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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박: (1) 괴테의 '친화력'

1. 사랑이 금속처럼 결합되고 분할되는가?: 친애하는 C., 오늘은 요한 볼프강 폰 괴테 (1749 - 1832)의 소설 한편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이것은 다름 아니라 1809년에 발표된『친화력 (Die Wahlverwandtschaften)』이라는 중편입니다. 괴테는 처음부터 이 작품에 집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약 2년 전 『빌헬름 마이스터의 방랑시대』를 집필하던 과정에서 한 가지 착상이 떠올랐는데, 이 착상으로 인하여 결국 한 편의 중편 소설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괴테는 언젠가 스웨덴 출신의 화학자 토르베른 베르히만 Torbern Bergman이 1775년에 발표한 논문 「금속의 인력 引力에 관하여 (De attractionibus electivis)」를 읽은 적이 있는데, 이 논문에서는 ..

40 근대독문헌 2024.10.14

서로박: (4) 라블레의 텔렘 사원의 유토피아

(앞에서 계속됩니다.) 23. 라블레의 시대 비판: . 휘황찬란한 만화경의 상의 배후에는 작가가 처한 시대에 대한 간접적인 비판이 은밀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라블레는 특권 계급을 비판하기 위해서 아이러니하게도 특권 계층의 유토피아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가령 텔렘 사원은 철저히 외부의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가령 위선적이고 경건한 척 하는 수사들은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이곳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 가난한 자의 피를 빨아먹는 법률가 그리고 법을 어기고 진리를 은폐하는 공무원들은 이곳에 발도 들여놓을 수 없습니다. 끝없이 이윤을 추구하는 고리대금업자 역시 절대로 이곳으로 들어올 수 없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라블레의 사악한 특권계급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읽을 수 있습니다. 24. 찬란한 삶과 무제한적인..

32 근대불문헌 2024.10.13

서로박: (3) 라블레의 텔렘 사원의 유토피아

(앞에서 계속됩니다.) 16. 사원 이상의 의미를 지닌 사원: 텔렘 사원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법과 변호사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이곳에서는 정치가도, 설교자도 전혀 쓸모없는 존재에 불과합니다. 화폐가 유통되지 않으므로, 고리대금업자가 주위의 사람들을 괴롭히지도 않고, 종교가 필요 없으니, 교회도 수사직도 무용지물에 불과합니다. 텔렘 사원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떠한 법적 규정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들 스스로 의미 있게 그리고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줄 알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외부 사회로부터 전해지는 도덕적 강요를 수용하지 않습니다.그들은 원천적으로 정직하고 고결한 심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남녀 사이의 완전한 자유와 완전한 평등을 누리며 살아갑니다. 수도원에 들어올 수 있는..

32 근대불문헌 2024.10.13

(명저 소개) 장희창의 '춘향이는 그래도 운이 좋았다'

과문함을 책망하며 살아가고 있다. 장희창 교수의 책 『춘향이는 그래도 운이 좋았다. 세상 속으로 걸아가는 책 이야기』 (문학에디션 뿔, 2008)를 이제야 뒤늦게 구해서 읽었다.  책은 다섯 장 (문학, 역사, 제국, 자연 그리고 21세기)으로 분류된다. 여기에는 많은 동서양의 책들이 빼곡히 소개되어 있다. 서양 문학은 물론이고, 동양의 고전 또한 빠져있지 않다. 저자의 시각은 폭넓고 원시안적이지만, 자그마한 세부적 사항을 놓치는 법이 없다. 저자의 입장은 몇 가지 사항으로 확정되지 않고 유연함을 견지하는 것은 그만큼 현재, 과거 그리고 미래를 관망하는 저자의 시각이 유연하고 광활하다는 뜻이다. 장희창 교수의 강점은 무엇보다도 문체에 있다. 장희창 교수의 글은 간결하고 힘차다. 단어 하나 허투루 사용한 ..

1 알림 (명저) 2024.10.13

서로박: (2) 라블레의 텔렘 사원의 유토피아

(앞에서 계속됩니다.) 8. 『팡타그뤼엘 그리고 가르강튀아』, 라블레의 대작: 작품 『팡타그뤼엘 그리고 가르강튀아』는 라블레의 대표작으로서 도합 다섯 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원래의 작품은 『디프소텐 왕, 위대한 거인 가르강튀아의 아들인 유명한 팡타그뤼엘의 끔찍한 전율을 일으키는 모험과 영웅적 행위』라는 긴 제목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편의상 제 1권을 『팡타그뤼엘』, 제 2권을 『가르강튀아』라고 명명하곤 합니다. 제 3권부터 5권까지는 “팡타그뤼엘 제 3서”, “팡타그뤼엘 제 4서”, “팡타그뤼엘 제 5서”라고 칭해지고 있습니다. 다섯 권의 책은 1532년, 1534년, 1545년, 1552년 그리고 1564년에 차례로 간행되었습니다. 이를 고려한다면 마지막의 책은 라블레가 사망한 다음에..

