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확신하건대 여러분은 내 연극 작품을 대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당신은 반드시 자유로워지고, 강해지며, 관대한 마음을 지니며, 진정한 덕을 깨닫게 되겠지요. 그래, 여러분은 모든 폭력을 참지 않고, 조국을 사랑하며, 자신의 권리를 수호하고, 모든 열정을 다해 마치 불꽃처럼 타오르고, 틀림없이 강직하고 위대한 분으로 거듭나게 될 것입니다Sono sicuro che imparerai molto dalle mie produzioni teatrali. Diventerai libero, forte, generoso e realizzerai la vera virtù. Sì, non tollererai alcuna violenza, amerai il tuo paese, difenderai i tuoi diritti, brucerai come una fiamma con tutta la tua passione e rinascerai sicuramente come una persona forte e grande.” (Viti: 355).
인용문에는 알피에리의 글쓰기의 근본적 목적이 담겨 있습니다. 그것은 한마디로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지키려는 굳건한 의지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알피에리는 부자유와 폭정에 강인하게 저항하면서, 자신의 극을 접하는 관객들에게 이러한 저항에 동참하기를 은근히 호소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호소야말로 인간의 사회적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갈망이며, 역사적으로 민주주의가 발전하게 한 동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친애하는 A, 오늘은 지난번에 이어 비토리노 알피에리 (Vittorio Alfieri, 1749 – 1803)의 비극작품 「미라Mirra」를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작품은 1784년에서 1787년 사이에 집필되었으며,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이 발발하기 직전에 파리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습니다.
2. 이미 다른 글에서 언급한 바 있듯이 알피에리 비극의 등장인물들은 대체로 외부 현실의 문제로 인해서 내적 갈등을 겪다가 극한으로 저항한 뒤에 파멸을 맞이하는 군상들입니다. 그렇지만 이번 작품은 아버지에 대한 사랑으로 인해 번민하는 처녀의 삶과 죽음을 다루고 있습니다. 작품의 핵심 사항은 사랑과 “근친상간Inzest”에 관한 문제점입니다. 알피에리는 오비디우스Ovid의 『변신 이야기Metamorphosen』에서 작품의 모티프를 찾았습니다. 근친상간과 관련되는 갈등은 주인공 미라의 심리적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한 깃인데, 작가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연극 작품의 구조를 채택하지 않고 있습니다.
가령 사건의 본질은 아버지에 대한 과도한 사랑의 감정 때문인데, 모든 비밀은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밝혀지고 있습니다. 자고로 부모에 대한 과도한 사랑은 그 자체 아름다운 것이지만, 과유불급이라, 지나치면 독이 되는 법입니다. 부모에 대한 사랑이 과도하면, 자신의 임 내지는 남편 (아내)에 대한 사랑에 흠집을 안겨주니까요. 주인공, 미라는 영문을 모르게 아버지, 카니라스를 끔찍할 정도로 깊이 사랑합니다. 사랑하는 데에는 이유가 없지요. 그렇지만 미나는 연인이 아니라, 딸로 살아야 합니다. 그게 단순하지만 숙명적 비극이지요 그래서 미라는 심지어는 어머니를 저주하기까지 합니다.
3. 작품의 배경에는 신화적 내용이 착색되어 있습니다. 오비디우스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름다운 처녀, 미라는 비너스 여신을 화나게 합니다. 비너스 여신은 미라의 가슴에 아버지에 대한 성욕을 심어줌으로써 보복합니다. 미라는 아버지에 대한 열정 그리고 수치심 사이에서 고민합니다. 미라는 자신의 보모 히폴리타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데, 히폴리타는 그미를 돕기로 작심합니다. 관습에 의하면 케레스 축제가 개최되는 9일 동안 이곳의 남자들은 9일 동안 아내와 동침할 수 없습니다.
히폴리타는 키니라스에게 한 가지 사항을 제안합니다. 즉 축제 동안 어린 처녀를 데려다가 잠자리에 수청 들게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키니라스는 이를 수락했고, 깊은 어둠 속에서 며칠 동안 어느 처녀와 살을 섞습니다. 처녀의 정체가 궁금해진 키니라스는 램프를 켜서 잠든 처녀를 바라봅니다. 잠이든 처녀는 놀랍게도 친딸, 미라가 아닌가요? 절망과 공포에 사로잡힌 키니라스는 검을 뽑아 들면서, 미라를 죽이려고 합니다. 깜짝 놀란 미라는 어둠을 틈타 멀리 도망칩니다. 그미는 절망적인 상태에서 신들에게 해결책을 마련해 달라고 간청합니다. 그러자 그미는 미라 나무로 변했고 그미가 흘린 눈물은 수액이 되어 흘렀습니다. 그러나 그미의 몸 안에서는 아기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마리 나무가 나중에 자식을 낳는데, 그는 바로 아도니스였다고 합니다.
4. 알피에리의 비극작품에는 아버지에 대한 미라의 강렬한 사랑이 신화 이야기에 접목되면서 현장감 넘치게 묘사됩니다. 막이 오르면 사이프러스 섬을 다스리는 왕, 키니라스와 왕비, 켄크레이스는 무남독녀의 혼사 문제로 담소를 나눕니다. 미라를 페리오와 혼인시키는 일이 그것이었습니다. 페리오는 서부 그리스 에피루스의 황태자입니다. 그런데 마리는 비너스 여신의 계략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버지, 키니라스를 끔찍할 정도로 사랑합니다. 미라는 페리오를 만나 선을 봅니다. 페리오 왕자는 준수한 인물을 지닌, 선량한 사내였습니다.
그렇지만 미라는 왕자와 결혼할 수도 없고, 결혼하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한편으로는 나라를 위해서 부모의 요청을 따라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쉽사리 접을 수도 없습니다. 이러한 갈등은 열병으로 비화됩니다. 미라의 보모, 유리클레아와 왕비는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사태를 수습하려고 합니다. 미라는 결혼식을 치르기로 정해진 날부터 열병을 앓고 있습니다. 유리클레아는 지금의 상태로는 미라가 도저히 페리오와 결혼식을 치를 수 없다고 전합니다. 미라가 내심 사랑하는 남자는 주위에 없는데, 어째서 그미가 혼인에 시큰둥한 태도로 일관하는지, 그들은 감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5. 제2막에서 키니라스는 장차 자신의 사위가 될 사람을 만나서, 다음과 같이 묻습니다. 그것은 미라가 그의 구애에 응했는가? 하는 물음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페리오는 어정쩡하게 대답합니다. 즉 미라는 자신을 남편감으로 점지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혼식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미라가 자신을 사랑하는지 도저히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미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혼인을 무효화하겠다고 페리오는 말합니다.
뒤이어 페리오는 미라를 만나 결혼식에 관해서 대화를 나눕니다. 이때 미라는 페리오 왕자가 싫지 않으며, 부모가 원하는 결혼을 회피할 생각이 없다고 토로합니다. 그미는 결혼에 대한 한 가지 조건을 내세웁니다. 그것은 두 사람이 부부가 된 다음에 사이프러스 섬을 떠나서 살고 싶다는 게 그 조건이었습니다. 미라는 페리오와 연을 맺음으로써, 자신의 가문의 명예를 지키면서, 아버지에 대한 저주스러운 사랑의 감정을 떨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유리클레아는 비너스 신전을 찾아가서 미라의 순탄한 결혼 생활을 빌어줍니다. 그런데 비너스 여신은 이러한 소원에 응답하지 않고, 마치 역정을 내는 것 같습니다. 유리클레아는 이번의 혼사가 끔찍한 재앙을 안겨줄 것 같아서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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