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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박: 하인리히 만의 신하 (1)

필자 (匹子) 2019. 5. 26. 15:21

1. 세계대전 발발 후에 발표된 명작: 하인리히 만 (1871 - 1950)의 소설은 1914년에 탈고되어] 1916년에 책으로 간행되었습니다. 작품은 1906년에 집필되기 시작하여 8년 후인 시점인 1914년, 그러니까 전쟁이 발발하기 불과 두 달 전에 비로소 완성되었습니다. 작품이 뒤늦게 완성된 것은 작가가 처한 개인적 정황 때문이라고 여겨집니다. 막내 여동생인 카를라가 1910년에 자살로 삶을 마감하였는데, 이로 인하여 하인리히는 우울증에 빠져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는 정치적 견해 차이로 동생인 토마스만과 절교를 선언하였습니다. 1914년에 그는 체코 출신의 여배우와 결혼했는데, 이로 인하여 하인리히만은 일시적으로 행복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신하』는 빌헬름 2세의 보수적 민족주의적 정책을 예리하게 구명할 뿐 아니라, 프로이센의 권력 구조를 집요하게 그리고 예언적으로 분석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쿠르트 투콜스키는 이 소설을 “독일 남자의 (식물) 표본 (Herbarium eines deutschen Mannes)”이며, 동시에 “(빌헬름) 제국의 해부 지도 Anatomie-Atlas des Reichs”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2. 『신하』에 반영된 작가의 시대 비판 그리고 그의 유토피아: 물론 작가는 이전의 작품 "놀고먹는 세상에서 Im Schlaraffenland" (1900) 그리고 『운라트 교수 Prof. Unrat』 (1904)에서 권력의 구조 내지 기관들을 예리하게 비판한 바 있었습니다. 소설가인 하인리히 만의 비판은 무엇보다도 다음의 사항으로 향합니다. 1. 체제옹호적인 자세로 프로이센 국가를 음으로 양으로 보조하는 교회의 체제, 2. 군인들이 함부로 휘두르는 칼, 이로 인하여 처음부터 무시당하는 합리적인 발언과 토론, 3. 절대 권력에 대한 우매한 인민들의 무조건적인 복종심, 4. 추호의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시민 사회의 경직된 윤리 그리고 성도덕 등이 하인리히 만의 비판의 대상이었습니다.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과 관련하여 실제로 작가는 처음에는 작품에다 “독일의 공공연한 영혼에 관한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려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인리히 만은 이러한 일련의 비판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을 불러일으키려고 하였습니다.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당시에 온존하고 있던 전근대적인 봉건 체제 그리고 관료주의 엘리트 중심의 정치체제가 붕괴되어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3. 작품 집필의 의도: 그래, 민주주의를 실현하지 못하게 하는 이러한 전근대적인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식인들이 스스로 미몽에서 깨어나서 적극적으로 현실 정치에 관여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나아가 인민들의 의식이 바뀌어져야 하는 게 급선무라고 하인리히 만은 확신하였습니다. 1911년에 발표한 논문 『제국 의회 Reichstag』에서 빌헬름 2세 치하에서 살아가는 현재의 인민들은 “국가의 국수주의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며, 이를 무책임하게 주장하는 부류”라고 규정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더 나은 사고를 추종하기는커녕 권력에 허리를 굽히고 권위주의에 무조건적으로 순종한다는 것입니다. 작가는 작품의 집필에 앞서서 상기한 유형의 범례들을 일차적으로 기술해 놓았습니다. 이는 마치 소설 『짐플리치시무스』에 반영되고 있는 수많은 에피소드의 정리 작업과 유사한 것인데, 나중에 소설 속에 추가로 삽입되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하인리히 만은 프로이센 제국주의의 신하들이 지니고 있는, 다음과 같은 유형적 특성을 분명하게 밝히려 하였습니다. 