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20전독문헌 56

서로박: 호프만슈탈의 그림자 없는 여인

오스트리아의 시인, 극작가, 평론가, 후고 폰 호프만슈탈 (Hugo v. Hoffmannstahl, 1874 - 1929)의 오페라, 「그림자 없는 여인 (Die Frau ohne Schatten)」은 1911년에서 1914년 사이에 탈고되었다. 리햐르트 슈트라우스는 여기다 곡을 붙였으며, 1919년 10월 10일 빈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다. 수년에 걸쳐 작가는 동화의 소재로 계속 작업하여 1919년에 비로소 한 편의 오페라 텍스트를 완성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림자 없는 여인은 유령 왕의 딸이다. 유령 왕은 결코 죽지 않는 존재들이 거주하는 나라를 다스리고 있다. 그미가 한 마리의 하얀 가잴 영양으로 변신했을 때, 남동쪽 섬나라의 황제는 그미를 체포하였다. 그미가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드러내었을 때, ..

43 20전독문헌 2022.10.02

프리츠 폰 운루의 "어느 가문"

표현주의 극작가, 프리츠 폰 운루 (Fritz v. Unruh, 1885 - 1970)의 운문 비극, '어느 가문 (Ein Geschlecht)'은 단막극으로 씌어져서, 1918년 6월 16일에 처음으로 공연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엄밀히 말하면 비극이 아니라, 시적 드라마로 씌어진 폭력 행위를 담은 극이라고 명명될 수 있습니다. 극작가는 여기서 전쟁이 얼마나 끔찍한 비인간적 결과를 낳는가를 지적하면서, 현세와는 거리가 먼, 더 나은 시대의 상을 작품 속에 투영시키고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신화적 무명 (無名) 시대의 어느 가문에 관한 놀라운 환영입니다. 표현주의 극작가, 프리츠 폰 운루 (1887 - 1970) 산정의 궁궐에서는 축제가 거행됩니다. 그것은 아주 거칠고 방종한 축제입니다. 흐릿한 상..

43 20전독문헌 2022.08.24

서로박: 호프만슈탈의 '예더만'

친애하는 K, 오늘은 후고 폰 호프만슈탈 (Hugo von Hofmannstahl, 1874 - 1929)의 「예더만 Jedermann」에 관해서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신비극으로서 “어느 부자의 죽음에 관한 유희”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 1903년에서 1911년 사이에 완성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1911년 12월 1일 막스 라인하르트의 연출로 베를린에서 처음으로 공연된 이후로 오늘날까지 상연되는 명작입니다. 원래 이 작품은 1509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출간된 익명의 작품 「만인의 소모니지 The Somonyge of Everyman」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또한 한스 작스 Hans Sachs는 1549년 「헤카스투스라고 불리는 죽어가는 부자의 코메디 Comedi von dem reichen ..

43 20전독문헌 2022.05.26

서로박: 토마의 모랄

친애하는 F., 오늘은 바이에른의 작가, 루드비히 토마 (Ludwig Thoma, 1867 - 1921)의 극작품,「모랄 (Moral)」에 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토마의 극작품은 1908년 11월 20일에 베를린의 소극장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습니다. 토마는 바이에른 농민들의 기발한 유머를 익살스럽게 표현한 작품을 많이 썼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그를 향토 작가로 단정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의 몇몇 극작품은 신랄한 정치 풍자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작품들은 겉보기에는 외설적이고 유머러스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바이에른의 향토적 보수주의에 대해 비판적인 메스를 가하려고 의도하곤 하였습니다. 오늘 다루려는 극작품 「모랄 (Moral)」역시 시민 사회의 살고 있는 속물들의 위선적 태도를 노골적으..

43 20전독문헌 2022.04.16

서로박: 카프카의 '학술원을 위한 보고' (2)

(9) 충동과 무의식을 택할 것인가? 문명, 초자아를 택할 것인가? 친애하는 B, 카프카의 매력은 작품의 다양한 해석에 있습니다. 셋째로 우리는 카프카의 단편을 어떤 정신분석학적인 측면에서 고찰할 수 있습니다. 빨간 피터가 유인원으로서의 본성을 상실하고, 인간의 문화를 습득한다는 사실은 그 자체 문명이 충동의 억압으로 인하여 발전되어나간다는 지그문트 프로이트 Sigmund Freud의 문화 이론과 일맥상통합니다. 이를테면 빨간 피터는 자신의 여자 친구인 침팬지와 함께 있으면, 심리적 편안함을 유지합니다. 이와는 반대로 뭍 인간들을 대할 때 그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빨간 피터는 맨 처음 아프리카에서 총을 맞았는데, 이는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거세 행위와 거의 일치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정신분석학의..

