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최신독문헌 40

서로박: 라인하르트 이르글의 '미완성의 사람들' (4)

친애하는 J, 그렇다면 소설은 우리에게 무엇을 전하고 있습니까? 소설의 제목, “미완성의 사람들”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아나 그리고 그미의 아들 라이너는 그들의 삶에서 무엇을 완성하지 못했을까요? 첫째로 아나와 라이너는 앞에서 살펴본 바 있듯이 그들의 사랑의 삶에서 불행했으며, 직업적인 삶에서 실패를 거듭하였습니다. 둘째로 특히 라이너는 사회적으로 방관자로 살아야 했으며, 아내도, 친구도, 자식도 없이 암으로 사망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그에게는 동거녀가 있습니다만, 그미와 결혼할 생각은커녕, 자식을 낳은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 일단 아나의 경우를 언급해보기로 하겠습니다. 친애하는 J, 소설을 읽으면서 다음의 사항을 간파하게 됩니다. 즉 아나의 삶의 체험은 아들인 라이너의 삶에 결정적으로 영..

48 최신독문헌 2021.06.03

서로박: 라인하르트 이르글의 '미완성의 사람들' (3)

소설의 제 3부는 “쫓아라, 쫓아라.”입니다. 이는 남아 있는 삶이 얼마 되지 않는 불치의 환자의 비명 소리와 같습니다. 소설의 화자인 “나”는 아나의 아들, 라이너 K입니다. 갓 50세의 생일을 맞은 “나”는 현재 위암을 앓고 있습니다. 라이너의 몸 상태는 너무나 심각하여, 종양 제거 수술이 거의 불가능할 뿐 아니라, 더 이상 어떠한 화학 요법도 사용할 수 없는 형국에 처해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조만간 병원을 떠나야 합니다.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르는 상태에서 “나”는 아내에게 모든 것을 편지 형식으로 남기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나”는 구동독에서 치과 의사로서 살았습니다. 전환기 이후에 이르러 너무나 역겨웠던 이빨 치료의 일을 때려치우고, 출판사 및 서점을 경영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바로 이 순간..

48 최신독문헌 2021.06.03

서로박: 라인하르트 이르글의 '미완성의 사람들' (2)

제 2부 “유리 아래”는 1947년부터 1953년 6월 17일 베를린 노동자 데모의 시점까지의 시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제 2부의 단락은 거리 이름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전지적 관점은 자취를 감추고 모든 것은 등장인물의 3인칭의 관점에서 묘사됩니다. 구동독은 주지하다시피 1949년 독일 민주 공화국을 선포하면서 사회주의의 재건을 기치로 내걸었습니다. 제 2부의 이야기는 비르크하임이라는 가상적인 소도시를 배경으로 전개됩니다. (비르크하임에 대한 묘사를 고려한다면 이곳은 작가의 고향도시인 잘츠베델과 동일합니다.) 아나는 전쟁 동안에 심리적으로 극심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성적 학대에 관한 피해망상증을 유발하는 기억 때문에 자주 침울해졌으며 불면증에 시달립니다. 그래서 집에서 몇 개월 요양한 뒤에 아나는 비르..

48 최신독문헌 2021.06.03

서로박: 라인하르트 이르글의 '미완성의 사람들' (1)

이제 작품 『미완성의 사람들』에 관해서 언급하기로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2003년에 뮌헨에서 간행되었습니다. 작품은 핍박당하는 체코 독일인의 애환을 주제화하고 있습니다. 체코는 원래 세 개의 지역을 부분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보헤미아 Böhmen, 모라비아 Mähren그리고 슐레지엔 Schlesien의 일부를 가리킵니다. 독일은 오래 전부터 정치적으로 동쪽으로 세력을 확장하여 그곳의 땅을 정복하려는 정책을 추진하였습니다. 그래서 독일 사람들은 동쪽 유럽에서 자신의 근거지를 마련하곤 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독일인들 역시 토속인종에 의해서 박해당한 적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독일이 정치적으로 자신의 세력을 잃게 되었을 때 폴란드, 체코, 슬로베니아 그리고 소련 등에 거주하던 ..

48 최신독문헌 2021.06.03

서로박: 실패가 우리를 가르친다. 서문 (2)

2. 친애하는 O, 우리는 본서를 통해서 두 가지 사항을 간파할 것입니다. 첫째로 통일된 독일은 유로 존의 국가들과 함께 서서히 미국과 같은 거대블록으로 변모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우리는 한 치 앞의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비록 사회적 시장경제를 표방한다고 하지만, 독일은 무엇보다도 국익을 추구할 것입니다. 물론 주어진 사안이 사람들로 하여금 사회 내지 사회주의라는 “공동적 아궁이” (클레안테스)를 다시금 의식하게 하겠지만, 이는 일시적이며, 부분에 그칠 것입니다. 미국이 자본주의 속에서 물질주의적 인간 삶, 인종 갈등 그리고 소비 중심의 향락 사회로 변하듯이, 통일된 독일도 이러한 전철을 밟게 될 게 분명합니다. 몇몇 엘리트 내지는 지식인들이 이를 막기 위해서 노력하겠지만, 고도화된 산업..

