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돌뱅이 서씨
오십 년도 지났을 거야
매운 날씨에 엄마 치맛자락 잡고
사람 숲 헤치며
대목 오일장 가던 날
우시장 지나 싸전
그 옆 냇가에는 붕어 잉어 가물치
담긴 대광주리
추녀 밑 장돌뱅이들
지게 받쳐두고 홑적삼에
오돌오돌 떨고
그 속 서씨
염장한 고등어 담긴 항아리
열어놓고 곰방대 빨고 있었네
오종종한 얼굴
소처럼 선한 눈
콧수염에는 콧물이 고드름인 양
맺혀 있었지
도붓꾼 고단한 생을 살아낸 그는
무엇이 되었을까
아마 포슬포슬한 흙이 되었을 거야
착한 흙 말이야
*시작노트
이제 서산 너머에서 누군가가 부르는 나이,
칠십 대에 접어드니
글썽이는 눈물 같은 사람들이 생각난다.
흙이 되었어도 약하고 착하게 살아서
향기가 나는 사람들.
그들을 불러내어 찬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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