32 근대불문헌 2024.10.12

서로박: (1) 라블레의 텔렘 사원의 유토피아

이 글은 필자의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 제 2권, 캄파넬라에서 디드로까지" (울력 2020)에 실려 있습니다. ................. 1. 자발성에 근거한 비국가주의의 유토피아: 프랑스와 라블레François Rabelais의 연작 장편 소설,『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은 르네상스의 이상을 고려할 때 결코 망각될 수 없는 명작입니다. 우리가 주의 깊게 고찰해야 하는 것은 『가르강튀아』의 제 2권에서 묘사되고 있는 이상적 공동체로서의 텔렘 사원입니다. 텔렘 사원은 르네상스 유토피아의 카테고리에 편입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곳은 구성적이고 체계적인 국가 내지는 이상적 공동체의 국가 모델과는 현격한 거리감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1534년 이후에 간행된 라블레의 『팡타그뤼엘』,『가르강튀아』는 ..

32 근대불문헌 2024.10.12

(단상. 521) 한강 작가와 노벨 문학상

소설가 한강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탁월한 한국 작가의 작품들이 문을 두드렸지만, 채택되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한국 여성이, 그리고 핍박 받은 땅, 광주 출신의 소설가가 노벨상을 받게 되었다는 사실이 나를 기쁘게 한다. 수탈과 오욕의 광주, 그 피묻은 땅에서 자라난 영혼이 저항의 글쓰기로 승리를 구가한다는 사실은 너무나 놀랍고도 멋지지 않는가?  가까이는 어머니의 희생, 여자라는 이유에서 기를 펴지 못하고 살아온 내 누이의 삶 그리고 멀리서는 역사 속 한국 여성들의 수모 그리고 남편과 나라를 위한 내조와 헌신 등이 뇌리를 스친다. 노벨상 수상작 "흰"을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그러나 작품 제목이 백의 민족 여성의 삶과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우연일까?   노벨 문학상의 선정 기준은 작품의 ..

3 내 단상 2024.10.11

박설호의 시, '뮌헨을 떠나며'

뮌헨을 떠나며박설호- “나는 이제 너희를 떠난다./ 우리는 오랫동안 함께 지냈다.” (Oskar Panizza) * - 잘 있어 뮌헨이여차갑게 보이는 높새바람빙하기에도 침식하지 않을삼각 집 겨울 내내 쌓인눈이여 안녕 잘 있어 베네딕트너무나 맑지기 때문에믿음이 흐릿한 성당구름에 가려 그림자 잃은하늘이여 안녕 잘 있어 법(法)이여죄 저지르면돈으로 보상하면 그만지폐 들고 파출소 옆에서 갈긴소피여 안녕 잘 있어 너무 호듯한푸른 눈의 노랑머리 여자여그대는 겉만 눈부실 뿐안아도 안아도 정(情)을 모르는서러움이여 안녕 잘 있어 시간이여언제 떠날 텐가 하고다그치며 유예된 일 년을비자 속에 가두어버리던관청이여 안녕 잘 있어 나의 복마전내가 설 땅은 어디인가새내기 배움터 방 구하려고수요일마다 뒤적거렸던신문 광고여 안녕 잘..

20 나의 시 2024.10.10

(단상. 520) 자동차의 색, 색채 심리학

한국 사람들은 어떠한 자동차 색을 좋아할까? 단연코 검정이다. 사람들은 흑 -> 백 -> 회색 순서대로 차를 고른다. 통계에 의하면 젊은 사람들은 검은색을 선호하고, 나이 든 사람은 회색 차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BMW, 볼보, 벤츠 메르체데스 회사는 한국의 고객을 위해서 색깔 있는 자동차를 모델로 권하지 않고 있다. 요즈음은 독일에서도 서서히 색을 선호하지 않고 있다. 다음의 도표는 이를 말해주고 있다.  검정이 지니는 의미는 다음과 같다. 흑(黑)은 진지함, 우아함, 영리함, 사치 그리고 성공을 상징한다. 그래서 번쩍거리는 까만색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여성들은 하얀 자동차를 선호한다. 백(白)은 순결함과 순수함을 드러낼 수 있다. 또한 솔직함과 청결함을 상징하는 게 흰색이다. 한국 사람들은 ..

3 내 단상 2024.10.10

서로박: (4) 신화와 유토피아, 일치성과 불일치성

(앞에서 계속됩니다.) 16. 신화 수용 역사에 관한 비교 연구: 물론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예외적 사례를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신화 연구 자체가 아닌, 이후의 시대에 나타난 신화 수용사의 연구에서 나타나는 예외사항입니다. 우리는 신화 수용의 역사 연구에서 그 수용 시점의 시대정신과 결부된 신화의 수용에 나타나는 차이점을 “통시적으로diachronisch” 비교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특정한 시대에 왜 특정한 신화가 유독 활발하게 수용되었는가? 하는 문제를 검토하면, 우리는 신화가 특정한 시대에 끼친 영향 그리고 신화와 주어진 현실 사이의 상호관계를 도출해낼 수 있습니다. (Jørgensen: 301). 이를테면 왜 유독 괴테의 시대에 프로메테우스의 신화가 활발히 수용되었으며 헤라클레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