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J,
매년 10월에 독일에서는 독일 출판상이 발표됩니다. 2011년 오이겐 루게 (Eugen Ruge, 1954 - )의 소설 『꺼져가는 빛의 시대 에 In Zeit des abnehmenden Lichts』가 수상작으로 선택되었습니다. 이 소설은 그야말로 명작으로 손꼽힙니다. 동독 출신의 57세의 소설가는 처음으로 장편 소설을 발표하였는데, 이 작품으로 독일에서 가장 잘 알려진 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는 수학자이며, 마라톤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소설은 동독의 어느 가정의 내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오이겐 루게는 1954년 우랄 산맥 근처의 소스바에서 태어났습니다. 어쩌면 그는 이 소설 한 편을 쓰기 위하여 평생을 관찰했는지 모릅니다. 자신이 선택한 가족사를 마침내 분명하게 이해하고 파악했다고 판단했을 때 루게는 자신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던 것입니다. 집필 기간은 약 3년에 불과했습니다. 루게는 일부의 원고를 2년 전에 되블린 문학상에 응모하여, 그 상을 받았습니다. 이때부터 출판사 측은 그의 소설을 애타게 기다려 왔습니다. 그의 친구 알렉산더 페스트는 그에게 로볼트 출판사를 추천해주었습니다.
친애하는 J,
다작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많이 글을 쓰면, 원고료를 많이 받겠지만, 이것은 소설가가 해야 할 일은 아니지요. 당신과 같은 소설 지망생은 인내하는 마음으로 독서하고 사색해야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명작을 탄생시킬 수 있어요. 양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뷔히너가 불과 4편의 작품으로 수백년 동안 문학적 명성을 이어왔다는 사실을 명심하세요. 루게의 소설은 57세의 나이에 데뷰 작으로 간행되었습니다.
400 페이지에 달하는 소설을 읽는 독자는 놀라움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실에 충실한 묘사 그리고 꾸밈없는 시각은 독자를 압도하기에 충분합니다. 소설적 구성은 놀라운 드라마를 연상시키고, 소설의 설계는 너무나도 대담합니다. 루게의 소설 속에는 많은 사실들이 담겨 있습니다. 무언가 감추어져 있는 과거사는 마치 장벽의 붕괴처럼 하나씩 떨어져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을 불러일으킵니다.
소설은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는 시점에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1952년과 2001년을 오가고 있습니다. 주인공 알렉산더는 동독의 역사가인 아버지를 찾습니다. 어쩌면 쿠르트의 몰락을 처음으로 서술하는 것 자체가 유머일지 모른다고 주인공은 생각합니다. 알렉산더는 암을 앓고 있습니다. 자신의 병을 진단하기 위해서 27명의 의사들의 최신 의학이 동원되었습니다. 그의 병은 미래 없는 현실에 대한 병으로 상징화될 수 있습니다. 알렉산더의 할아버지는 멕시코에서 머물다가 동독으로 귀환한 확고한 공산주의자였습니다. 아버지는 비판적 공산주의자였다면, 저자는 공산주의자이기를 거부하고 있지요. 알렉산더는 할아버지 그리고 아버지 그리고 자신의 삶을 비판적으로 반추합니다. 그리고는 자식의 세대를 슬픈 눈으로 고찰합니다. 자식의 세대는 공산주의를 모르고 살아갑니다. 비록 하나의 이데올로기는 잘못을 지니고 수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오류를 체험하게 했지만, 마지막 세대인 아들 마르쿠스는 이를 모릅니다. 잘못된 희망을 애타게 갈구하던 이전 세대의 갈망을 아들은 전혀 알지 못한다는 것은 바로 현대인들이 빛 (희망) 없이 살아간다는 것을 반증하지요.
작가는 미래를 알려면 과거를 고찰하라고 조언합니다. 통일된 독일은 어디로 향할까요? 사람들의 희망은 이제 꺼져가는 불빛이어야 할까요? 작가는 이에 관해서 독자에게 물음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물음은 시대에 관한 고뇌이며, 미래에 관한 성찰을 은근히 요구하는 무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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