다. 알피에리의 생애 이후에 수백 년이 지났는데도 역사와 민주주의는 발전되지 못하고, 여전히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는 게 우리의 마음을 답답하게 합니다...

34 이탈스파냐 2024.10.31

박설호: (5)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 5권 서문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 5보이어로부터 피어시까지 (20세기 후반 - 현재)서문 “경쟁, 무한대의 이익추구, 엘리트주의, 자연파괴 등은 실증주의의 단선적 사고 속에서 자라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협동, 절제, 평등 그리고 상생 등은 생태적 사고의 토대로 정립될 수 있다.” (필자)“계급, 종파, 정당, 국적, 성, 인종, 나이 등과 같은 구분 그리고 차별 속에는 ‘나누어라 그리고 지배하라 Divide et impera’라는 지배자의 저의가 숨겨져 있다.” (필자)  친애하는 J, 우리는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제 5권에서 1940년대 이후의 문학 유토피아를 다루려 합니다. 이것은 평화 운동, 환경 운동 그리고 여성 운동과 결착되어 있습니다. 첫째로 경쟁 지향적인 국가 내지는 국가 이기주의에 대한 비판은 평..

2 나의 잡글 2024.10.30

(단상. 530) 문학과 역사 왜곡

몇몇  (이름을 거론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의 작품, "소년이 온다" 그리고 "작별하지 않는다"가 역사를  왜곡했다고 혹평하였다. 꽉 막힌 인간들이 문학의 "문"자도 모르고 자신의 무지를 드러내고 있다. 1. 문학은 실제 현실을 다루는 게 아니라 실제로 나타날 수 있는 가능한 현실을 다루는 예술적 장르다. 그러니 역사적 팩트와는 다른 차원을 전제로 한다. 작가의 체험 이야기는 문학 작품 속에 반영될 때 작가의 삶으로부터 벗어나 객관화의 과정을 거친다.  2. 사실을 따지는 일은, 문사철 인문학의 영역에서 학문적으로 가능하다. 문학 예술 속에는 속에서의 개인의 주관적인 경험이 일차적으로 서술되어 있다. 이러한 주관적 경험은 -팩트이든 아니든 간에- 우리에게 역사에 대한 비판적 ..

3 내 단상 2024.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