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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창: 타자와 하나 되려는 꿈의 몸짓. 한강의 '채식주의자'

친애하는 J, 한강의 모든 소설을 좋아하지 않지만, 소설 『채식주의자』를 명작으로 인정합니다. 왜냐면 작품은 여성이 추구하는 자생적 삶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이 자리에서 나의 관심사는 소설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소설을 이해하고 소화해내는 장희창 교수의 글로 향하고 있습니다. 장희창 교수의 글은 힘차고, 핍진하며, 많은 여운을 남기기 때문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당신에게 세 가지 사항을 동시에 전하려고 합니다. 1. 한강 소설의 내용, 2. 장희창 교수의 논평, 3. 필자의 사족과 같은 부언설명 등이 그것들입니다. 이 글은 글에 대한 글에 대한 글이라는 점에서 메타 글쓰기를 재현한 것입니다. 아래의 글은 장희창 교수의 글인데, 푸른 색으로 기술된 것은 필자의 첨가문이라는 점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2a 남의 글 2024.10.29

샨도르 페퇴피의 시, '당신은 나의 것'

당신은 나의 것, 나는 당신의 것샨도르 페퇴피 당신은 나의 것, 나는 당신의 것우리가 바로 세상입니다!태양은 우리의 머리인 듯이마음에 드는 곳을 바라봐요,눈이 도달하는 곳으로. 태양은우리의 행복 투시하지 못해요. 자그마한 처녀, 율리아는 나의 것,나의 품에 자리 잡고 있어요.자그마한 처녀, 율리아는 나의 것,하나 그미의 삼장은 커요.풍요로운 자처럼 크나크지요.요정의 나라처럼 광대하지요! 나의 감각은 율리아에게 향하지요,어둠 속에서도 바라볼 수 있어요.그미의 찬란한 두 눈은내 심장에 빛을 전하지요.그러면 나는 두 눈부처 속에서천국을 들여다볼 수 있어요. 선한 여성, 그대는 아시나요,내가 자그마한 소년이었을 때바깥의 어떤 정원, 집 앞의모래에서 어떻게 유희했는지?당시 나의 뇌리를 스친 것은내가 왕이 되는 꿈..

22 외국시 2024.10.28

최영철 시인의 문장들

최영철 시인의 다음의 문장은 시인의 삶 그리고 집필 과정이 얼마나 힘드는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 시인은 언어를 빚는 재능을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변화를 감지하는 예민한 촉수를 가지고 태어난다. (31)  시인은 고통을 숙주로 찬란한 꽃을 피워내고 고통은 시인을 숙주로 만천하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영역을 확장한다. (32)  시인은 미망을 즐기며 미망 속에 있으려고 하는 존재, 번뇌를 즐기며 번뇌 속에 있으려고 하는 존재들이다. (31)  시인은 고통받는 모든 영혼이 구제될 때까지 부처가 되지 않기로 자청한 지장보살처럼 천국이 아닌 지옥에 머물기를 자청해야 한다. (36)  시는 고통을 관리하는 양식이다. 느닷없이 찾아온, 오랫동안 ..

19 한국 문학 2024.10.27

막심 은데베카의 시, '나는 꿈꾸었네'

나는 꿈꾸었네(J'ai rêvé)막심 은데베카 (Maxime N'Debeka)희망의 바다 위에 떠있는 섬마치 노아의 방주에서길고도 힘든 시련을 이겨낸 생존자들처럼내 꿈들이 마침내 도착한 곳Une ile dans l'océn de l'espoirOù l'arche de NoéOù les survivants d'une longue et pénible lutteOù mes rêves viennent échouer순수하고 정결한 섬이곳은 사람들이, 그리고 흑인까지도‘인간성’을 간직한 땅흑인, 유색인, 백인들이석양의 빛깔로 서로 어울리는 곳그 곳에는 적자도, 서자도 없네.Une ile nette et pureOù les hommes sont des humainsEt les Noirs des hommesOù le ..

22 외국시 2024.10.26

서로박: (3) 도스토옙스키의 '백치'

(앞에서 계속됩니다.) 10. 비극이 발생하다: 므이쉬킨 공작은 나스타시아에게 결혼을 신청합니다. 주인공에게 결혼이란 무소유의 행위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스위스에서 병든 마리를 도와주었듯이, 이번에는 (사랑하는 임의 행복을 위하여 임을 떠나려고 결심하는) 나스타시아를 아무런 조건 없이 돕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소설은 끔찍한 비극으로 끝을 맺습니다. 나스타시아는 주인공과 결혼하기 직전에 로고친에게 향합니다. 경제적 문제 등 이전의 모든 관계를 깨끗하게 매듭지어야만, 공작과 결혼할 수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므이쉬킨 공작 역시 그미를 찾으려고 로고친의 집으로 달려갑니다. 로고친은 거칠고 단순한 사내였습니다. 그는 주인공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배신했다는 이유로 나스타시아에게 향해 칼을 뽑아 듭니..