그것은 “무책임한 쇼비니즘, 대중 속에 이미 혼입된 권력 숭배, (진리를 외면하는), 권위에 대한 맹신, 정치적 자기 학대” 등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4. 소설의 주인공을 정확히 고찰해 보라. 소설은 총 6장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내용상으로는 이야기의 전개에 있어서 유연하게 이어집니다. 작가는 교양 소설의 틀을 채택하였습니다.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인공의 성격이 어떻게 형성되는가? 하는 물음입니다. 작품 속에는 뤼베크에서 보낸 유년 청년 시절의 자전적 체험이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주인공은 디더리히 헤슬링이라는 사내입니다. 그는 북독의 네치히라는 고향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아버지는 종이공장의 소유주로서 경제적으로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권위주의적으로 아들을 억압하고, 잘못할 경우 끔찍한 체벌을 가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작가는 헤슬링의 꿈속에서 접했던 여러 가지의 환영을 언급합니다. 아버지는 주인공 헤슬링에게는 복종해야하는 무서운 존재이지만, 다른 한편 좋아하지 않으면 안 되는 대상이기도 합니다. 이로써 그는 자신의 내면에 지닌 감성이라든가 본능 그리고 제반 충동을 스스로 억압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요약하건대 헤슬링의 가족은 프로이센이라는 권위주의의 국가 체제의 이데올로기를 실행에 옮기는 가장 하급의 집단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5. 사도-마조히즘의 병폐: 권위주의는 개개인에게 명령, 복종, 의무 등만을 강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사도 마조히즘의 유형을 지닌 인간을 양산시킵니다. 이러한 인간은 충동을 억압하고, 강자에게 복종하며, 약자를 괴롭힙니다. 나중에 언급하겠지만 작품 『신하』는 사도-마조히즘의 병폐가 얼마나 끔찍한가? 하는 사항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문학적 기술과 같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소설은 주인공의 어린 시절에 관한 추억, 중 고등학생들의 단체적 행동, 베를린에서의 대학 생활 등을 차례대로 묘사합니다. 가령 헤슬링은 강한 자들에 대해 순종하고 약한 자에 대해 주먹을 내밉니다. 그의 이러한 태도는 전형적으로 사도마조히즘의 행동 방식을 유추하게 해줍니다. 강자에게 비굴한 태도를 취하고, 약자를 깔보고 억압하는 그의 행동 방식은 전형적으로 군대의 상사를 방불케 합니다. 왜냐하면 그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가혹한 처벌을 당하고 나름대로 자신의 분노를 터뜨릴 출구를 찾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그가 방어력이 없고, 무력한 노동자를 괴롭힘으로써 심리적 쾌감을 느끼는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5. 성의 억압과 사도마조히즘의 인간: 권위적 권력에 억압당하는 인간은 유형적으로 권위적 폭력에 시달리며, 동시에 자신의 자연스러운 욕망의 억압을 강요당합니다. 이러한 인간은 거짓말을 즐기고, 단 것을 좋아하며, 무책임하며, 친구들을 괴롭히곤 합니다. 주인공 디더리히 헤슬링 역시 사도-마조히즘으로 형성된 인간입니다. 그는 거짓말을 일삼고, 약자를 괴롭히며, 자연스러운 사랑의 삶을 의식적으로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거부합니다. 이를테면 헤슬링은 학교에서 교사들을 두 가지로 분류합니다. 마음씨 좋은 선생님과 엄격한 선생님이 두 부류입니다. 헤슬링은 마음씨 좋은 선생님에게 증거를 잡기 어려운 장난으로 골탕 먹이지만, 엄격한 선생님에게는 절대로 복종합니다. 교탁 위에다 십자가를 세워놓고, 그 앞에 유대인 친구를 무릎 꿇리게 합니다. 주위 학생들은 박수를 치면서 그를 동조합니다. 이로써 빌헬름 2세가 다스리는 프로이센의 교육 체제는 다섯 가지 사항으로 요약됩니다. 1. 지배 권력의 인정, 2. 권력에 대한 맹목적 복종, 3. 반항하는 자에 대한 가혹한 처벌, 4. 고분고분한 인간에 대한 포상, 5. 개인주의를 거부하는 집단적 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