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20전독문헌 56

서로박: 카프카의 변신 (1)

21세기에 이르러 전쟁은 사라진 듯 보입니다. 다시 말해서 한 인간이, 혹은 한 나라가 타인 혹은 다른 나라를 무력으로 짓밟고, 무지막지하게 전리품을 차지하는 경우는 사라진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는 허상입니다. 독점 자본주의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발휘하는 오늘날을 생각해 보세요. 개인이든 나라든 간에 밥줄을 잃거나, 경제 구도가 외국세력에 의존하게 되면, 당사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지요. 이렇듯 “보이지 않는 손”의 횡포는 참으로 무섭고도 교활합니다. 사람들은 누군가 자신의 주머니에 있는 돈을 빼앗아 가면, “도둑이야!” 하고 외치지만, 국가가 교활한 방법으로 자신의 월급 명세서에서 세금을 빼돌리면,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을 뿐 가만히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국가의 독점 자본주의의 횡포에 대해 ..

43 20전독문헌 2021.12.29

서로박: 베르펠의 태어나지 않은 자들의 별 (3)

18. 천체 인간의 삶에서 드러난 몇 가지 문제점: 주인공은 한 가지 사실에 대해 무척 아쉬움을 금치 못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천체 인간들이 아무런 축제를 즐기지 않고, 따분하고도 단조롭게 살아간다는 사실입니다. 예컨대 누구든 간에 어떤 기이한 상황에 직면하면 약간 흥분하게 되는데, 천체 인간들의 면모에서 이러한 자극이 그다지 강하게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이곳에서는 희로애락 애오욕의 정서가 마치 어떤 의식의 빛에 의해서 세척되는 것 같습니다. 이로 인하여 개인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정서적인 모든 능력이 사라지고 맙니다. 가령 인간의 심리는 더 이상의 고통 내지 고뇌를 분명하게 인지하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희로애락 애오욕의 정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의 계층 사이의 심리적 갈등 그리고 투쟁..

43 20전독문헌 2021.10.10

서로박: 베르펠의 '태어나지 않은 자들의 별' (2)

9. 첨단 자연과학의 활용: 두 사람의 여행은 20세기의 자연과학으로는 도저히 해명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거의 십만 년이라는 시공간을 넘나들게 되는 것은 오로지 첨단 자연과학의 활용으로 가능합니다. 어린아이조차도 텔레파시를 사용하여 먼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과 소통합니다. 사람들은 약 천 미터 높이의 건축물에서 거주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사람들은 높은 건물에서 거주하면서 “회전 비행기 Gyroplane”를 타고 세상을 돌아다녔는데, 이제 그들 대부분은 주로 지하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Zemsauer: 112). 왜냐하면 이곳 사람들은 다시 전쟁이 발발할지 모른다는 일말의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Jens: 555). 그들은 과거의 전쟁의 끔찍한 참상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전쟁이 ..

43 20전독문헌 2021.10.10

서로박: 베르펠의 '태어나지 않은 자들의 별' (1)

1. 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 평화 공존과 인종 극복의 유토피아: 프라하 출신의 유대인 작가, 프란츠 베르펠 (Franz Werfel, 1890 – 1945)은 수십 년 동안 독일과 슬라브 민족 사이에서 자리하던 보헤미안 문화에 경도해 있었습니다. 비록 유대인의 피를 물려받았지만, 스스로를 가톨릭 시인으로 규정하였고, 사라진 헝가리와 오스트리아의 이중 군주국의 예술적 보헤미안의 정서를 죽을 때까지 고수하려고 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조국, 체코로부터 박해당하고, 이른바 “넥타이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인종으로부터 거부당했으며, 타인종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신앙의 산실인 로마 가톨릭 교회로부터 배척당했습니다. 그가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은 자들의 별』을 탈고한 뒤 며칠 후에 사망했을 때, 그의 곁을..

43 20전독문헌 2021.10.10

서로박: 슈니츨러의 사랑의 장난

오스트리아의 극작가, 아르투르 슈니츨러 (A. Schnitzler, 1862 - 1931)의 극작품 「사랑의 장난 (Liebelei)」은 3막 희극으로서 1895년 10월 9일에 부르크 극장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습니다. 극작가는 바로 이 작품을 통하여 처음으로 무대 위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흔히 슈니츨러는 “영혼의 해부학자, 도덕의 서술자, 사회 비판가 그리고 광신적인 진리 신봉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간의 내적 심리 상태를 예리하게 꿰뚫어보고 사회의 병리적 현상을 예리하게 투시하는 것은 작가의 강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게다가 그는 「사랑의 장난」을 통하여 빈 (Wien)의 정감 넘치는 민속극의 분위기를 사회 심리극으로 전환시켰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희극적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어떤 깊은..