31 동구러문헌 2024.10.25

서로박: (2) 도스토옙스키의 '백치'

(앞에서 계속됩니다.) 6. 소설 속의 압권, 하나의 에피소드 (1) : 뒤이어 주인공은 우연히 나스타시아와 살롱에서 조우합니다. 살롱에는 상류층에 해당하는 많은 사람이 운집해 있었습니다. 이 와중에서 므이쉬킨 공작은 사람들에게 놀라운 에피소드 하나를 들려줍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므이쉬킨 공작이 스위스에서 체험했던 이야기입니다. 나스타시아를 비롯한 여러 사람이 그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었습니다. 그곳에서는 마리라는 처녀가 살았는데, 어느 남자에게 농락당한 뒤에 버림받게 됩니다. 이웃 사람들은 사실을 잘 알지도 모르면서, 마리를 간통한 여자로 매도합니다. 마리의 머리카락을 마구잡이로 절단하고 끔찍한 고통을 가합니다. 마리는 사회적으로 버림받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른바 간통한 여자는 유럽 시민 사회에서 ..

31 동구러문헌 2024.10.25

서로박: (1) 도스토옙스키의 '백치'

친애하는 D, 당신을 위해서 도스토옙스키의 장편 소설 백치를 요약하여 올려놓습니다.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필자의 요약문을 읽으면, 단번에 줄거리와 주제를 파악하게 될 것입니다. ㅎㅎ.................. 1. 그리스도 백작: 오늘은 표도르 M. 도스토예프스키 (1821 - 1881)의 소설 󰡔백치 (白痴)󰡕를 다루기로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1868/ 69년에 발표되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작가는 어떤 아름다운 인간을 묘사하려 했습니다. 아름다움이란 도스토예프스키에게는 미적 가상이라기보다는, 가장 고귀한 도덕적 능력을 지닌 존재에서 발견된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인간이란 다른 사람을 자신처럼 여기는 인간 유형일 것입니다. (Jens C..

31 동구러문헌 2024.10.25

쿠르트 마르티의 조사(弔辭)

조사쿠르트 마르티  그미가 스물 살 적한 아기를 가졌을때그미에게 결혼해야 한다는명령이 내렸습니다 그미가 결혼했을 때그미에게 모든 공부를포기하라는명령이 내렸습니다 그미가 서른이 되어일하려는 욕망을 보였을 때가사만을 돌보라는명령이 내렸습니다 그미가 사십이 되어다시 한 번 살려고했을 때체통과 미덕을 지키라는명령이 내렸습니다 그미가 나이 오십에쇠약해지고 삶에싫증났을 때 그미의 남편은젊은 여자에게 갔습니다 친애하는 이웃들이여우리는 너무 많이 명령합니다너무 많이 복종합니다너무 적게 삽니다 Leichenreden als sie mit zwanzigein kind erwartetewurde ihr heiratbefohlen als sie geheiratet hattewurde ihr verzichtauf alle st..

21 독일시 2024.10.23

서로박: 괴테의 '서동 시집'

괴테는 "서동 시집"에서 페르시아 시인 하피스 (1317/ 25 - 1389/ 90)의 시를 읽고 오리엔트의 세계를 작품화했다. 당시 1814년 요젭 폰 함머-푸르크슈탈의 하피스의 독일어 번역 작품이 괴테에게 감동을 주었다. "서동 시집"은 東西의 문화 그리고 두 시인의 交感을 형상화시키고 있다. (당시 이미 신대륙의 삶이 전해졌으나, 유럽인들은 페르시아 지역을 여전히 동방이라고 믿고 있었다.) 괴테는 스스로를 하피스의 쌍둥이 동생이라고 간주하고, 자신의 고유한 모방시를 하피스보다 더 탁월하게 창조하려고 했다. 괴테는 하피스의 시를 읽고,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젊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하여 그는 1814년 라인 강 마인 강 그리고 네카 강변으로 여행을 떠났다. 이때 “동방의 세계는 인류의 근..

21 독일시 2024.10.21

박설호: 땅 위에 그려진 일 (一)

손바닥에 쓰여 있는 王이라는 글자 - 이 역시 하나의 퍼포먼스인지 모른다. 나라를 다스리고 싶은 야심으로 가득 차 있다. 그래, 대장부라면 누구나 한번쯤 품을 수 있는 욕망일 것이다. 그렇지만 누구를 위한 욕망인가? 일순간 하나의 일화가 필자의 뇌리에 스쳤다. 그것은 한자로 점을 치는 기인에 관한 이야기다. 때는 바야흐로 기원 후 910년 무렵이었다. 여름이 끝날 무렵 개성으로 향하는 양주 근처의 길목 장터에서는 한자로 점을 치는 사내가 있었다. 그는 64개의 골판지에다 제각기 다른 한자를 써넣은 다음에, 이것들을 땅 위에 가로 여덟 개, 세로 여덟 개로 배열해 놓았다. 이곳의 토박이와 장돌뱅이들은 그 앞에 모여서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다. 사내는 동전 몇 닢을 받은 다음에 글자를 가리키는 사람의 운세를 ..

2a 나의 산문 2024.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