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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설호의 시, '다시 바쿠닌'

다시 바쿠닌박설호 기특하게도 학문으로세상을 구원하려 하다니자네도 나처럼 거부당한 식객자청해서 지구 반을 돌아서방으로 왔는가서유럽의 개나 소는 자네가무얼 위해서 살아가는지아무런 관심이 없어그저 높새바람으로 인한편두통 걱정만 하지자네를 맞이해주는 건 오직눈밭과 전나무 숲이야그러니 망명의 삶에서눈보라 나무들만 벗 삼게저녁에 시간 남으면TV에서 극동의 소식이나접하게 빛고을 광주의광경을 아 섬뜩한그럼 자네는 깨달을 걸세세상이 과연 어떤 식으로구원되어야 하는지를 ................. 박설호 시집: '반도여 안녕', 울력 2024 수록   시작품은 미하일 바쿠닌(1814 - 1876)의 혀를 빌어 나의 망명을 서술하고 있다. 나는 낯선 곳에서 무얼 하고 살아가는가? 미하일 바쿠닌은 1849년 유럽 혁명 운..

20 나의 시 2024.11.16

서로박: (2)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계속 이어집니다.) 8. 망각 그리고 삶의 무거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가벼운 존재로서의 갈망의 삶은 쿤데라에 의하면 주어진 현실에서는 무거움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우리가 감내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인간은 이러한 삶을 누릴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추구하려고 끝없이 애를 씁니다. 인간이 갈구하는 가벼움은 차라리 망각과 같습니다. 작가는 작품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이야기는 개별적 인간의 삶처럼 참을 수 없이 경박합니다. 그것은 바람에 치솟는 먼지 혹은 깃털처럼 가볍습니다. 내일이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그러한 사물처럼 말이지요.” (Kundera 1987: 102). 가벼운 존재의 유희는 마치 나비의 꿈처럼 망각 속에 머물고 있는 반면, 무거운 존재의 고통은 마치 무의식 저..

31 동구러문헌 2024.11.15

서로박: (1)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1. 실제 삶은 무거움이요, 갈망의 삶은 가벼움이다: 오늘은 밀란 쿤데라 (Milan Kundera, 1929 - )의 베스트셀러,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Nesnesitelná Lehkost Bytí』(1984)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처음에는 체코어로 집필되었지만, 1984년에 프랑스어로 간행되었습니다. 쿤데라는 피아니스트이자 음악이론가인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은 체코 출신의 작가입니다. 쿤데라의 문학성이 상당 부분 음악과 결부되어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예컨대 그의 작품들은 줄거리 그리고 문체에 있어서 마치 악보처럼 정교한 구도에 의해서 직조되어 있습니다. 작품의 전체적 분위기는 항상 어떤 음악의 멜로디와 결부되어 있지요. 2. 아스팔트 카우보이: 작품 『참을 수 없..

31 동구러문헌 2024.11.15

서로박: (3) 되블린의 'Novemver 1918'

(앞에서 계속됩니다.) 11. 로자 룩셈부르크의 기이한 망상: 제4권 『카를과 로자』는 소설의 범위 그리고 내용을 고려할 때 정점을 이루는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작가는 일차적으로 로자 룩셈부르크가 수감된 장면을 세밀하게 서술해 나갑니다. 이미 언급했듯이 감옥에서 로자 룩셈부르크는 정신 착란의 상태에서 연인이었던 하네스 뒤스터베르크와 만납니다. [그미의 실제 연인은 한스 디펜바흐 (Hans Diefenbach, 1884 – 1917)였습니다.] 이때 로자 룩셈부르크는 비몽사몽 간에 어떤 기이한 망상에 사로잡힙니다. 자신의 연인 하네스는 악마의 모습으로 그미의 자궁 속에 자라난다는 망상이었습니다.  작가 되블린은 로자 룩셈부르크가 보낸 마지막 혁명의 나날을 이러한 방식으로 서술할 수밖에 없었습니..

43 20전독문헌 2024.11.14

서로박: (2) 되블린의 'November 1918'

(앞에서 계속됩니다.) 6. 1918년 소련 혁명이 발발한 뒤에 나타난 세 가지 세력: 유럽 전역에는 혁명에 대한 열광과 기대감 그리고 이에 대한 전율이 순식간에 퍼져나갔습니다. 제1권에 해당하는 『1918년 시민과 군인들』은 1918년 알자스 지방의 혁명 초기의 분위기를 세밀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알자스는 역사적으로 프랑스와 독일의 권력 사이에서 이리저리 끌려다니다가 고유한 정체성을 상실한 지역입니다. 되블린은 노동자, 군인, 장교 그리고 토착 시민의 관점에서 전후의 혼란스러운 분위기 그리고 혁명 전야를 비판적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장의 장소는 베를린으로 이전되어 있는데, 이곳에서 전개되는 소요 사태 등이 서술되고 있습니다. 이로써 작가는 1918년 이후의 독일 수도에서 출현한 정치적 혼란..

