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20전독문헌 61

서로박: 카이저의 아침부터 자정까지

친애하는 J, 게오르크 카이저 (G. Kaiser, 1878 - 1945)의 극작품 「아침부터 자정까지 (Von Morgens bis Mitternachts)」는 1912년에 집필되어, 1917년 4월 28일 뮌헨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카이저의 명성을 드높였을 뿐 아니라, 당시에 횡행하던 표현주의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이 작품은 문학사에서 자주 소개되었지만, 정작 줄거리 및 작품의 주제에 관해서 정확히 알려진 바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당신을 위하여 줄거리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작품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 귀부인이 소도시 W에 나타납니다. 나이는 30대 후반 정도 되었지만, 그미의 얼굴과 몸매는 여전히 뭇 사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정도로 훌륭했습니다. 귀부인은 넓은 ..

43 20전독문헌 2020.11.15

서로박: 프리드리히 볼프의 '맘록 교수'

오늘은 구동독에서 브레히트와 함께 쌍벽을 이루던 극작가 프리드리히 볼프 (Friedrich Wolf, 1888 - 1953) 그리고 그의 극작품, 「맘록 교수 (Professor Mamrock)」에 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브레히트에 관해서는 많은 연구가 있지만, 프리드리히 볼프에 관한 본격적인 연구는 우리나라에서 전무한 실정입니다. 특히 전통적 형식의 연극 이론을 추종한다는 점에서 그는 브레히트와 반대되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브레히트의 서사극 이론은 새로운 시대에 걸 맞는 극적 형식이 아닌가요? 따라서 이 자리에서 프리드리히 볼프의 문학을 언급한다는 것은 의미가 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프리드리히 볼프는 극작가로서 활동한 것 외에도 의사로 활동하며 살았습니다. 그는 구동독의 안기부장, 마르쿠스 볼프 (Ma..

43 20전독문헌 2020.09.18

서로박: 게오르크 카이저의 구조된 알키비아데스

표현주의에 속하지만, 표현주의적 예술 사조를 뛰어넘은 극작가, 게오르크 카이저 (G. Kaiser, 1878 - 1945)의 「구조된 알키비아데스 (Der gerettete Alkibiades)」는 1917년에서 1919년 사이에 집필되었으며, 1920년 1월 29일에 뮌헨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다. 극작품은 기원전 약 400년경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소재로 삼고 있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아테네의 젊은 장수이자 폴리스 수상인 알키비아데스는 죽음의 위협에 처했다가 포티데아 출신의 철학자, 소크라테스에 의해 구조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이야기는 "향연 (Symposion)"의 육체적 아름다움과 정신적 아름다움의 대립에 관한 대화극을 통해서 정반대로 기술되고 있다. 극작가 카이저는 플라톤의 대화를 인..

43 20전독문헌 2020.08.21

서로박: 릴케의 말테의 수기 (2)

6. 아베로네와의 만남, 제 2부: 말테의 수기의 공간은 다시 역사적 공간으로 확장됩니다. 말테는 과거에 간접적으로 접했던, 잊힌 역사적 인물들 (그리샤 오트레포프, 칼 대제, 칼 6세, 아비뇽의 교황 등)을 기억해냅니다. 이러한 인물들은 역사에 실존했던 인물이지만, 말테의 뇌리 속에서 놀랍게도 “궁핍과 가난의 언어”로써 기이하게 상징화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이어지는 것은 그의 친척인 마만 Maman과 함께 지냈던 생활에 관한 기억입니다. 마만은 말테보다 약 열 살 정도 더 나이든 처녀였는데, 말테는 그미를 몹시 따랐습니다. 말 테는 마만의 나이어린 동생, 아베로네를 마음속으로 사랑했습니다. 아베로네를 만나던 기억에 관한 묘사는 작가의 사랑에 대한 은밀한 입장 표명과 교차되어 나타납니다. 아베로네를 ..

43 20전독문헌 2019.06.07

서로박: 릴케의 말테의 수기 (1)

1. 시인 릴케의 유일한 산문 작품: 친애하는 J, 『말테의 수기』는 장미의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 (1875 – 1926)가 남긴 유일한 산문작품입니다. 1904년 로마에서 릴케는 일기 형식으로 모든 것을 기록하였고, 1908년에서 1910년 사이에 다시금 파리에서 완성하였습니다. 작품은 모두 71편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일정한 줄거리로 연결되어 있지 않습니다. 일기 형식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그리고 서술에 있어서 몽타주 기법이 동원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이야기는 산만하고 난삽합니다. 그렇기에 작품은 어떤 의도적 단편적 미완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말테의 수기』는 19세기의 리얼리즘 소설과는 급진적인 차이를 지닙니다. 일관된 스토리도 없고, ‘소설적 화자’ 역시 한 번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

