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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박: (3) 장 파울의 '거인'

(앞에서 계속됩니다.) 13. 로크바이롤, 죽음을 연습하다.: 로크바이롤은 어둠 속에서 린다를 만납니다. 그렇지만 그는 린다에게 가까이 다가가지는 않습니다. 대신에 알바노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자신이 먼저 권총으로 자살할 테니, 뒤이어 자살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순간 로크바이롤은 실제 현실에서 자신의 극작품을 연기한 셈입니다. 린다는 야맹증 환자였지만, 귀마지 어두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미는 어둠 속의 남자가 알바노가 아니라는 사실을 예리하게 간파합니다.  로크바이롤은 권총으로 자살하는 흉내를 내려고 방아쇠를 당깁니다. 이때 그는 즉사하고 맙니다. 안타깝게도 육혈포에 총알이 하나 박혀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린다는 이 순간 경악에 사로잡힙니다. 친애하는 P..

40 근대독문헌 2024.10.20

서로박: (2) 장 파울의 '거인'

7. 알바노와 로크바이롤: 알바노와 린다는 제각기 다른 곳에서 양육됩니다. 물론 두 사람은 3년 동안 이졸라 벨라에서 유년 시절을 함께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알바노는 17세까지 블루멘뷜에 있는 농장주 베어프리츠의 집에서 성장하게 됩니다. 그는 그곳에서 교양을 쌓으며, 훌륭한 젊은이의 면모를 드러냅니다. 알바노의 여러 명의 은사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나갑니다. 농장 기술자이자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디안, 도서관 사서이자, 때로는 복수의 광기에 사로잡히는 희극적인 인물 쇼페 그리고 출판인 아우구스티 등이 알바노의 은사들이었습니다.  주인공 알바노는 시간이 흐를수록 늘름한 풍모를 자랑하게 됩니다. 게다가 깊고 현명한 사고를 견지하며, 따뜻한 품성을 스스로 갈고 닦습니다. 어느 날 알바노는 체자라 백작의 명에 ..

40 근대독문헌 2024.10.19

서로박: (1) 장 파울의 '거인'

1. 위대한 반고전주의 작가, 장 파울: 친애하는 P, 장 파울 (Jean Paul, 1763 – 1825)은 독일의 천재적인 반고전주의 작가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그밖에 프리드리히 횔덜린 그리고 클라이스트가 나머지 반고전주의 작가입니다. 장 작 루소에게서 영향을 받은 그는 독일 산문을 세계적 수준으로 올려놓았습니다. 그의 언어유희, 풍자와 예리한 암시적 표현 등은 후세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러나 그의 탁월한 문체 그리고 언어구사는 번역작업을 어렵게 하여, 영미권은 물론이며, 남한에서도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2. 감정의 온탕, 풍자의 냉탕: 오늘은 장 파울의 소설 『거인』을 언급하려고 합니다. 이 작품은 장 파울의 대표작으로서 동시대인들로부터 “감정의 온탕 그리고 풍자의 냉탕”..

40 근대독문헌 2024.10.19

서로박: (2) 귄터 드 브륀의 '문학 상 수상'

(앞에서 계속됩니다.) 6.테오 오버벡은 연구소 소장 직으로 일하는 리프셔 교수를 찾아가서 문학상 찬사의 글에 관해서 상의합니다. 리프셔 교수는 사회주의 통일 당(SED)에서 막강한 힘을 지닌 자입니다. 그는 수십 년 동안 문학 평론가로 활동한 주인공의 문학적 판단을 처음부터 끝까지 무시합니다. 그는 주인공이 어떤 주관주의의 맹목성에 침잠해 있다고 말하면서, 힐난합니다. 주인공은 교수의 말에 몹시 실망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교수의 말을 수용하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만약 대들면서 따지면, 연구소에서 일하는 직책마저 상실하리라는 것을 주인공은 잘 알고 있습니다. 슈스터의 소설을 끝까지 비판하며, 찬사의 글을 쓰지 않으면, 주위로부터 고립되거나, 당국으로부터 체제 비판의 평론가라는 낙인이 찍힐지 모릅니다. ..