48 최신독문헌 2020.10.18

서로박: 실패가 우리를 가르친다. 서문 (1)

“배움에 근거하지 않은 사색은 마음을 피폐하게 한다.” (荀子) “소설은 독자의 영혼을 울리는 바이올린 줄과 울림통과 같습니다.” (스탕달) “예술은 거짓이지만, 진리를 인식하게 한다.” (피카소) 1. 친애하는 O, 전환기 소설은 베를린 장벽과 통일의 문제를 다룬 소설을 지칭하는 개념으로서 문예란 혹은 독문학의 영역에서 언급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개념은 아직도 전문용어로서 확정된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장벽 붕괴 이전에도 분단과 통일을 주제화한 작품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전환기 소설을 “독일 베를린 장벽 전후의 시기에 간행된 분단과 통일을 주제로 한 최신 소설”로 이해하면서, 이에 해당하는 중요한 작품들을 골라서 분석하였습니다. 작가들의 대부분이 동쪽 독일 지역 출신들인 것은 결코 우연..

48 최신독문헌 2020.10.18

토마스 브라쉬의 극작품들 (6) 메르체데스

이 작품은 1985년에 완성된 영화인데, 브라쉬는 「메르체데스」를 두 명의 광대극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각 장면은 독립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장면들 사이의 연결고리는 파괴되어 있지요. 두 명의 등장인물은 -리타와 리자와 마찬가지로- 환상 속에 주어진 삶을 창안해 냅니다. 그들의 환상 속에는 사회와는 반대되는 상이 투영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공격성, 에로티시즘, 마약 그리고 매춘 등에 관한 상이지요. 메르체데스는 개인적 성공을 상징하는 원형입니다. 모든 개인들에게 메르체데스는 자동차 산업으로 대대적인 성공을 거둔 인간의 회사로 각인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회사의 대량 해고라는 끔찍한 폭풍을 피하지 못합니다. 작품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밥줄을 잃으면, 목숨을 잃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다..

48 최신독문헌 2020.09.29

토마스 브라쉬의 극작품들 (5) 친애하는 게오르크

실험적 극작품 「친애하는 게오르크 Lieber Georg」는 1988년 극작품 모음집 『사랑스러운 리타, 친애하는 게오르크, 메르체데스』으로 베를린에서 간행되었습니다. (Thomas Brasch: Lovely Rita, Lieber Georg, Mercedes. Theaterstücke, Frankfurt a. M. 2008). 여기서 말하는 “게오르크”는 1912년에 독일의 하벨 강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다가, 강물 아래로 빠져 비명횡사한 시인 게오르크 하임 (Georg Heym, 1887 - 1912)을 가리킵니다. 브라쉬는 요절한 게오르크 하임의 짧은 생애를 반추하면서, 시인과 예술가들이 현대의 산업 사회에서 겪어야 하는 냉대 그리고 주위 일상 사람들로부터 얻게 되는 소외감 등을 문학적으로 다루려고 하..

48 최신독문헌 2020.09.29

토마스 브라쉬의 극작품들 (4) 도미노

친애하는 T, “유럽은 죽어가고 있는가?” 토마스 브라쉬가 이렇게 외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그는 1977년의 극작품 「카르고 32. 가라앉는 배 위에서 흥분하여 어쩔 줄 모르는 시도 Cargo 32. Versuch auf einem untergehenden Schiff aus der Haut zu fahren」에서 유럽의 패망을 경고한 바 있습니다. 1982년에 공연된 영화 「도미노 Domino」도 유럽의 몰락의 가능성을 주제화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흑백 영화로 구성되어 있는데, 작품에는 주로 많은 실험적 사진 작품들이 활용됩니다. 브라쉬는 영화를 통해서 유럽에서 도래할지 모르는 거대한 실업의 사태를 경고하려고 합니다. 작품의 주인공은 리자 Lisa 입니다. 그미는 성격상으로 「사랑스러운..

48 최신독문헌 2020.09.29

토마스 브라쉬의 극작품들 (3) 철로 된 천사

세 번째로 다루게 되는 작품은 「철로 된 천사 Engel aus Eisen」라는 시나리오입니다. 이 시나리오는 1981년 영화로 상연되었습니다. 작품의 제목은 1948년 베를린 봉쇄 당시에 베를린 상공을 날던 미국의 수송기를 가리킵니다. 당시 베를린은 소련 점령군에게 봉쇄되어, 서 베를린은 인접한 소련 점령군으로부터 봉쇄되어 있었습니다. 고립된 서베를린 사람들은 생필품이 없어서 고초를 겪고 있었습니다. 이때 미국의 비행기는 베를린으로 비행하여 상공으로부터 밀가루, 사탕 등의 식량을 투하한 적이 있었지요. 브라쉬의 시나리오에는 범법자 두 사람이 등장합니다. 베르너 글라도 Werner Gladow와 구스타프 푀펠 Gustav Vöpel이 바로 그 두 사람입니다. 17세의 청년 베르너는 어느 청년단체의 대장인..

48 최신독문헌 2020.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