43 20전독문헌 2021.09.18

서로박: 한스 헤니 얀의 강변 없는 강

함부르크 출신의 망각된 소설가, 한스 헤니 얀 (H. H. Jahnn, 1894 - 1959)은 독일 문학사에 기인으로 꼽힌다. 그는 주로 오르겔을 제작하는 기술로 생계를 유지했으며, 틈만 나면 말을 사육하고, 소설을 썼다. 어린 시절부터 지니게 되었던 동성애의 감정은 그로 하여금 비사교적인 인물로 만들었다. 그의 친구들은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혹자는 그를 “독일의 스트린드베리”라고 일컫기도 했다. 오늘은 그의 미완성 소설 "강변 없는 강"에 관해서 거론해 보기로 한다. 소설은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제 1장, “나무배”는 1949년에 간행되었고, 제 2장, “49세가 된 구스타프 아니아스 호른의 글”은 두 권의 분량으로서 1949년 그리고 1950년에 간행되었으며, 제 3장, “에필로그”는 얀이 죽..

43 20전독문헌 2021.09.18

서로박: 헤세의 나르치스와 골트문트 (2)

6. 서울 가는 길은 하나가 아니다: 골트문트는 사랑에 잘 끌리고, 외로움을 잘 타는 섬세한 청년이었습니다. 외로움은 그로 하여금 끝없이 사랑을 갈구하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단조로운 삶은 그로 하여금 어디론가 멀리 방랑하게 했습니다. 한마디로 주인공의 사랑에 대한 갈망과 방랑벽은 자신의 마음속에서 유래한 것이었습니다. 골트문트의 이러한 특성은 주인공의 친구 나르치스에게는 전혀 발견되지 않습니다. 나르치스는 진리와 사랑을 누구보다도 신에게서 발견하려고 처음부터 작심하고 있었지요. 그렇기에 그는 세속적 삶과 사랑의 유혹을 받지 않고, 수도원 속에서 안온한 마음으로 명상에 침잠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두 사람 모두 다른 길을 걸어가면서 인간 삶의 깊은 뜻을 체득해 나간다는 사실입니다. 나..

43 20전독문헌 2021.08.01

서로박: 헤세의 나르치스와 골트문트 (1)

1. 주인공 수도원 생활을 영위하다: 친애하는 L, 오늘은 헤르만 헤세 (1877 - 1962)의 소설, 『나르치스와 골트문트』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소설은 처음에는 「어느 우정의 이야기」라는 부제를 단 채 1930년 발표되었습니다. 작품은 중세의 수도원을 배경으로 시작됩니다. 젊은 선생, 나르치스는 조숙한 학자로서, 계속하여 스스로 수도원에서 살아가기를 선택합니다. 그는 영리하고 냉정하지만, 인간미가 없는 사람입니다. 이에 비해 골트문트는 어리석고 실수를 저지르지만, 따뜻한 심성의 소유자입니다. 친애하는 L,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식을 보면, 그 부모가 어떠한 사람인지 우리는 짐작할 수 있습니다. 골트문트는 타의에 의하여, 그러니까 아버지의 강요에 의해서 수도원 생활을 영위해야 합니..

43 20전독문헌 2021.08.01

서로박: 카이저의 구조된 알키비아데스

표현주의에 속하지만, 표현주의적 예술 사조를 뛰어넘은 극작가, 게오르크 카이저 (G. Kaiser, 1878 - 1945)의 「구조된 알키비아데스 (Der gerettete Alkibiades)」는 1917년에서 1919년 사이에 집필되었으며, 1920년 1월 29일에 뮌헨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다. 극작품은 기원전 약 400년경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소재로 삼고 있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아테네의 젊은 장수이자 폴리스 수상인 알키비아데스는 죽음의 위협에 처했다가 포티데아 출신의 철학자, 소크라테스에 의해 구조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이야기는 "향연 (Symposion)"의 육체적 아름다움과 정신적 아름다움의 대립에 관한 대화극을 통해서 정반대로 기술되고 있다. 극작가 카이저는 플라톤의 대화를 인..

43 20전독문헌 2021.05.31

서로박: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 (4)

16. 정확성과 개방성, 무질의 소설적 구상의 두 가지 원칙: 요약하건대 무질의 세계관은 누구보다도 루드비히 클라게스의 『영혼의 대척자로서의 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무질의 소설적 구상은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그 하나는 실제 현실적 사건과 구분되는 주인공 고유의 원칙을 가리킵니다. 이것은 20세기 중엽 유럽의 관습, 도덕 그리고 법의 관점으로서의 객관적 원칙과 반대되는 주인공의 고유한 삶의 원칙을 가리킵니다. 이러한 원칙은 정확성을 가리키는데, 이는 클라게스가 말한 외면당하는 정신의 확고한 의미를 되찾으려는 노력에서 발견됩니다. 무질의 작품은 20세기 유럽에서 살아가는 한 인간의 근본적인 자유가 주어진 현실 속에서 파편화된 질서와 결코 화해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

43 20전독문헌 2021.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