45 동독문학 2024.10.18

서로박: (1) 귄터 드 브륀의 '문학 상 수상'

1.우리나라 속담 가운데에는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라는 게 있습니다. 인간은 외부로부터 크고 작은 충격이나 자극에 직접적으로 대처하지 못합니다. 가족, 혹은 직장 동료들로부터 받은 크고 작은 상처는 다른 곳에서 폭발하지요. 이는 흔히 심리학에서 “투사Projektion”라는 심리적 방어기제로 설명됩니다. 우리 대부분이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인 까닭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비록 이성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다독인다고 하더라도 외부로부터 감염된 심리는 다른 곳에서 앙갚음으로 튀어나오곤 합니다.  특히 소시민들은 문제의 해결을 위한 정당한 방법을 찾지 않습니다. 그들에게는 힘도 없고 용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은 사회적인 거대한 힘에 대해 직접적으로 저항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정상적..

45 동독문학 2024.10.17

(명저 소개) 김유동의 충적세 문명

1.김유동 교수의 『충적세 문명』은 학계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가치를 지닌 문헌이다. 이 책은 만년을 거슬러 올라가,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는 문명사를 천착하고 있다. 이로써 저자는 여러 문화 구조의 특성을 도출해내어 서로 비교하려고 한다. 연구에서 저자가 채택하고 있는 방식은 “사실에 대한 역사학의 고증 작업” 뿐 아니라, “인간의 상상을 동원한 고대 문화의 흔적 내지는 징후 읽기”이다. 왜냐하면 선사 시대의 문화에 대한 검증은 문헌 연구 작업으로서는 무척 힘들고, 게다가 자료 선택의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리 말하건대 김 교수의 책은 오랜 숙고와 독서의 과정을 거쳐 집필된, 근래에 보기 드문 역작이다. 특히 어떤 세부적 사안에 대한 논평은 적확하고, 깊이 새겨둘만한 것이다...

1 알림 (명저) 2024.10.15

박설호의 시, '윤이상'

윤이상박설호 내 다시 겪을 수 있으랴통영여고 음악실에서서툴게 바이올린 껴안던보조개 그미의 하얀 블라우스검은 치마 가까이서 숨죽이던동백꽃의 향기를 내 어찌 잊을 수 있으랴비진도 숲속의 현호색평생 함께 살자 하던고백의 순간 봄의 두근거리던욕망을 그림자로 가려주던팔손이 나뭇잎을 내 온통 삭일 수 있으랴통영 갓집 돌담 아래조개구이 냄새 풍기던 저녁처녀 귀신 그림자 학도병의눈물처럼 물결 튕기던 파도해외 유학의 꿈을 실린 곳: 박설호 시집 "반도여 안녕 유로파", 울력 2024.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 ( 尹伊桑 , 1917 - 1995) 의 교향곡 모음집  다음을 클릭하면 윤이상에 관한 이야기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https://www.youtube.com/watch?v=r9EEnHGaTIs

20 나의 시 2024.10.15

서로박: (3) 괴테의 '친화력'

(앞에서 계속됩니다.) 11. 죄의식이 오틸리에를 죽음으로 몰아가다.: 모든 것은 에두아르트의 의지대로 진행될 것 같습니다. 친애하는 C, 사랑의 행복을 위해서는 이타주의 내지는 죄의식을 저버려야 한다고 누가 말했던가요? 오틸리에는 그와의 결혼을 끝내 포기합니다. 아이의 죽음에 대한 죄의식으로부터 헤어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이가 죽은 것은 누구보다도 자신 탓이니, 스스로 끔찍한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미는 에두아르트와 결혼을 포기하고,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겠다고 결심합니다. 그러나 에두아르트는 그미의 이러한 결심을 도저히 용납하지 않습니다. 사랑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 간에 오틸리에의 의사를 되돌려야 했습니다. 불같은 성격의 에두아르트는 그미를 어느 여관에 감금..

40 근대독문헌 2024.10.14

서로박: (2) 괴테의 '친화력'

(앞에서 계속됩니다.) 6. 에두아르트, 아내를 오틸리에로 착각하며 정을 통하다.: 부부는 순식간에 결혼 생활이 파탄에 이르게 될까봐 전전긍긍합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심정적으로 각자의 애인을 도저히 포기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예컨대 에두아르트는 오틸리에가 집에서 허드렛일만 하는 것을 반대합니다. 그미가 약간 동떨어진 다른 집에서 거주하는 게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샤를로테 역시 자신의 애인인 오토를 그냥 무위도식하는 남자로 마냥 방치할 수 없어서, 그에게 반듯한 직장 하나를 알선해주려고 합니다.  어느 날 밤에 에두아르트는 성을 돌아다니다가 오틸리에의 방으로 잠입합니다. 그러나 그곳은 아내 샤를로테가 머물고 있었습니다. 에두아르트는 격정적인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서 임을 끌어안습니다. 이때 그는 어둠 ..

40 근대독문헌 2024.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