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20전독문헌 56

서로박: 토마스만의 '마의 산' (1)

친애하는 M, 사회가 어지러우면, 민초들은 어떤 신비로운 땅을 동경하게 됩니다. 이조시대에 사람들은 각박한 삶을 견디기 위해서 정감록을 읽었습니다. 그 곳에 머물면, 세상의 풍파를 어느 정도 견디며, 난세에 부평초와 같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고 믿었던 것입니다. 나중에 황당무계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는 정감록이 동학사상을 낳게 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 것을 생각하면, 우리는 비록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황당무계한 이야기 역시 부분적으로 진리를 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토마스 만 (1875 – 1955)의 "마의 산 Der Zauberberg"이라는 작품이 바로 20세기 초의 정감록에 해당하는 작품입니다. 작품은 1913년에서 1924년 사이에 집필되었습니다. 토마스만은 제 1..

43 20전독문헌 2017.12.29

서로박: 카프카의 성 (2)

친애하는 J, 성이 암시하는 비밀은 무엇일까요? 첫째로 막스 브로트 Max Brod의 견해에 의하면 성이란 신의 은총에 대한 상징이라고 합니다. 모든 것을 요한의 묵시록처럼 7일 동안 서술하려고 한 점, K의 직업이 측량 기사라는 점 등은 이를 반증하고 있습니다. 성으로 들어가려는 인간의 노력은 궁극적으로 신의 은총으로 향하는 열정과 같다는 것입니다. 발터 벤야민 역시 이러한 견해에 동조하고 있습니다. 둘째로 우리는 성의 비밀을 실존주의적으로 구명할 수 있습니다. 이를 주장한 연구자로서 우리는 빌헬름 엠리히를 들 수 있지요. 인간 존재는 마치 미로와 같은 세계 속에서 영원히 방황하면서 살아갑니다. 인간은 허무라는 거대한 고해의 바다 속에서 그냥 실존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컨대 알베르 카뮈는 성에서 동시대..

43 20전독문헌 2017.08.17

서로박: 카프카의 성 (1)

친애하는 J, 오늘은 프란츠 카프카의 장편 소설 성에 관해서 언급하려고 합니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에 잘 알려졌지만, 한국인의 생활 방식으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주제를 지니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작품은 개인의 고독을 제재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인은 너무나 인정이 많아서 친구들과 가족들이 너무 가깝게 살아갑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고독을 느끼지 않지만, 서로 상처입기도 하지요. 이에 반에서 유럽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살아가며, 파트너와의 이별을 무엇보다도 고통스럽게 여기지요. 이 작품은 카프카의 미완성 유고 작으로서 1922년에 집필되었고, 1926년에 발표되었습니다. 이 작품의 주제는 무척 다양합니다. 왜냐하면 소설의 줄거리를 포괄하는 한 가지 특정한 주제를 찾는 일은 너무 어렵기 때문입니다...

43 20전독문헌 2017.08.17

서로박: 폰타네의 슈테힐린

독일 문학에서 가장 재미있는 작가로 알려진 테오도르 폰타네 (Theodor Fontane, 1819 - 1898)의 소설 ?슈테힐린?은 작가가 죽기 1년 전에 잡지, ?땅과 바다를 넘어서?에 발표되었고, 책으로는 1899년에 간행되었다. 폰타네는 편집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46장으로 나누어진 가장 훌륭한 소설 한 권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여기서 내가 언급하고자 하는 소재는 얼마든지 현실에서 나타날 수 있는 것입니다. (...) 그러나 여기서 어떠한 이야기가 실릴까요? 그건 속임수입니다! 마지막에 노인은 사망하고, 두 젊은 사람은 서로 결혼하지요. 이게 500페이지나 되는 이야기의 전부입니다. 뒤엉킴과 해결, 심장의 갈등 혹은 갈등 자체, 긴장 그리고 놀라움 등은 여기서 전혀 발견되지 않지요..

43 20전독문헌 2017.07.15

서로박: 토마스만의 토니오 크뢰거

친애하는 K, 오늘은 토마스 만 (1875 - 1955)의 중편 소설 「토니오 크뢰거」를 다루기로 합니다. 사실 토마스만의 문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문장은 복합적으로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힘든 독서의 과정을 요하지만, 작품의 주제는 거의 천편일률적으로 예술성과 시민성의 대비만 내세웁니다. 작품의 형식은 까다롭고 접근하기 어렵지만, 주제에 있어서는 처음부터 확정되어 있는 게 토마스만의 문학세계이지요. 그래도 토마스만을 애호하는 분들은 의외로 많으며, 그의 문학세계는 나름대로의 독창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사실 작가는 김나지움 시절의 나쁜 학업 성적으로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습니다. 오늘날 대학에서 최고의 학점을 받은 교수들이 토마스만을 연구하느라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인간의 창의..

43 20전독문헌 2016.06.24

서로박: 헤세의 '데미안'

친애하는 J, 오늘은 헤르만 헤세 (Hermann Hesse, 1877 - 1962)의 교양소설 『데미안』에 관해서 언급할까 합니다. 부디 나의 글이 당신의 졸업논문 집필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작품은 1919년에 발표되었는데, “어느 청춘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당시에 헤세는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이 작품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작품은 당시에 비평계로부터 호평을 받게 되었고, 나중에 헤세는 이 작품으로 인하여 테오도르 폰타네 문학상을 받게 됩니다. 나중에 오토 플라케 Otto Flake라는 평론가는 문체를 분석하여, 이 작품이 헤르만 헤세에 의해서 집필되었다는 것을 밝혀내었습니다. 1920년에 작품은 헤르만 헤세의 이름으로 다시 간행되었습니다. 칼브에 있는 헤세박물관 『데..

43 20전독문헌 2016.05.26