43 20전독문헌 2019.06.07

서로박: 하인리히 만의 신하 (2)

6. 권위주의의 인간으로 성장하다: 헤슬링은 베를린에서 대학을 다닙니다. 우리는 주인공의 성격 형성의 과정에서 어떤 단순화 과정이라는 특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은 오래 전부터 세계를 권력체계라는 단순한 개념으로 이해합니다. 모든 가치는 권력이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는냐 하는 물음에 따라 결정됩니다. 권위주의의 인간의 관심사는 힘과 권력이 있는 곳으로 향합니다. 이로써 힘없는 유대인 그리고 돈 없는 노동자들을 무시하거나 짓밟는 것은 필연적인 귀결입니다. 실제로 헤슬링은 소설 속에서 학생 단체 “노이토이토니아”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합니다. 주인공에게는 개별적 존재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오로지 단체의 회원, 군인, 관료, 교회 등 조직화된 집단적 존재만이 중요할 뿐입니다.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오로..

43 20전독문헌 2019.05.26

서로박: 하인리히 만의 신하 (1)

1. 세계대전 발발 후에 발표된 명작: 하인리히 만 (1871 - 1950)의 소설은 1914년에 탈고되어] 1916년에 책으로 간행되었습니다. 작품은 1906년에 집필되기 시작하여 8년 후인 시점인 1914년, 그러니까 전쟁이 발발하기 불과 두 달 전에 비로소 완성되었습니다. 작품이 뒤늦게 완성된 것은 작가가 처한 개인적 정황 때문이라고 여겨집니다. 막내 여동생인 카를라가 1910년에 자살로 삶을 마감하였는데, 이로 인하여 하인리히는 우울증에 빠져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는 정치적 견해 차이로 동생인 토마스만과 절교를 선언하였습니다. 1914년에 그는 체코 출신의 여배우와 결혼했는데, 이로 인하여 하인리히만은 일시적으로 행복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신하』는 빌헬름 2세의 보수적 민족주의..

43 20전독문헌 2019.05.26

서로박: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 (2)

(11) 친구 헤르만 하일너: 헤르만은 상상력이 풍부한 문학도입니다. 주인공은 헤르만을 사귐으로써 학교에 대한 입장을 바꾸게 됩니다. 헤르만은 학교 공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사고는 하나의 틀을 벗어나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선생님들은 헤르만의 이러한 태도를 좋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헤르만이 학교를 떠나게 되자 한스는 그와의 관계를 더 이상 지속할 수 없게 됩니다. 그는 헤르만을 통하여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가? 그리고 학교가 사회적 이데올로기를 심화시키기 위해서 학생 개개인의 자유 의지를 압살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하게 됩니다. 헤르만과 한스는 작가의 분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헤르만과 한스의 이니셜은 HH입니다. 이는 헤르만 헤세 Hermann Hesse를..

43 20전독문헌 2018.10.10

서로박: 포이히트방거의 유대인 전쟁 (3)

10. 요제프, 보편적 우주론으로서의 유대주의에 경도하다. 유대주의의 박사, 가마릴은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립니다. “당분간 유대주의가 민족주의적으로 편협하게 활용되는 것을 좋게 생각하네. 이는 유대주의가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테니까 말일세.” 요제프는 유다에서 자신의 오랜 학문적 경쟁자인 유스투스 티베리아스를 만납니다. 기원후 79년경에 주인공은 유스투스와 함께 로마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티투스 황제가 임종 직전에 처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티투스 황제가 죽으면, 그의 뒤를 이을 심산이었습니다. 요제프는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유대인 성당을 건립합니다. 그는 다시 마라를 찾아서 그미와 화해합니다. 뒤이어 요제프는 오로지 창작과 연구에 몰두하면서 살아갑니다. 장년의 나이가..

43 20전독문헌 2018.08.02

서로박: 포이히트방거의 유대인 전쟁 (2)

6. 요제프, 세계 시민의 정신을 고수하다.: 갈리아 지역에서 폭동이 일어나고 네로가 원로원으로부터 제재를 받게 되자. 베스파시아누스가 권력을 장악할 시간이 서서히 도래합니다. 요제프는 용병들을 지휘하면서 네로의 부하들과 처절하게 싸웁니다. 네로가 죽은 다음에, 베스파시아누스가 권좌에 오르게 됩니다. 황제는 요제프를 자신의 오른팔이라고 말하면서, 그에게 프라비우스 요제푸스라는 이름을 부여합니다. 그렇다면 주인공은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포기한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요제프는 유대인의 신앙이라는 작은 한계를 극복하려고 노력했으며, 다른 군소 유대 민족이라는 틀에 박차고 나오려 했습니다. 말하자면 요제프는 민족주의라는 폐쇄적인 틀을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작가는 그를 다음과 같이 묘사합니다. “그는 새..

43 20전독문헌 2018.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