43 20전독문헌 2022.03.15

서로박: 카프카의 '학술원을 위한 보고' (1)

(1) 연구하기 껄끄러운, 그러나 독창적인 카프카 문학: 친애하는 B, 오늘은 프란츠 카프카 (Franz Kafka, 1883 - 1924)의 단편 소설 한 편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남한의 카프카 연구는 지금까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많은 연구자들이 특정 분야에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 경향은 그 자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연구 대상은 다양화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과거 문화의 지하 갱로 속에 은폐되어 있는, 수준 높은 문학 작품들을 발굴해내는 작업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나의 연구 목록에서는 카프카 문학이 거의 배제되어 왔습니다. 그렇다고 카프카의 문학에서 더 이상 배울 게 없다고 단언하면, 그것은 큰 오산입니다. 카프카의 문학은 그 자체 신비로운 부정의 문학적 현실을 ..

43 20전독문헌 2022.03.15

서로박: 베데킨트의 "죽음의 춤"

프랑크 베데킨트 (1864 - 1918)의 세 장면으로 이루어진 단막극, 「죽음의 춤」은 1905년에 씌어져, 잡지 “횃불 (Fackel)”에 발표되었다. 이 작품은 1906년 뉘른베르크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다. 원래 베데킨트는 이 작품을 “메피스토의 죽음” 혹은 “메피스토의 죽음의 투쟁” 등으로 명명했으나, 1909년에 세 번째 판에서는 스트린드베리 (Strindberg)의 작품 제목처럼 「죽음과 악마 (Tod und Teufel)」라는 제목으로 바뀌기도 했다. 베데킨트는 작품의 부제로서 “세 장면”이라고 명기했는데, 이는 특이하다. 「죽음의 춤」은 「소 극단 가수 (Kammersänger)」라는 극작품의 틀을 위해서 집필된 것이다. 1905년만 하더라도 단막극은 무척 드문 것이었다. 따라서 이 작품은..

43 20전독문헌 2022.03.03

서로박: 로베르트 무질의 '세 여인' (2)

(8) 어느 맑게 갠 날 아침 갑자기 찾아온 옛 친구: 자신의 정적 (政敵)인 트리엔트 주교가 죽었을 때, 케텐의 거친 심성은 순간적으로 사라집니다. 마치 한 마리의 벌에 쏘인 듯이 힘이 빠지는 것이었습니다. 케텐은 서서히 죽음을 기다리는 신세로 전락합니다. 그리하여 아내에게 달려가서 자신을 간호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어느 맑게 갠 날 아침 갑자기 누군가 포르투갈 여인을 방문합니다. 방문객은 여인이 청춘 시절에 사귄 적이 있었던 남자였습니다. 이때 케텐은 방문객에게 커다란 질투심을 느끼지만,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방문객은 포르투갈 여인에게는 그야말로 친구에 불과합니다. 지난 11년 동안 그미는 하루도 빠짐없이 연인 한 사람을 기다려 왔습니다. 고독한 삶을 견뎌내기 위하여 머리속에 하나의 상..

43 20전독문헌 2022.01.07

서로박: 로베르트 무질의 '세 여인' (1)

(1) 무질과 세 여인: 친애하는 P, 오늘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소설가, 로베르트 무질 (Robert Musil, 1880 - 1942)의 소설, “세 여인 (Drei Frauen)” (1924)에 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원래 이 소설은 전통적 형식에 입각하여 집필된 세 편의 독립된 소설인데, 나중에 비평가들에 의해서 “하나로 통합된 장편”으로 간주되었습니다. “그리기아” (1921), “포르투갈 여인” (1923), “통카” (1922) 등이 바로 그 세 편의 소설입니다. 첫 번째 작품의 “그리기아”는 농사짓는 여인이고, 두 번째 작품의 “포르투갈 여인”은 귀족이며, 세 번째 작품의 “통카”는 회사 직원으로 일하는 여인입니다. 이들은 주어진 삶에서 제각기 남자의 운명을 좌우하게 됩니다. 여기서 무질은..

43 20전독문헌 2022.01.07

서로박: 카프카의 "변신" (2)

친애하는 J, 작품 「변신」은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첫째로 우리는 카프카의 삶과 아버지의 폭력을 중시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사실입니다. 즉 아버지와 주인공의 상사 사이에는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아버지는 과거에 주인공의 상사에게 빚을 지고 있으며, 자신의 빚을 아들에게 떠넘기며, 보이지 않는 폭력을 가하고 있습니다. 아들에게 사과를 던지는 아버지의 모습은 끔찍한 지배자의 모습과 동일합니다. 카프카는 자신의 다른 작품에서 부권적 권위를 은근히, 혹은 신랄하게 비난한 바 있습니다. 이는 카프카의 생애와의 관련 속에서 도출해낼 수 있는 전기적 해석 방법일 것입니다. 둘째로 작품은 자본주의의 냉혹함 속에서 파생되는 냉혹한 인간관계를 암시하고..

43 20전독문헌 2021.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