43 20전독문헌 2024.11.14

Al Stewart: 오렌지 etc.

알 스튜어트는 1945년에 글래스고우에서 태어난 영국 가수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태어나기 전에 비행기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알은 어머니와 함께 영국의 남부 봄머스에서 자랐습니다. 1962년까지 학교를 다닌 다음에 로버트 프립에게서 기타를 배웠습니다.  1970년대 소프트 록을 평정했던 가수로서 대표작으로서 Year of the Cat이 있습니다.  젊은 시절에 들었던 노래를 올립니다. 꿈꾸며 방황하던 나의 시간 - 함께 웃으면서 음악을 듣던 친구, 진환은 지금 어디서 살고 있을까요? 이 곡은 Al Stewart의 앨범 Orange에 실려 있습니다.  Once a Orange, Always an Orange - Al Stwart |HD    Clifton in the Rain / Small F..

6 musica e 2024.11.13

서로박: (1) 되블린의 'November 1918'

1. 의사 그리고 장편 소설 작가, 알프레트 되블린: 의사이며 작가로 살아가는 것은 참으로 힘든 역정입니다. 힘든 의학 연구와 환자 치료 외에도 방대한 소설을 집필하려면, 참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그래서 의사로 일하는 독일 작가들 가운데에는 유독 시인이 많았습니다. 시적인 착상을 글로 옮기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요구되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W. C. Williams,  한스 카로사Hans Carossa라든가, 되블린 등은 의사이면서도 소설, 그것도 여러 권으로 이루어진 방대한 장편 소설에 매진하였습니다. 특히 알프레트 되블린 (Alfred Döblin, 1878 – 1957)은 정신과 의사로 일하면서, 두툼한 장편 소설을 많이 남겼습니다. 게다가 유대인 출신이라 히틀러 치..

43 20전독문헌 2024.11.13

서로박: 브레히트의 '아욱스부르크의 백묵원'

1. 아우구스부르크에서 발생한 놀라운 이야기: 친애하는 J, 당신의 발표를 위하여 작품을 요약하도록 하겠습니다. 작품은 1941년에 처음으로 발표되었습니다. 그는 히틀러 정권에 의해 독일의 반역자로 몰려 국외로 도망쳐야 했습니다. 소설은 1618년에서 1648년 사이에 발생한 독일의 30년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당시 유럽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전쟁으로 그리고 페스트라는 질병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아우구스부르크는 전통적으로 가톨릭이 강성한 지역입니다. 2. 클라분트의 「백묵원」(1): 브레히트는 1920년대에 베를린에서 클라분트의 극작품 「백묵원」을 접했는데,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바쁜 일과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어 당시 극작가를 만나기도 하였습니다..

46 Brecht 2024.11.12

서로박: 옐리네크의 '오 황야여, 그곳의 보호여'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산문, "오 황야여, 그곳의 보호여 Oh Wildnis, oh Schutz vor ihr"는 1985년에 발표되었다. “반 고향 소설”에 해당하는 옐리네크의 소설은 고향의 영혼을 담은 근원 신화 내지는 자연 신화 등을 강한 어조로 풍자하고 비판한다. 사실 80년대 오스트리아에서는 상기한 극우 보수주의적인 경향이 하나의 유행처럼 등장한 바 있다. 이로써 옐리네크는 네스트로이 (Nestroy), 카 크라우스 (Karl Kraus) 그리고 토마스 베른하르트 (Th. Bernhard) 등으로 이어지는, 오스트리아사람들의 소시민 근성에 대한 비판이라는 전통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옐리네크의 텍스트는 숨쉴 틈조차 없을 정도로 거침없이 자연을 묘사하고 있는데, 작가는 문학적 서술로서 주어진 고향으..

44 20후독문헌 2024.11.11

서로박: (2) 슈테른하임의 '시민 쉽펠'

(앞에서 계속됩니다.) 십펠은 어떻게 해서 시민계급으로 상승하는가요? 이 물음은 극작품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입니다. 권총 결투의 승리는 다만 하나의 계기일 뿐입니다. 결투는 우연히 이루어진 일이지요. 시민 계급으로 편입되고자 하는 십펠의 노력은 처음에는 좌절됩니다. 히케티어 등 시민들은 같이 노래를 부르게 된 것을 “순전히 사업상의 일”로 제한합니다. 그 이상을 기대했던 십펠은 이러한 제한에 대해 크게 실망합니다. 이로 인하여 그는 자리를 박차고 나오며, 다른 시민들 역시 합창 대회의 참가를 포기합니다. 말하자면 협상이 결렬된 것입니다. 어느 날 후작이 치료 차 히케티어의 집에 들르게 됩니다. 후작이 떠난 후 시민들은 합창대회 참가를 놓고 다시 심각하게 고민합니다. 이유인즉 후작이 합창대회에 지대한 관..

43 20전독문헌 2024.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